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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에세이들/미래상상

미래상상 2. 새로운 정보 빅뱅 시대와 나침판

by 격암(강국진) 2014. 8. 14.

어린 시절에 만화방에서 군것질을 하면서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냥 행복해서 그냥 이렇게 영원히 살았으면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은 우선 돈이 없기 때문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바뀌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만화의 세계는 나를 오래 머무르게 할만큼 충분히 넓지가 않았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재미있는 만화 다보고 나니 이젠 만화의 세계도 한계가 느껴지더라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적어도 인터넷 시대 이후 세상이 바뀌어 가면서 바로 이 부분이 극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중대한 결과와 함께 말이죠. 오늘은 그 의미와 결과에 대해 정리해 볼까 합니다.

 

 

전문가의 세계, 매니아의 세계

 

저는 만화의 예를 들면서 그 세계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만 이 세상에는 아주 여러가지의 분야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개개인의 취향과 능력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 중에는 통상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세계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오타쿠, 매니아 뭐 그런 사람들이 그런 세계에 빠져서 수십년을 나오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전문가나 통상 존중받는 취미에 빠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디오의 세계에 빠졌다던가, 고전음악이나 민요의 세계에 빠진 사람, 노래를 부르는 것에 빠졌다던가 바둑, 캠핑, 등산 낚시에 빠지고 추리소설이나 무협소설, 로맨스소설에 빠지고 자동차에 빠지고 집짓기에 빠지고 세계여행에 빠지고 온라인 게임에 빠진 사람들등 세상 사람들은 여러가지에 빠지며 어떤 사람들은 남보다 더 그렇게 합니다. 과학에 미쳐 과학자가 된 사람, 그림에 미쳐 화가가 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도 그렇게 쓴 적이 있지만 아인쉬타인도 오타쿠고 학자도 오타쿠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계들이 인터넷 시대 이후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인터넷은 세상을 연결하고 거대한 규모로 정보를 저장합니다. 그렇게 해서 바뀐 환경은 우리가 어느 분야의 문을 열었다고 할 때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미국드라마니 일본드라마니 즉 미드니 일드니 하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인터넷에 가서 미드 추천이라고 검색을 한 후에 괜찮은 목록을 뽑아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추천 미드만 미친 듯이 다 보겠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그야말로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같다는 겁니다. 만화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천 목록만 봐도 엄청나게 깁니다. 

 

그리고 그 엄청나게 긴 목록은 지금 이순간에도 빠르게 길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 후반에는 한국에서 일본애니를 보는 것이 불법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를 불법 복제 테이프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관심있는 사람들은 서로 복사해준 화질 나쁜 비디오 테이프를 마치 보물처럼 여겼죠. 데이트라도 나가서 그런 테이프를 둘 다 봤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마치 서로가 무슨 대단한 매니아란 걸 발견한 것처럼 반가워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그런 걸 수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야자키 하야오 전집 DVD가발매된 것도 한참이고 사실 OTT에서 쉽게 좋은 화질로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세입니다. 20년이나 30년전에는 매니아나 전문가만이 알 수 있었던 정보가 이제는 검색한번 터치한번이면 우리앞에 펼쳐집니다. 전에는 영화가 상영되고 유행지나면 처박혀서 잊혀졌으며 소수의 매니아나 다시 찾았지만 이제는 50년전 작품이라도 100년전 작품이라도 상품이 됩니다. 때문에 지금 만들어 지는 미디어들은 전부 디지털화해서 저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옛날 것들도 책이며 영화며 공연들도 다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다시 만화방에 있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봅시다. 이제 어린 나는 돈만 있다면 그냥 평생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 싶은 세계를 쉽게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엄청난 능력과 관심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넘을 수 있던 장벽이 아주 낮아져서 우리는 사방에서, 손을 대서 열어보는 것마다 그 안에 수십년에서 평생을 소모할 세계를 쉽게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당시의 나로서는 있는 줄도 몰랐던 만화가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이 있으니까요. 

 

추리소설이 좋습니까?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는 순간 명작만 따져도 당신이 평생 읽을만한 것들이 헐값으로 우리들앞에 펼쳐집니다. 21세기가 싫습니까? 우리는 인터넷에 1950년대나 1970년대의 음악, 방송, 미술, 유행에 대한 정보를 전부 모아서 그것을 가지고 아예 과거를 재창출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복고풍드라마를 만들고 그런 거리와 마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19세기 파리에 살고 싶습니까? 미국 서부개척시대나 조선시대는 어떻습니까? 중국의 당나라는 어떻습니까? 

 

정보가 부족하던 시대에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몇권의 책을 읽거나 몇개의 영화를 보고 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구경하는 정도에 멈춥니다. 그러나 지금도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끌어 모아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는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정보와 비교하면 과거의 그것을 하나의 점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다시 말해 현대인들은 지금 정보의 빅뱅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폭팔은 아직 제대로 본격화 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빅뱅이후 만들어 진 것이며 우리는 빅뱅이전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정보의 빅뱅은 무수한 세계를 만들 것이며 이 빅뱅이전이나 빅뱅초기는 점차로 잊혀질 것입니다. 전에는 머리를 집어넣을 공간도 안되어 보이던 것이 아주 넉넉한 공간이 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아예 한번 빠지면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이 되고 탈출할 수 없을 것같은 블랙홀이 되어 우리를 삼켜버릴 듯이 커질 것입니다. 

 

정보빅뱅과 주류문화의 전복

 

드라마 중독, 게임중독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작은 방에서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산다는 일본의 니트족은 이런 시대니까 번성합니다. 그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머리를 컴퓨터에 붙이면 혹은 그들만의 작은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그들의 몸은 여기있지만 그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입니다. 그 세계가 살만하고 따뜻하기에 그들은 피씨방과 원룸같이 작은 공간에서 몸에 살아갈 최소한의 에너지만 제공하면서 살아도 나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게임중독자를 무조건 칭찬하지는 않습니다만 반대로 이런 것들을 무조건 철없는 것,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과학연구를 위해 밤낮을 잊고 유해한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과학도의 삶, 역사연구에 빠져 밤이고 낮이고 도서관이나 현장에서 사는 역사학자의 삶과 게임 중독자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생각해 보면 작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자도 오타쿠입니다. 그것을 무시하면 이번에는 반대로 열정과 상상력도 죽이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나 제품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스마트폰등은 전부 철없고 대책없는 미친 상상의 산물입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인쇄의 보편화와 관련된 지난 번 정보빅뱅은 아주 많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 도시화 같은 것은 그 목록의 일부에 불과 합니다. 그 이전의 사람들이 살던 방식 즉 기존의 주류문화는 완전히 전복되었습니다. 닐 포스트만은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라는 것 자체가 읽기와 쓰기 교육이 보편화되고 학교가 생기자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즉 독서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제대로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보편화된 것입니다. 공장과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자 학교도 그에 맞춰서 컨베이어 벨트를 가진 공장을 본따 만들어 졌습니다. 즉 스승하나에게 모든 것을 배우는 도제식의 교육이 전문화를 통해서 아이들의 머리에 가장 효율적으로 지식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 앞에서 학교같은델 뭐하러 가는가, 농사나 짓고 살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진 사람이 되었고 종종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큼 가난해 졌습니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전에는 없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이번의 정보빅뱅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큰 차이도 존재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지구상의 인구를 열배 스무배 늘릴 수는 없습니다. 특히 지금의 소비수준을 유지하면서는 말입니다. 지구가 견뎌낼 수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는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물리적인 인구밀도가 아니라 정보적인 인구밀도는 급격히 작아질 것입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시다. 지금 지구상의 인구가 천분의 일로 줄어든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여러가지 종류의 직업에서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들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경찰도 없이, 선생님도 없이 살 수 있습니까? 모두가 의사지망생이라면 경찰의 월급이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똑같은 지식을 배우고, 그 안에서 경쟁한 끝에 이긴자가 좋은 직업을 가진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사실 전문화가 많이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회주의적으로 사회가 운영되지 무한경쟁의 시장논리로 사회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전문가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나중에 정말 성공할지 안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이룩되는 것으로 사회적 자산입니다. 이들은 매우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자라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도 없고 끝까지 졸업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인구가 그대로 있어도 정보량의 폭증으로 사회가 상상할 수도 없이 복잡해지면 모두가 학교에 모여서 같은 것을 배운다는 전략은 비현실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전문가가 되라고 추천될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라면 한그릇을 팔아도 문화와 함께, 신용과 함께 팔지 않으면 안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수도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지식을 배우면 미래가 보장된다고 말해주기가 어려워집니다. 불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열심히 배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스스로 뭘 배우기로 선택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공장식으로 전문화하여 상호 연결도 안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다시 멘토와 스승의 시대, 전일적 교육이 강조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래의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에 비하면 훨씬 다양화된 문화를 가지고 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아주 특이한 곳에 문화 관광여행을 갑니다만 미래에는 그냥 사람들이 서로에게 외계인처럼 특이해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한없이 낯설게 느끼게 되기 쉽습니다. 

 

지금도 노인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문화적 간격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매우 커져있는 상태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핸드폰이 없거나 인터넷을 모른다고 하면 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우리는 핸드폰과 인터넷 이전 시대를 체험하기 위해 자연캠프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할줄 모르는 노인은 젊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원시인, 신기하게 구경할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들에게 요즘 젊은이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문화적 간격의 증가는 단순히 세대간에서만 벌어지는게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를 떨어뜨려 놓게 될 것입니다.  빅뱅이 문화적 공간자체를 지금 이순간에도 맹렬하게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좀 더 외로운 존재가 될 수 있으며 남을 흉내내서 산다는 것이 매우 힘들어 질 것입니다. 메뉴얼대로 사는 사람은 망하는 겁니다. 

 

이런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선택을 제대로 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렇게하지 못하는 사람, 다시말해 그저 남이 깔아놓은 길로만 가려고 하는 사람은 산업혁명시대에 농노로 살기를 고집하는 것과 같아서 점점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건 뒤집어 말하면 문화적 조언을 주는 것, 문화적으로 가까운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  사회적 구심력을 만들어 내는 것의 가치가 더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것에 실패한 집단과 사회는 산산히 흩어져서 재산싸움에만 몰두하는 가족과 매국노로 가득차게 될테니까요. 

 

우리의 은하계 여행의 항로가 다르다면 우리는 아주 멀리 멀리 떨어질 것이고 어쩌면 다시는 서로의 소식을 듣지 못하게 되거나 절대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가 될지 모릅니다. 마치 다른 별에서 온 말이 통하지 않는 외계인들처럼 말입니다. 피씨방에서 돌연사하는 온라인게임중독자들은 여행에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인터넷 소수문화를 만들어 썩어가는 듯 보이는 집단은 또다른 실패자들입니다. 그러나 행여 우리의 뜻이 맞는다면, 우리가 여행의 요령을 배운다면, 우리는 소통 가능한 친구로 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앞서 저는 게임중독자와 고귀한 예술가나 과학자를 같은 것으로 놓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하지만 뭘해도 어차피 다 똑같다라는 말은 진실인 동시에 완전한 거짓입니다.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우리는 여행의 가이드와 나침판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새 뜨거운 별에 들어가 한 줌 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죠. 또 어떤 별에 착륙하여 행복하지 않은데도 거기서 탈출 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빅뱅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요. 아뭏튼 요즘은 어느 문을 여나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심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시대에 뒤져서 저절로 아주 특이한 사람이 됩니다. 여러분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여행을 위한 팁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도 모릅니다. 제가 믿는 것도 여기에 다 쓸 수 없습니다. 자세히 쓴다면 한정없이 쓸 수 있고 실제로 블로그를 하면서 그러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옳다고 느끼는 몇가지 팁을 간단히 언급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미리 말해두지만 무슨 신기하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말 몇마디가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첫째로 우리는 고래로부터 성현들이 했던, 우리가 이미 익숙한 고전의 말씀이 현대에 좋은 가이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정성적으로 말하면 사회가 복잡하고 변하는 시대에 개인들이 정체성과 윤리적 혼란에 빠진다는 상황은 역사에 흔히 있었던 일입니다. 종교가 타락하고, 제국이 붕괴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같은 것을 고민했습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인류역사상 그 어느 시대보다도 더 큰 시대를 살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것을 정보빅뱅이라 부를만 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혁명이 일상이 된 시대입니다.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시공간에서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일들이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전은 길게는 수천년의 시간을 이겨낸 것입니다. 그 안에서 보는 넓이의 폭이 그만큼 컷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들은 소중합니다. 그래도 우리를 지켜줄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유효기간이 하루도 안가는 온갖 자질구레한 정보, 반년만 지나면 읽을 필요가 없어질 책은 오히려 이따금 일부러 무시해야 합니다. 너무 코앞만 보다가 시야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인문학과는 망해가는 것같은데도 오늘날 고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이 그 필요를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꾸 현기증이 나서 길을 잃어버리고 있으니까요. 이 변화는 날로 더 커지기만 할텐데 말입니다. 

 

고전과 연관되어 한마디 첨부하고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현기증 나는 넓은 시대에 살수록 생명선이 되어줄 보편질서와의 연결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닌다. 특수해 지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일 수록 보편의 가치는 귀합니다. 그걸 잊으면 개인적으로는 영원한 우주미아로 좌초하게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우리는 모두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그 보편을 잘 표현하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고전입니다. 

 

둘째지만 이 여행 가이드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랄 수도 있는 팁은 여행의 나침판은 자기라는 겁니다. 우리는 자기와 대화하고, 자기 마음을 알아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남따라 어디 흘러가서 한번 해본 마약이 인생을 망친 이야기는 세상에 흔하죠. 메뉴얼이나 원래 그렇다는 말들은 믿을 수 없습니다. 사실 믿을 수 있는게 거의 없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그럴 것입니다. 모든 분야가 점점 더 강력한 블랙홀처럼 되어가는 시대에 아무 생각없이 남따라 선택하다가는 금새 중독되고 코가 꿰여서 탈출 불가능한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세상에 코를 꿰지 않고 사는 자유인이 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늘상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글을 쓰라고 권합니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이 자기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으며 명상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체험을 할 수도 있으니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도 말이죠. 앞뒤위아래양옆 모두가 옳은 방향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 책 속에 그리고 자기가 쓴 글속에 탈출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물론 좋은 친구,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겠지만 일단 자기 눈이 삐뚤어지면 황금을 눈앞에 두고 침을 뱉고 똥을 얼싸앉고 좋아하게 됩니다. 그러니 결국 다시 자기인 것이죠. 

 

자기를 찾는다고 하지만 그 자기란 객관적으로 있는 것을 발견하는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기가 한장한장 벽돌을 쌓아올려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성장하는 자기이고 배우고 지금의 나를 초극하는 자기입니다.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보려고 노력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유혹이나 중독이 나쁘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직 새로운 차원의 세상을 보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됨으로서만 거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납니다.

 

마지막 팁은 가볍게 살라는 것입니다. 정말 여행하듯이, 금방 떠날 것처럼 가볍게 살아야 합니다. 언제나 나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것 그리고 꼭 그래야 하는 것 말고는 돈이든 명예든 인간관계든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란 가르침은 이 시대에 적절한 가르침입니다. 성공한 기업가 스티브잡스도 항상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떠나야 하는건 아닌지 생각하며 산다고 말했죠. 아니다 싶으면 훌훌 털고 일어나자고 말하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가볍게 살아야 합니다. 집착의 양도 작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게 아니다 싶으면, 때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면 우리는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합니다. 그걸 잊으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어 떠나야 할 때가 되어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되고 그러는가운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분실하게 될 것입니다.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때로 좋은 경험이지만 싸구려 잠자리와 싸구려 음식에 견디지 못하게 되도록 사치에 익숙해 져서는 여행을 떠날 수 없습니다. 이따금 굶어도 보고, 무시도 당해봐야 합니다. 내가 잘났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집에 불이 나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도 숲으로 가면 비도 오고 춥고 무섭기도 하다면서 집에 앉아 있으면 결국 불에 타죽고 말죠. 

 

미리 말했듯이 이런 말들은 새로운 말은 아닙니다. 이 글을 읽고 다 아는거라고 불평하거나 잘 이해가 안간다고 불평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뭘 기대했습니까. 글 하나안에 천국이 있다면 이미 세상이 천국이 되고도 남았겠지요. 결국 기본적으로는 답은 자기가 찾아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가로지르는 여행자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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