미국은 세계의 최강대국으로 유일한 슈퍼파워국가로 불린다. 그만큼 정치, 경제, 문화, 군사등 다방면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100% 미국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세계를 미국화했고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리와 미국의 차이에 주목하겠지만 우리의 의복, 우리의 헌법, 우리의 경제 체제는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세계 학문의 표준은 어디인가? 세계는 누가 만든 컨텐츠로 채워지고 있는가? 가끔 한복입고 미국인과는 좀 다른 걸 먹는다고 해서 정말 한국이 대단히 미국과 다른 것일까? 미국과 다른 나라 그러니까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이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지만 이미 세계는 굉장히 비슷해 졌다.
이러한 사실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두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과연 미국이 여전히 표준이 될 수 있는 나라인가 하는 질문 때문이다. 광대한 영토와 많은 자원을 가졌고 세계적으로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하며, 인구밀도는 매우 낮은 나라가 미국이다. 주변이 바다로 둘러쌓여서 주변국으로부터의 위협도 없다. 이런 나라의 생활방식이 과연 보편화될 수 있는 것일까? 세계인들이 미국인들처럼 살 수 있는가? 세계 인구가 80억이 넘고 자원문제나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 지는 시대에 미국인의 상식은 정말 지구인의 상식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인터넷같은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미국 문화의 영향력을 크게 키웠다. 온 세계인이 넷플릭스를 보는 시대에는 미국 문화 자체가 예전보다 인기가 덜해졌다고 해도 그것이 보편화되는 속력은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
두번째는 미국은 근대 정신을 대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즉 더 많은 것을 생산해서 더 풍요로운 미래를 건설하자는 비전 아래서 발달하고 초강대국이 된 나라다. 그런데 우리는 더이상 그런 비전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근대 이후의 대안적 삶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 따라서 우리만이라도 미국화되는 것을 조심하자는 반성을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계의 표준이나 주류가 바뀌어야 한다. 즉 한국이나 독일이나 인도가 미국과 다르다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경문제나 코로나 문제로 우리가 겪었던 일이나 겪고 있는 일들은 세계가 대부분 바뀌어야지 그저 몇몇 작은 나라가 세계의 주류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다고 할 때 우리는 미국이 세계의 리더이자 비전을 제시하는 국가로 부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며 오히려 새로운 대안적 삶의 방식이 출현하는 것을 가로막는 문명의 숙제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보수적이 된 미국은 자기 생각만 하면서 자기 생활을 유지하려고 할 텐데 그것이 바로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인류가 합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근대의 공화국정치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전근대시대의 봉건제가 무너져야 했다. 이를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미국이라는 왕을 모시는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아직 현재 질서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는 아주 분명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혀 새로운 시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걸 보여주는 것들 중의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망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비트코인이 15년째 살아남아서 역사상 최고의 가치를 갱신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불린다. 비트코인이 꼭 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탈중앙화 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보다 더 강력하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AI다. 지금은 AI 개발에 엄청난 돈이 투자되면서 AI도 미국 중심으로 발달하는 것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I 개발에 필요한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AI 개발에는 몇가지가 필요한데 그 중의 세가지는 데이터와 학습 모델의 개발 그리고 강력한 컴퓨팅 파워다. 그래서 세계는 안간힘을 다해 이것들을 키우고 있다.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학습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열심히 반도체칩을 만들어서 계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런 능력으로 만들어진 LLM은 오픈 소스로 나눠지기도 한다.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는 말은 작년부터 시끄러웠다.
이같은 변화는 얼마지나지 않아 가정집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용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탈중앙화 조직 혹은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조직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있기 전에는 클라우드 펀딩같은 것이 없었고 공유경제 사업이 없었다. AI에게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 지면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매우 오래걸리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을 순식간에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의 한 고아원을 보고 딱하게 여긴 사람들이 이 고아원에 새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보자. 그럼 돈은 어디서 모으고 땅은 어디서 구하며 건물은 누가 설계할 것이며 이에 관련된 행정업무는 누가 맡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나올 것이다. 아파트 조합같은 것이 보여주듯 이런 일은 절대 쉽지 않고 그래서 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이런 일이 순식간에 일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아주 많은 비용이 낭비된다. 하지만 AI가 조직을 맡는다면 어떨까? 공유경제식으로 기부와 배송을 정리한다면 어떨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거의 비용낭비없이 순식간에 집이 만들어 지는 기적을 보게 될 수 있다. 전혀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순식간에 모여서 순식간에 일을 마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돈을 대고, 누군가는 노동을 기부하고, 누군가는 지식을 기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그런 식으로 해내려고 할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아주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파산 시키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아니 미국도 파산할 지 모른다. AI에 기반한 망은 낡은 방식으로 즉 어떤 중앙의 권력자들이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는 시스템이 반응하기에는 너무나 빨리 작동할 수 있다.
영화에는 인류를 멸망시키는 AI가 자주 나오지만 그건 비현실적이다. 보다 현실적인 것은 강력한 인간과 기계와 AI의 망이 강력한 행동력을 가지는 것이다. AI는 문자나 금속활자 인쇄술과 비슷하다. 정보를 더 빠르게 흐르게 하고, 더 많이 생산되게 하며, 여러가지 이유로 무력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 봉건시대의 교황이나 왕이 절대 권력을 가졌던 이유는 결국 정보다. 교황이나 왕이 칼 싸움을 잘하고 똑똑하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봉건국가의 시스템이 가지는 정보를 중앙 권력이 독점하니까 백성은 무력한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해체한 것이 책이었다. 금속활자 인쇄술이다.
중세 교회의 타락은 교회가 팔던 면죄부가 잘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의 세계는 어떤가? 누가 면죄부를 팔고 있는가? 누가 남들의 피땀을 쉽게 빨아먹고 있는가? 정부가 쓰는 그 막대한 돈들은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법률가들, 미국, 의료 시스템, 증권 브로커, 부동산 투기꾼, 언론, 대학 이런 것들의 모습이 면죄부를 파는 교회와 비슷하지 않다고 할 수 있나? 물론 이 답은 100% 그렇다던가 100% 아니다가 아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특정인들이 나빠서 세상이 이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는 비전이다. 근대의 비전이 정말 통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근대의 비전은 결국 시스템이다. 그런데 근대가 시작될 때 사람들은 그 시스템이 이토록이나 크고 빨라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위해서 만든 시스템이 점점 더 문제가 된다. 그게 너무 크고 복잡해서 개선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그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은 언제나 사람이 맡는다. 그게 근대의 비전이다. 이성적 인간이 그래서 근대에 칭찬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인간의 능력이 시스템앞에서 왜소해 지고 있다. 그래서 시스템이 점점 더 비효율적이 된다. 좋은 예가 법이다. 법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실행한다. 그런데 판사나 검사같은 법조인들이 말장난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은 뭐든지 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망가뜨려도 그것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한국이나 미국만의 일일까? 지금도 이런데 더 복잡해 지는 세상에서 법으로 뭘 할 수가 있을까?
AI에 대한 법을 만든다고 하자. 혹은 바꾼다고 하자. 그런 법이 만들어지고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을 보고 AI 분야가 바뀌는 속력을 생각해 보면 이건 총알을 우산으로 막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법은 AI의 위협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거나 그 나라의 AI 발전을 완전히 막아버리고 있는데도 변화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AI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도 없다. 그런데 전문성도 없는 법률가들이 AI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건 도대체 뭘 위한 것일까? AI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시스템을 AI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AI 시대의 비전은 AI가 반드시 그리고 저절로 모든 걸 좋게 해준다는 것이 아니다. 근대의 비전도 인간이 아무 것도 안하면 좋은 세상이 온다는 것이 아니었다. 근대는 시스템을 건설하면 그 시스템이 인간을 위해 일할 거라는 비전을 가진 시대였다. 즉 해결책이 시스템이다. 인간이 만들 시스템. AI 시대의 비전도 AI를 쓰기만 하면 저절로 천국이 온다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슈퍼인텔리전스 AI가 나와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AI는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게 있다고 해도 누군가가 인류의 멸망을 기원하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침팬지가 타도 안전한 제트기는 만들어 질 수 없다. 인간이 그에 걸맞게 변하고 인간이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 인간이 슈퍼 인텔리전스를 가진 망의 핵심적 부분이며 AI는 그걸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뛰어난 집단 지성을 가진 망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에 걸맞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수렵채집인이 문명인이로 변했듯이 말이다. 그러면 그 망은 그 강력한 힘으로 인간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이 글을 마치자면 결론은 이렇다. 미국은 기존의 주류이기 때문에 중국만큼이나 AI 시대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 중국은 전근대에 있고, 미국은 근대에 있지만 모두 다 과거 시대다. 미국이 지금 질서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미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질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AI 시대를 어느 순간부터 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실 근대가 제대로 오려면 의무교육이 보편화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모두가 근대인이 되어야 제대로 근대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의 자본가들은 계속 노동착취를 하면서 세상이 비참해서 안될게 뭐냐고 했을 것이다. 미국은 근대 초기의 자본가들 같은 입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이미 잘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세계를 이끌기 보다는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지금 세계가 AI로 시끄럽지만 휴머노이드로봇같은 것에 미디어가 집중하는 것은 이런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장이 원하는 것은 월급을 받지 않는 직원이 생기는 것이지 직원들이 전부 자신같은 사장이 되는게 아니다. 하지만 AI의 진정한 힘은 모두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비할 기회를 주는데 있는게 아니라 모두를 사장으로 만드는 데 있다. 사원의 역할은 AI가 할 것이다. AI는 민중의 힘을 키운다. 정보독점을 무너뜨린다. 적어도 우리가 하는 것에 따라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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