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글모음/무분류 임시67 선악의 문제 23.3.2 선악의 구별은 애매하다. 누구도 어떤 행동도 완전히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다. 그걸 나누는 기준이 주관적인 것은 둘째치고 설사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우리는 언제나 시공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제한된 영역을 보면서 그걸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를 들어 금전적으로 이득이냐 손해냐라는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고 해도 그 판단은 기계적으로 나올 수 없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할 때 그것이 한참 시간이 지나도 좋은 행동이 되는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도 좋은 행동인지 우리는 신경쓰지 않거나 알 수가 없다. 이는 이상한 일은 아니다. 침팬지가 그러한 것처럼 사람도 유한하며 사람은 기껏해야 몇십명 몇백명 정도를 보고 신경쓰며 살 수 있는 동.. 2023. 3. 2. 내 평생의 공부 2021.2.5 내게는 일생의 질문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합리적 판단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위해 많은 글을 썼고 공부를 했다. 내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도 알고 보면 이런 질문을 파고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나는 불합리한게 싫었다. 왜 이 세상에는 불합리해 보이는 일이 이렇게 넘쳐나는지 알고 싶었다. 자연히 내가 파고든 주제나 내가 자주 쓰는 단어도 이 질문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철학이라는 단어를 쓸 때 내가 의미하는 것은 주로 합리성이다. 나는 철학자에 대한 지식을 암기하는 일을 철학이라고 부르지 않고 합리적인 사고를 위한 사고방식이나 사고의 구조를 철학이라고 말.. 2021. 2. 5. 시대착오적 세계전쟁과 미중갈등 2020.9.10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버드의 역사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은 신흥 강국과 기성 강국간의 싸움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부르며 역사상 이런 갈등이 생겼을 때 대부분 무력전쟁이 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투키디데스는 그리스 역사가로 고대 그리스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이었던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이런 전쟁중 가장 오래된 것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예를 들자면 역시 세계 1차대전과 세계 2차 대전입니다. 이들은 떠오르는 독일이 영국프랑스와 전쟁을 일으키고 마찬가지로 확장하던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일으킨 사례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비슷하면서 또 굉장히 다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핵무기때문에 전면 무력전쟁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2020. 9. 10. 철학의 목적과 한국 2019.11.12 철학자 버틀런트 러셀은 철학의 목적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가르쳐 주는데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옳은 말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러셀같은 천재도 아니고 서양사람도 아니니 이 말에도 생각할 점들이 많이 있다. 무지에는 개인적 차원이 있고, 사회적 차원이 있다. 사회적 차원이라고 말했지만 그 사회라는 것이 한 가족 수준의 사회에서 지역 사회, 국가 나아가 거대 지역이나 인류까지 여러가지 수준의 사회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실은 무지의 의미는 아주 여러 층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무지 혹은 개인적인 차원의 철학이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에 개인으로서 답하려고 하는 노력에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물론 사회적인 차원이란 같.. 2019. 11. 12. 말의 경계와 남용 2019.3.13 가끔 내가 딸아이와 이야기하다가 오타쿠라는 말의 의미를 가지고 다툴 때가 있다. 딸 아이는 오타쿠를 매니아라는 말과 다르지 않게 쓰고 사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데 내가 일본 연구소에서 일본사람들에게 물어본 바에 따르면 그 말이 그렇게 건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위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대인기피증 환자의 이미지가 오타쿠에는 따라붙어 있어서 연구소에서는 누군가를 오타쿠라고 부르는 것은 상당히 실례되는 말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물론 누군가를 매니아라고 부르는 것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몰라서 혹은 자연스럽게 혹은 고의적으로 말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시킨다. 이런 예는 찾아보면 많다. 서양에서 말하는 맨션이란 매너 하우스 (manor house) 즉 영주의 집으로 상당.. 2019. 3. 13. 정보의 농도와 인간의 한계 2019.12. 우리가 사는 방식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정보의 농도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문자가 없던 시절 정보의 농도는 매우 낮았다. 사람들은 그저 타고난 머리로 기억하는 만큼의 정보밖에는 가질 수 없었고 문자의 도움없이 발전한 원시적인 언어로 구술되어지는 이야기나 알았을 것이다. 새로운 정보가 생겨나도 옛 정보는 잊혀진다. 이런 시대에 교육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마치 야생에서 태어난 곰이나 늑대가 별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신의 뇌가 가지는 한계를 기록이라는 신기술로 정보를 저장함으로써 극복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정보의 농도는 짙어지고 적어도 두가지 현상이 일어나는데 하나는 거대한 제국같은 큰 사회가 유지 가능해 진 것이다. 제국의 건설이란 도량형의 통일이나 .. 2019. 1. 2. 살아있기 위하여 2017.1.1 연말이라 부모님을 뵙기 위해 수원으로 차를 달리면서 나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차에서 들었다. 이 방송에서 한 유명 음식평론가가 김치에 대해서 했던 말들은 한마디로 우리 민족주의같은 거 멀리 합시다라는 말이었는데 나는 이런 말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우리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거나 김치가 기무치를 이겼다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러지 말자고 내내 역설했다. 그는 낡은 민족주의적 생각은 해방이후 독립된 나라를 가진 순간 잊었어야만 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 평론가는 자신의 관점과 입장에서 어떤 악과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자기 나름의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그런 방송이 못내 아쉽다. 그건 중립을 가장한 편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17. 1. 1. 폭력과 이성 2016.12.29 이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는 여러가지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도 없이 성취된 것를 이성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성은 언제나 우리의 적극적 노력과 행동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상황에 대한 의식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이성이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기 보다는 필요에 대한 응답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가 뭔가를 생각하는 것은 거기에 질문이 있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우리의 배가 부르고 언제나 맛있는 것을 먹는다면 우리는 음식의 맛따위는 알지 못하고 맛있는 것을 먹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에게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있다는 것이고 그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한 .. 2016. 12. 29. 우리의 다름과 같음 2016.12.14 오늘날 우리는 수없이 서로 비교하고 비교당한다. 시험을 보고 붙거나 떨어진다. 유명해지거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게 느낄 것을 강요당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 다르다라는 사실은 삶의 핵심을 이룬다. 무엇보다 먼저 독점적 소유란 현대 자본주의 속의 개인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이 내 것일 뿐 어느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는 것은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보다 더 성적이 좋아서 혹은 더 좋은 부모를 만나서 혹은 더 예뻐서 혹은 더 사교성이 좋아서 혹은 그저 더 운이 좋아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더 좋은 지위에서 더 많이 존중되고 보호되고 있다. .. 2016. 12. 14. 탈중심화와 참여 자유주의 2016.4.23 탈중심화의 시대 비가 오면 길은 우산을 쓴 사람들로 채워진다. 사람들이 우산쓰기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들 비가 온다라는 조건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무의식적으로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 현대의 삶이라는 같은 조건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를 묘사하기 위한 말들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말중의 하나는 분명히 탈중심화일 것이다. 즉 우리는 중심이 붕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중심의 붕괴란 이념의 붕괴이고 질서의 붕괴다. 붕괴란 비극을 불러오는 일이 많지만 그 자체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낡은 질서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모순을 누적시키기 때문에 그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 2016. 4. 23. 아버지의 빈자리 2016.1.20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빈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못하는 상처처럼 남아있다. 아버지는 말씀이 거의 없는 분이셨다. 나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밥은 먹었냐 수준 이상의 것을 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 기억으로는 아버지는 나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던가 대학은 어디로 가기로 했냐는 질문조차 한 적이 없다. 언젠가 어머니를 통해서 아버지가 성적이 된다면 내 아들도 법대를 가거나 의대를 가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다는 것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내게 하신 적이 없고 무정한 아들도 별로 그런 소망을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물리학과에 가려던 내가 법대나 의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으니까. 아버지는 집안일을 하.. 2016. 1. 20. 황제의 농담 2015.10.27 황제같은 권력자는 자신의 유머감각에 대해 큰 착각을 할 수 있다. 주변사람들은 황제에게 아첨하기 바쁠 것이고 따라서 황제가 어처구니 없는 농담을 해도 미친듯이 웃을 것이다. 그러면 황제는 자신을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알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반드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아첨하기 위해서 웃다보면 주변사람도 바뀐다. 황제를 둘러싸고 아첨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스스로가 보고 있다. 즉 자신이 웃고 있다는 그 사실을 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합리화를 한다. 그 때문에 사실 그 농담이 실제로도 조금쯤은 웃기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웃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농담이 웃긴 정도를 가지고 1에서 10까지 등급을 매긴다면 황제의 농담은 1등급은 아니지만 3.. 2015. 10. 27. 사물의 가치 사전1 - 커다란 꿈과 대화 2015.10.2 커다란 꿈 과학자만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은 종종 허황되어 보이는 커다란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화성을 개조하여 식민지로 만든다던가 상온 핵융합에 성공해서 인류를 영원히 에너지 고민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던가 하는 꿈이 그렇다. 그런 꿈들이 허황된 꿈인가 아닌가는 개인적인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꿈들은 일상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상의 꿈이란 기껏 커봐야 승진을 꿈꾼다던가 집을 사는 꿈을 꾸는 것이요 그것도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면 오늘의 회사 급식밥이 맛있기를 기대하거나 새로 사무실에 나온 아가씨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꿈꾸는 수준인 것이다. 커다란 꿈은 일상의 꿈과 비교되어 종종 부질없는 것으로 비판되곤 한.. 2015. 10. 2. 나는 너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2015.7.7 만약 어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생각이 하늘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 사람을 편의상 독심녀라고 부르자. 우리는 여기 마음을 읽는 한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독심녀의 첫번째 문제는 자기가 미치지 않았는가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생각을 읽는다고 하면 우리는 이런 걸 상상한다. 어떤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를 흘끗 본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야 몸매죽이네. 그래서 독심녀가 존재한다면 그녀에게는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릴 것으로 생각한다. 야 몸매죽이네 하고 말이다. 당연한 것같은 이 생각에는 실은 사실이.. 2015. 7. 7. 뭔가를 알기 위한 조건 2015.5.25 우리는 대개 정보나 지식이라는 말들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우리가 뭔가를 안다던가 어떤 것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이 말은 꽤 복잡한 생각을 요구한다. 정보 이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양은 엔트로피이며 이것은 말하자면 우리의 무지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안다던가 모른다던가 할 때는 우리는 먼저 우리의 무지의 정도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6면의 주사위를 던졌을 때 우리가 뭐가 나올지 모른다면 우리는 6가지 가능한 미래중의 하나를 가진다. 반면에 12면체 주사위를 던진다면 우리는 12개의 가능한 미래중 의 하나를 가질 것이다. 그래서 무작위로 하나를 선택할 때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즉 .. 2015. 5. 25. 달의 뒷편, 사물의 뒷편 2015.3.15 달은 언제나 앞쪽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달의 뒷편이란 존재하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은 책을 읽다가 문득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세상은 즐거운 곳이라는 입장에서 말하는 작가와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한 곳이라는 입장에서 말하는 작가다. 사람들에게 널리 공감을 얻어내는 사람은 후자다. 다시 말해 많은 작가들은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나서 그 고통을 벗어날 희망을 말한다던가, 그 고통을 줄일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때로 특정한 구절이나 특정한 글에서 사랑이나 인생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고통이 그 본질인 삶에서 한줄기 즐거움을 찾았다는 문맥을 취한다. 어둠이 없으.. 2015. 3. 25. 21세기형 인간의 새로운 관계 2015.1.19.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어버리지만 인간의 사회는 인간의 특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건물의 한층의 높이는 왜 그정도일까? 그것은 당연히 인간의 통상적인 키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례는 인간의 평균키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사회는 지난 몇백년 몇천년간 엄청나게 변했는데 인간은 여전히 몇만년전과 유전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몇만년전은 커녕 몇천년 몇백년전의 사회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크게 다르다. 유전에 의해 결정된 인간과 사회적 현실의 간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간격은 어떻게 메워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언제나 메워질 수 있는 것일까? 혹시 이 간격을 메울 수 없기에 사회적 진보도 한계에 부.. 2015. 1. 19. 잡담에 대한 잡담 14.12.12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블로그의 글을 읽은 사람들 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몇일 전에도 그렇게 한 분이 다녀갔다. 누구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는 요즘은 그런 걸 걱정하지 않는다. 언제나 만나면 자연스레 잡담이 시작된다. 내가 지나치게 피곤하다던가 뭔가의 일로 걱정거리가 가득하지 않다면 그렇다. 시작은 날씨가 춥다던가 일본은 이런게 좋다던가 나쁘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면 이야기는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가 오겠다고 하면 나는 아예 오시면 차를 마시고 잡담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만화 이야기나 여자 이야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게 부담없고 즐겁기도 하지만 가장 생산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잡담이라는 것은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한다는 뜻이다. 이야기.. 2014. 12. 12. 우리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가. 2014.10.23 비행기 위에서 이 글을 읽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대개 지금 땅이나 건물에 발바닥을 대고 있습니다. 우리는 땅 위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적 발전과 멀티미디어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좀 다른 관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 나가 본 적이 없지만 지구를 상징하는 거대한 구체를 떠올리고, 진공속에 떠있는 그 구체위에 9시 방향이나 5시 방향으로 서있는 자신을 상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무한회귀의 문제라고 불리는 것과 합쳐서 생각하면 우리는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무한 회귀의 문제는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100층 아파트의 80층에 사는 주민이 생각했습니다. 80층은 누가 떠 받치고 있.. 2014. 10. 23. 철학공부의 어려움 2014.10.17 이 세상에서는 이제까지 많은 직업적 철학자가 활동하고 죽었다. 아주 유명한 철학자들만을 생각한다고 해도 세상에는 아주 많은 철학자가 있었다. 우리가 가진 문제중의 하나는 죽은 사람이건 살아있는 사람이건 그들이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것이다. 물론 과학계에도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철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정도에 비하면 과학계는 완전히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서구 철학의 아버지쯤으로 말해져야할 그리스 시대의 인물이 아니라면 철학자들이란 대개 그들보다 앞서 나온 철학자들의 글을 읽고 그것을 평가 종합하는 일을 했다. 골치 아픈 것은 상당한 존경을 받는 그 지성인들은 대개 그들을 추종하지 않는 다른 누구에게 '그는 누구누구의 철학을 잘못 이해했다'라는 평을.. 2014. 10. 17. 내 마음 나도 몰라 2014.10.15 한국에서 별로 강조 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일관성이다. 물론 사람들이 일관성을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을 리는 없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정말 깊이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 나는 종종 의문이 든다. 그 결과로 생겨나는 여러가지 비극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일관성에 대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물론 고의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그런 걸 무시하는데 익숙해져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렇게 한 결과 내마음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르면서 사는데 비극이 안생길 리가 있는가? 무슨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간이 짐승보다 더 잘사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기억을 하고 나아가 글로 적어서 자.. 2014. 10. 15. 무지의 이론 2014.10.14 무지하다라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모른다고 했을 때 우리가 모르는 그 뭔가가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다. 그게 뭔지 모르므로 그것이 중요한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에는 약간 혹은 완전히 다른 질문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무지하다는 상태를 자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즉 특정한 어떤 지식을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지하다는 상태를 자각하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의식의 존재는 예측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보자. 신경생리학자인 로돌프 리나스는 꿈꾸는 세계의 진화라는 책을 통해 뇌의 존재이유는 예측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책에서 멍게의 예를 든다. 멍게는.. 2014. 10. 14. 세뇌하지 않는 철학을 찾아서 2014.10.13 길고 복잡한 철학책을 읽어본 사람은 자연히 느끼는 일이겠지만 논리적 철학 나아가 모든 논리적 설명을 제공하는 이론은 모두 세뇌하는 이론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런 이론들때문에 우리는 때로 더 현명해 지는 것이 아니라 더 바보같아 지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그것은 사실일까? 배움의 본질은 원래 그런 것이니 우리는 그것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모든 이론과 설명을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진짜 문제가 있으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지의 이론이라고 불릴 만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인가를 더 생각하기 전에 논리적 설명을 제공하는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2014. 10. 13. 장님과 여배우의 문제 2014.10.10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배우가 하나 있다고 하자.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녀와 알게 되어 붙어다니게 된 한 장님 여자가 있었다. 이 장님은 타고난 시각장애자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 장님은 그 여배우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그 장님이 그 여배우를 안다고 말한다면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말장난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예를 들어 그 장님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여배우에게 유달리 친절한 것을 느낄 것이다. 그 장님여성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느낄까. 그녀는 그것이 그 여배우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눈을 가진 우리의 입장에서 그거야 당연하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 2014. 10. 10. 더 커다란 생각이 없는 삶 2014.4.2 개인의 탄생이라는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원근법이 없는 그림을 그리다가 그것이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마치 과거 서양의 르네상스같은 시대를 다시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원주민부족의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아래에 보여지는 것처럼 여전히 원근법이 없이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의 그림처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원근법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보았다, 그 그림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는 한참을 보다가 말한다. "아 아저씨는 이제보니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군요!" 그림에 원근법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세상을 보다 정확히 그리는가 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걸 고대인들.. 2014. 10. 2. 가장 확실하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 2014.10.1 우리는 많은 것들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것은 원래 그렇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물론 우리가 모르는 것은 많다. 실은 우리가 뭔가를 모를 수록 대개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확실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모르는 것이 많은 것에 대해 오히려 가장 많은 확신을 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에 종종 어떤 이름을 주고 우리는 모른다고 하는 대신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 말한다. 무지는 만물의 어머니다. 무지는 존재의 생성의 근원이다. 예를 들어 개가 이유없이 죽는 경우를 개돌연사라고 부른다고 하자. 그 말은 우리는 개가 왜 죽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 개 한마리가 죽었다. 왜 일까? 모르죠라고 말하는 대신 개돌연사로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면 마치 뭔가를 알고 .. 2014. 10. 1. 기본적 질문과 우리의 생활 2014.9.26 여행의 즐거움 혹은 여행의 의미는 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곳에서 떠나서 그것과는 다른 곳에 가보는 것에 있다. 우리는 다른 곳에 가서 그 곳이 우리가 사는 곳과 뭐가 다른가를 보고 느낀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은 잘 보이고 어떤 것은 잘 보이지 않으며, 모든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잘 보이지 않는 차이 일 수록 더더욱 중요하다는데 있다. 왜냐면 분명 어떤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를 이거 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 그 이유는 그 곳에서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이런 저런 것을 가정한다던가 이런 저런 것을 .. 2014. 9. 26. 신념과 혁신 2014.5.8 신념과 혁신 우리는 흔히 낡은 것에 익숙해져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참아내며 살아간다. 일상의 삶이 의미를 주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새로운 세계로 초극하는 것을 꿈꾸는데 그것은 신의 세계일 수도 있고, 어떠한 새로운 이념이 보여주는 세계일 수도 있다. 그것은 새로운 로맨스일 수도 있고 춤이나 음악의 세계일 수도 있다. 뭔가의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러한 상황을 답답해 하고 우리를 가로막는 것들에 대해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열정과 도전이란 다양하지만 사실 모두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일상에 지쳐서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영화관을 찾는 사람,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혁명가, 종교적 열정에 빠진 구도자도 그 대상의 구체적 내용이 다.. 2014. 5. 8. 공부의 어려움 2014.2.28 몇몇 재수 좋은 사람과 몇몇 어리석은 사람 그리고 공부에 관심없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다. 공부란 것도 여러가지가 있기는 하다. 그래서 주제에 따라 어려움도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공부의 어려움에는 공통된 것도 있다. 그것은 시작에서 시작하면 시작을 빠져나올 수 없고 끝에서 시작하면 시작을 모르고 끝을 공부하는 어려움이다. 물리와 철학을 공부하는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튼의 법칙 정도는 안다. 그러나 그중의 하나인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는 식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우리는 과연 힘이란게 뭔지, 질량이란게 뭔지, 거리나 시간이라는 게 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사실 끝이 없다. 서양철학사의 시작은 그리스에서 시작한다. 그러면 .. 2014. 2. 28. 우리들의 잊혀진 이름 2014.1.5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여러가지 사회적 역할을 하고 여러가지 관계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는 서로에게 가족일 때도 있고 동창일 때도 있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살 때도 있고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노리는 야심가로 살 때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무엇이나 될 수 있지만 실은 한 사람은 대개 매우 제한된 정체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삶에는 관성과 습관이 붙고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할 수도 있는 무한한 모든 것을 동시에 하고 동시에 느끼며 살기보다는 어떤 뭔가로 산다. 그 뭔가가 우리의 이름이다. 그 이름은 때로 강렬하게 인식될 때도 있고 잊혀질 때도 있다. 불교신자들은 종종 다른 신자들을 가르켜 도반이라고 부른다. 도반이라는 말은 함께 불도를 닦는 .. 2014. 1. 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