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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정권의 인정과 한국의 미래

by 격암(강국진) 2013. 12. 6.

13.12.6

나는 요즘은 몇년 전처럼 정치에 대해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한국의 현재는 한국의 시민들의 수준이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판의 누구나 어떤 정책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보다 시민들 한명 한명이 정말 제대로 산다는게 뭔지 생각해 볼때 한국도 제대로 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본래 남을 위해 쓰는 글들이 아니기는 하지만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 주변의 일, 내 마음의 일에 대해 쓰는 일이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도 저것도 다 옳고 요즘 화제가 되는 국정원 선거부정 사건같은 것에 대해서도 그거 별거 아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양비론이나 기계적 중립따위는 아니다. 

 

나는 믿는다. 한국 사회의 미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인정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상상할 때만 가능하다.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고 자주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소통하고 반부패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정책적으로 그들을 계승하는게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연장선상에 서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대중정권과 그 정권을 계승한 노무현 정권의 정책, 그 정신을 한국의 미래청사진의 근간으로 삼고 그걸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정권이 필요하다. 그들을 미국의 링컨과 케네디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세상에서 뿌리없는 출발은 어려운 법이다. 김대중-노무현이 있거늘 그들을 계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비슷한 정책을 추진해 가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런데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명박 정권을 지나고 이제 박근혜 정권의 정권퇴진 운동에 직면하고 있는 요즘에 와서도 그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계속 인정하지 않을 때 모두가 망할 것이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망할 것이다. 우리는 mbc방송같은 곳이 그렇게 망하는 것을 보고 있다. 온국민의 기대와는 반대로 뛰어가 이제는 누구나 첫손에 꼽는 어용방송이 되어버린 mbc는 유익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서 시청률이 형편없어졌다. 그래도 MBC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추락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한국도 그렇게 계속 추락시킬 참인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충 세종류가 있는 것같다. 그들은 모두 다른 자세로 다른 이유로 그렇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모두 뼈아픈 오류라고 생각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첫번째 부류는 물론 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종종 한국이 정말 후진국이었던 시절의 박정희정권에 대한 향수에 빠져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어떤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왜 아예 세종대왕이나 광개토대왕시절로 돌아가자고 안하는지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가치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의 배금주의적 가치, 그것을 위해서라면 희생도 불가피하다는 가치밖에는 상징하지 못한다. 그게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 되는가. 돈이면 다라는 것때문에 나라 여기저기가 부패하고 망가지고 있다. 대학도 기업도 다 망가진다. 그런데 어떻게 박정희가 미래인가. 

 

이명박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인정해야 한다. 그는 윤리적 대통령도 경제대통령도 아니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지켜내지도 못했을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도 위태하게 만들었고 세계속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만 했다. 그의 임기중에 어떤 경제적 성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노무현 정권시절에 뿌린 것이 수확을 거둔 것이며 이제 그의 임기가 끝난 지금 한국은 총체적인 문제에 빠져 있다. 한국은 크나큰 빚더미에 앉아있고 이명박시절에 벌린 사업들은 모두 돈을 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더 나쁜 것은 그가 한국사회의 부패를 크게 증가시켜서 사회적인 불신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제사람들은 80년대 민주화운동할때처럼 생업을 포기하고 세상공부해야 할 판이다. 천안함사건의 진실이 뭐건, 국정원 선거부정사건의 진실이 뭐건 사람들은 왜 쉽게 주저앉지 않는가. 언론과 사법제도같은 기본적 사회 장치들이 망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득권이라 불리는 부자들에게 묻고 싶다. 감정적인 것을 뒤로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라. 가난한 중산충이나 서민은 그렇다치고 과연 이명박이 부자들은 지켜줬는지. 지켜줄수 있는지. 사회의 기본이 흔들릴때 과연 거기서 부자로 살고 있는 당신들의 재산은 지켜지는지. 삼성과 현대는 과연 미래가 밝을까? 나는 지금처럼 나아가면 한국사회안에 꿈틀거리는 반재벌정서가 감당할수 없이커질거라고 생각한다. 지지자들에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프로세스를 지키려고 했던 노무현이 부자들에게도 사실은 좋은 일이었다. 

 

지금은 제대로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없다. 밀양 송전탑 사건과 노무현 정부때의 부안 방폐장 문제를 비교해 보라. 노무현 정부때라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지만 이명박 정권이래 확실한 것은 그들은 국민을 설득하고 타협시킬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정희 시절처럼 눌러서 다 해결되지도 않는다. 새누리당은 노무현을 가르켜 아마추어라고 많이 말했지만 이명박 정권이래로 나는 진짜 아마추어같은 짓을 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그들이 부자건 가난뱅이건 누군가를 지켜준다고? 그런 믿음은 거짓이다. 그런 믿음이 실패했다는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명박을 주로 지지했던 지역주민들은 곰곰히 생각해 보라. 과연 이명박이 그 지역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을 했는지. 4대강공사를 벌였던 지역은 정말 그렇게 행복한가. 살림살이가 좋아졌는가. 인구는 줄고 일자리는 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만 올라가니 행복한가. 4대강공사같은 사업들이 유지비를 청구하는데 당신들은 그것을 지불할 능력이 되는가. 

 

개발독재는 적어도 21세기에 오류다.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박정희는 박정희를 위해서 무덤속에 내버려 둬야했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됨으로 해서 그 아버지를 역사적으로 매장시키는 결과를 낳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대통령이 되는 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물론 한국을 위해서도 그렇다. 

 

김대중-노무현을 인정하지 않는 또 다른 사람들은 야권에도 있다. 지금도 여당의 종북 딱지 붙이기를 비난하면서 친노니 노빠니 하면서 노무현에 대한 평가와 영향력이 커지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야권에도 많다. 그들은 지금 묘한 입장에 있는데 바로 당시 한나라당이었던 지금의 새누리당과 함께 노무현 죽이기의 탄핵에 앞장섰던 것이 또 민주당과 그 관련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리틀 김대중 운운했던 한화갑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참 한숨이 나왔다. 김대중이 정치를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노무현은 국민적 지지도만 달랐을뿐 야권에서도 소수파였고 지금도 그렇다. 안철수가 그렇듯이 말이다. 안철수나 노무현계열로 말해지는 문재인, 유시민같은 인물이 없으면 대권국면에서 아예 게임을 시작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야권에서는 대세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노빠니 친노니 하는 말을 써가면서 노무현을 지우려고만 한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이다. 물론 공과가 있고 오류가 있겠지만 그걸 일단은 긍정하지 않고 그걸 계승한다는 자세없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누가 새로 그리겠다는 것은 만용이다. 그것도 이렇다할 국민적 지지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할수 있었으면 진작에 해야 했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실패, 자신들의 능력없음을 이제는 인정해야한다. 무엇보다 한국을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안철수다. 그는 기성 정치판을 극복하고 개혁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김대중-노무현도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좋게 말해도 그는 박정희든 김대중-노무현이든 뭐 각자 공과가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것은 만용이고 오류다. 조선시대는 결국 망국으로 끝났지만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역사를 전제하지 않고 과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허공에서 정체성을 만들어 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정치도 역사서를 쓰듯이 족보를 써야 한다. 국민이 직접 경험한 시대를 기반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소설을 쓰는데 한국어로 쓰는게 아니라 한국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언어로 써서 출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도 천지창조하듯 혼자서 국가를 만들어 내는게 아니다. 발전적 계승에서 과거에 한가지를 더할 뿐이다. 그러므로 안철수는 역사성을 가져야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세상에 보일 수가 있을 것이다. 박원순도 서울시장이 되기전까지 양비론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정치를 하자면 모든 것을 부정하고 허공에서 자기만이 아는 비법을 쓰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에 입당하지는 않더라도 모든 편에 대해 긍정의 미소를 보내서는 정체성없는 인물이 된다. 그렇게 하겠다면 정권따위 운운하기 이전에 십수년 다른 곳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 혼자서 제주도를 장악해서 지상낙원으로 만든다던가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지만 이 글은 그다지 인기가 없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글은 자주 안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주인없는 배처럼 흘러가는 한국을 보면서 쓰게 되었다. 애들도 키우고, 젊은 사람들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하고, 노인들 노후도 안정화 시켜야 할것아닌가. 뭐로 그렇게 하자는 것인가. 삼성-현대? 절반은 이미 외국인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그다지 일자리도 많이 만들지 않고, 외국시장만 신경쓰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국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게 그들이다. 그 회사들이 그렇게 해준다고? 집안이 바로서자면 먼저 정신을 세워야 한다. 그 첫걸음은 실패를 인정하고 김대중-노무현을 한국 역사의 정통으로 세우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미래에 좋은 일이 있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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