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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반복되는가 2.

by 격암(강국진) 2021. 1. 2.

21.1.12

나는 석달전에 노무현정권의 실패는 반복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민주주의는 정당한 정권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고 민주정권은 두 가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공권력이 조롱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큰 승리가 있은 후에 민주정권은 자신들의 진정한 핵심 지지층과 대화가 끊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 나는 당시 큰 화제였던 보조금 일괄지급 문제를 들었다. 선별지급이냐 일괄지급이냐에 있어서 선별지급을 택한 것은 당시의 대권후보 지지율 1등이었던 이낙연의 큰 실수라고도 말한 적이 있다. 

 

이제 3달이 지났다. 나는 공권력을 조롱하던 의대생들이 국시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이낙연은 이제 스스로가 질질 끄는 바람에 재판도 끝나지 않은 이명박 박근혜의 사면을 거론한다. 한때 이낙연을 지지했던 나는 그의 점수를 깍고 깍아 이제는 정이 떨어질 수준에 이르르게 되었다. 이런 오만이 있을까? 지난 촛불 집회가 애들 장난이었던 걸까?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가망없다던 박근혜 탄핵을 위해 장기간 싸워서 그녀를 감옥에 보냈는가. 그게 민주당의 힘으로 된 일이었나? 애초 초반에 민주당은 그게 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뒷자리에서 조금 얼굴이나 내민 정도가 아닌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이 애들 장난이라는 말인가. 이렇게 말하면서 이 정부가 촛불정신에 의해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집착을 하는 것같지만 나는 다시 한번 지난번 선별지급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거대한 실수였다는 것이 지금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선별지급이던 일괄지급이던 그 어떤 쪽이라도 단지 그 하나때문에 이 나라가 천국이 되거나 망할 리는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악수였던 두가지 이유는 첫째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3달을 돌아보면 현 정부는 뭘 해서 비판받은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하는 가운데 점점 언론과 야당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왔다. 즉 아젠다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다. 조종석에 앉은 사람이 어디로 가자는 것인지 진취성이 안보인다. 그게 바람직 하지 않지만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자꾸 개발플랜 같은 것을 발표하는 이유가 뭘까? 거대한 개발플랜이 나오면 그게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아젠다를 선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지금껏 밀어온 두개의 아젠다가 모두 주춤하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정착이고 또 하나는 사법개혁이다. 대법원장을 갈아도, 검찰총장을 갈아도, 법무부장관을 갈아도 도무지 상식적이고 존경스러운 재판이란 나오지 않는 것같다. 사법부와 언론에 대한 믿음이 OECD 최하위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경제적으로라도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야 할 것이 아닌가. 특히 그것이 지지층의 바램일 때말이다. 보수적으로 선별지급이 뭔가. 과거 정권을 빼앗기고 노무현은 후회했다. 우물쭈물하다가 하고 싶은 것은 못하고 정권이 끝나버렸으니 해보기나 할 것을 그랬다고 말이다. 지금 이재명의 인기가 여권 1위를 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진취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뭔가를 실제로 한다. 얼마전 일베 7급공무원 사건때 즉각적으로 그 답을 발표한 것은 그가 대중과 소통한다는 한 사례다. 

 

반면에 이낙연은 계속 역사를 뒤집는 이야기나 하고 속도 줄이자는 이야기나 하고 있다. 그는 누구랑 이야기하고 있는가. 보수신문이나 보다가 결정은 혼자 내리고 그래서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에게는 이미 내린 결정 설득할려고 할 때만 얼굴을 내미는 것같다. 그래서 누가 좋은가. 투자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니 조심을 해야겟지만 투자를 아무 것도 안하면 결실도 없을 것 아닌가. 국민은 뭘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는가. 왜 일괄지급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시도해 보지 않는가. 더구나 한번 그렇게 해서 결과도 좋게 나왔는데 말이다. 왜 한국이 자랑하는 IT인프라 같은 것을 써서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지 않는가. 그래서 이것은 정말로 뼈아픈 실수인 것이다. 감각이 20세기다. 

 

선별지급이 악수인 두번째 이유는 그때부터 현정권은 촛불정신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노무현 정권때의 열린 우리당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정권이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밀어내고 만들어진 정권이라는 것을 잊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문에 국회에서 과반을 얻게 된 것이라는 점도 잊었다. 그냥 자기들생각이 옳고 자기들이 잘나서 국회를 채우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을 부정하는 국민의 뜻이 그렇게 컸었다. 그런데 뭐하나 확실한 개혁의 성과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미래로 가는 길이 박근혜 사면인가? 박근혜가 진정으로 사과라도 했나? 개성공단이라도 다시 돌아가고 있나? 사법부라도 재탄생했나? 박근혜가 합의해준 위안부 문제도 여전히 한일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2의 전두환을 만들어 엉터리 자서전이라도 나와야 그때가서 후회할 것인가. 그게 원칙과 상식이 서는 나라인가? 촛불정신이라는게 그토록 기회를 많이 줘도 거만하게 시험보기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인가?

 

이 낙연은 한가한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노무현이 서거하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동안 따듯하게 잘 살았나 보다. 나는 그때가 지옥이었다. 노무현은 돌아가시고 부패는 늘어가고 블랙리스트가 나와서 누군가가 차별받고 어느새 1조 10조따위는 돈도 아니게 펑펑 써대는 정권을 보고, 전염병통제는 안되고, 개성공단은 문을 닫고, 급기야 수백명의 학생들이 뻔히 보이는 세월호에서 죽어가는데 헛소리나 늘어놓는 방송과 정권을 보게 되었다. 이제 그때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사법부가 저모양인데 이낙연은 한명숙처럼 검찰조사받아서 감옥 안갈것 같은가? 반인반신 운운하는 박사모 같은 사람들에게 정권을 맡겨서 다시 지금의 일본처럼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망국의 길로 가자는 것인가?

 

이낙연과 민주당은 안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이렇게 한다고 말하지 모르지만 바깥에서 바라본 당신들은 그저 이미 기득권자가 된 느낌에 빠져서 몸을 사리고 그저 공격을 적당히 피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권을 틀어쥐고 이제 미래의 대권후보도 우리가 정할거라는 느낌. 이런데도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과거의 정당이 떠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현정부는 지금 조롱당하고 있다. 사법부와 언론이 그렇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밀리고만 있으면 개혁이 되는가? 법만 만들면 힘이 생기나?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대법원장 바꿔서 좋은 세상 안왔다. 또 언제 검찰총장이 이렇게 자기를 임명한 정권을 능멸했나. 이재명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결국 나오는 말이 의대생 재시험에 박근혜 사면이라니 기가 차다. 이정도면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등에 칼을 꼿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발 초심으로 돌아가라. 그래봐야 몇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권 탄생할 때 이러려고 했나? 가다가 다 가지 못한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더 많이 전진한 것이다. 가다가 힘이 없어 다 가지 못한다면 국민은 없는 힘이라도 보태주려고 할테지만 힘이 없어 다 가지 못할 것같다고 거꾸로 달리면 국민은 철퇴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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