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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비극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진짜 누구인가.

by 격암(강국진) 2018. 8. 22.

18.8.22

한국은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동안 쿠데타만 해도 두번이나 있었고 기나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이전이라고 해봐야 일제시대다. 그러다 보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스템의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약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한국에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하면 바보고 손해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흔히 절차가 나쁘다, 공권력이 부패했다, 언론이 편향되어져 있다고 말하곤 했다. 여론에 호소하고는 했다. 그리고 노무현과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지적들이 모두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민주적 정통성을 세우고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러한 행위와는 반대되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여러가지 정책을 펴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이 뭐냐고 하면 내가 보기에는 합리적 절차의 정착이다. 민주정부란 결국 권위를 내려놓고 정해진 절차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개입하지 않으면 법이고 절차고 다 무시되는 것은 민주정부가 아니다. 독재정권의 문제도 따지고 보면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이런 독재적 개입을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도 권력을 중앙에서 독점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중앙이 느리고 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어도 개혁의 과정 중에는 절차를 지키고 절차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모순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사회의 각 분야에 이미 자리하고 있는 기성 사회의 권력자들은 절차를 강조하면 그 절차를 이용해서 개혁을 막는다. 민주적으로 민주주의에 반대한달까. 예를 들어 어떤 분야의 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고 할 때 그 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구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면 그 위원회가 개혁적인 정책을 지지할 리가 없다. 

 

우리나라의 금융이며 군사며 방송에 관련된 인사들이 모두 바뀐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도 모두 바뀐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고 나서 자주 나왔던 말들 중에 바뀐 것은 청와대의 주인밖에는 없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권때 처럼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압력으로 인적 청산을 하면 새 정권도 옛날과 다를바가 없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것은 특히 민주적 절차를 정착시키겠다는 스스로의 정치적 정체성을 스스로 해치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인적 청산을 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면 대통령이 바뀌어서 세상이 다르게 흘러갈거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전의 보도에 따르면 이제까지의 국세청의 행동은 마치 삼성의 개인적 보호자처럼 보이는 면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세청의 직원을 전부 절차 무시하고 잘라버리고 삼성에게 냉혹하게 행동할 사람으로 채워넣는다면  그 개혁은 어떤 개혁인가? 민주를 위한 독재?

 

결론적으로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에 있어서 두가지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는 절차의 중요성을 믿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개혁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절차란 대개 느리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대로 하면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 많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 두가지를 무시하고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개혁을 포기하는 일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정착시키자고 하는데 경찰은 부패했고 무능하니 나는 사적인 복수를 하겠다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인 처벌이 자꾸 일어난다면 경찰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까? 경찰은 정의를 모르고 나는 정의를 아니까 내가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행동은 결국은 경찰 제도를 무력화 시킬 것이다. 경찰은 계속 정의로운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이 모순적 상황에 대한 쉽고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당신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민주정부를 지지한다면 지난번 촛불 집회의 군중이 보여주었던 질서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온당한 절차를 따라서 나라를 굴러가게하겠다는 의지다. 화염병을 던지고 청와대에 강제로 침입했었다면 그런 행동은 결국 알려진 대로 기무사의 친위구데타를 정당화하는 일이 되었을 것이고 정권교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참았기에 정권은 교체된 것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나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번 전해철과 이재명의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서 부터 시작된 여권 내부의 파열이 지겹게도 끝나고 있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매우 기묘한 사람들은 바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절차는 지킬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를 자꾸 여론전으로 이끌고 나가면서 현정부를 공격하려고 하는 보수 매체에게 계속 재료를 대주고 있는 사람들이다. 

 

확실히 지금 사회는 문재인이 독재를 하는 곳이 아니고 이전 정부에서 내려온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문재인 정권이다. 그런데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을 무시하고 승복하지 않으며 경찰이나 검찰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길거리에 나서서 화염병을 던지면서 정부를 타도하자고 외치면서 현재의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김부선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자신의 권리다. 하지만 그녀를 돕고 이재명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기본적 행동을 보면 자신들은 공권력에 억압당하고 있다는 자세가 보인다. 이재명이 재판하자고 해도 그 절차를 기다리지 않는다. 즉 모든 일들을 다 여론전으로 밀고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그 공권력이란 어떤 공권력인가 바로 문재인 정부의 공권력이다. 물론 김부선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야 할 이유도 없고 현실은 흑도 백도 아니니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는 공권력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계속하게 되면 그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는 부패했던지 아니면 무능하다는 말밖에는 안된다. 지난 지방선거 경선에서 전해철을 이재명이 이겼다. 전해철을 지지하고 이재명이 싫은 사람들은 분명 그런 결과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이재명을 비난하면 결국 민주당은 부패했던지 무능하다는 말밖에는 안된다. 

 

그런데도 여러 게시판에서 스스로를 문재인 지지자라고 부르면서 이재명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그걸 넘어서 이재명에 대한 그런 비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비판하고 있다. 끝도 없는 것이다. 모든 일들은 다 여론전이다. 그들에게서는 절차에 승복한다던가 절차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트위터에서 이재명을 비판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가 그에게 이재명과 김부선에 관련된 경찰의 조사나 사법부의 판단이 이재명의 손을 들어주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건 큰일이다. 그건 경찰과 사법부가 썩었다는 증거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 경찰과 그 사법부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권 하의 경찰과 사법부다. 그런데 스스로를 문재인 지지자라고 주장하면서 이재명으로 시작해서 모든 것이 썩었다고 주장한다. 

 

좋은 나라로 가는 길은 실로 어렵다. 그 길은 어떤 사람들은 억울하지만 참고 간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만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자기들만 이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결국 결론은 이 사회의 파괴밖에는 없다. 지금이 전시도 아니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상황도 아닌데 꼭 그렇게 해야 하나? 

 

결국 슬슬 문재인 정부도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진짜로 그 시대로 돌아가면 정말 암울하게 살 사람들의 입에서도 그런 소리들이 나온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물속이나 여기나 다를바가 없다거나 물속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식이다. 무슨 생각들인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바로 이런 분위기속에서 만들어 졌다. 이재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명박의 예를 들면서 문재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노무현의 비극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진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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