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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민주와 촛불은 다르다 2

by 격암(강국진) 2022. 1. 9.

2022.1.9

내가 민주와 촛불은 다르다라는 글을 쓴 지 2달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2022년의 대선은 그만큼 가깝게 다가왔다. 과연 진보와 보수 내지 민주와 보수라는 2분법으로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것대신에 촛불과 민주와 보수의 3분법으로 한국을 바라봐야 한다는 나의 주장은 대선 국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은 촛불일까 아닐까? 이 대선에서 촛불의 역할은 뭐가 될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촛불세력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인터넷 문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보수는 물론 민주보다 더 평등한 문화를 주장하며 투명성과 공정함을 강조한다. 즉 게임의 법칙은 지켜져야 하며 반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순실과 그녀의 딸 정유라가 사람들을 자극한 이유는 그녀들은 정해진 규정을 무시하고 권력에 접근하고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민주세력에 속한 사람들은 조국이 상대적으로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보수의 조국 공격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런 반칙에 대해 촛불이 민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촛불은 또한 고정된 이념이나 정해진 지도자가 있는 조직보다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춘 실용적 대응을 좋아한다. 그것이 그들이 자라나온 문화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건 촛불의 특징이 아니라 오늘날의 많은 합리적 인간들은 다 이러하며 보수나 민주쪽의 사람도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상대적으로 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위계질서를 따르는데 익숙하고, 엘리트 주의가 있으며, 어떤 고정된 이념에 빠져서 법을 만들고 그것을 강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그들로 하여금 촛불을 억압하는 쪽에 서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방송이나 학계는 대개 촛불집회를 돕기보다는 억누르고 방해해왔다. 그들은 언제나 촛불집회를 태극기세력이라 불리는 보수세력 집회에 나란히 보도하면서 고의적으로 그 규모와 힘을 축소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촛불세력은 민주계열의 정치적 영향속에 있으며 그 규모나 역할이 한국 정치를 양분하는 보수쪽에서 나온 태극기세력과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걸 위해 촛불집회 참석인원은 언제나 최대한 축소보도되었고 태극기 집회는 언제나 최대한 과장보도되던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기성 방송들은 전문가를 출연시키면서 유튜버, 블로거 혹은 인터넷 논객을 위험한 사람들, 광신도따위로 폄하하는 일을 자주했다. 길거리에서는 기존 언론의 종사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르는 일이 넘쳐나지만 기존 미디어의 관점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들은 인터넷 논객이나 유튜버와는 격이 다르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들은 직함으로 자신들의 특권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기자와 시민은 다른 권리를 가진다. 언론은 발언할 권리를 가지는 반면 시민은 발언하고 싶으면 언론을 통해야 한다. 사실 기자들이나 학자들 사이에 수준낮은 이들이 존재하는가 하면 인터넷의 논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누구보다 전문성을 가진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촛불세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두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공정성이 깨어지는 것이다. 약속되고 합의된 절차, 게임의 법칙은 지켜져야 한다. 두번째는 바로 직함이나 복잡한 형식의 문제때문에 논의의 과정에서 애초에 제외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기원한 촛불세력은 열린 공간에서 자유로이 의견을 주장하고 결론을 내는 것을 상식으로 한다. 그래서 위계나 관행을 이유로 소통의 장을 닫아버리고 누군가가 권위를 내세우며 밀실에서 뭔가를 결정한다고 하면 그걸 가장 싫어한다. 

 

이 폐쇄성을 아주 잘 보여준 두 명의 민주계열 인사가 바로 정동영과 이낙연이다. 정동영은 이미 정치적으로 상당히 실각했지만 그가 민주계열의 문화대로 행동한 결과 그는 촛불계열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배신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때문에 이재명이 정동영과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이재명죽이기가 한때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지독하리만큼 행해졌던 것이다. 지금도 이 정동영의 문제는 여권의 분열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얼마전 정동영과 천정배의 민주당 복당 소식이 전해졌다. 이일이 어디까지 번질까 하는건 지금으로서는 미지수이고 정동영이 어떻게 처신하는가의 문제다. 

 

한때 차기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이낙연이 대권경쟁에서 낙마한 것은 한마디로 그가 촛불이 오늘날 한국정치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 있다. 그의 폐쇄성은 재난지원금 일괄지급건에서 크게 나타났는데 그 결론이 뭐였는가 이전에 그가 인터넷에서 열린 토론한번 없이 이미 자신과 자신의 세력의 결론을 가지고 나타났다는 점이 특히 나빴다. 사실 현실에서 언제나 열린 토론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열린 태도를 가지려고 최대한 노력할 뿐이다. 뒤에서 협상하고 결론내고 앞에서 토론하는 척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런 이상을 위한 노력에서 이낙연은 특히 부족했고 촛불시민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 반면 이재명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고 시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신문고를 운영하듯이 이재명은 시민의 소리를 듣고 계곡 평상 영업을 금지시키는 행정으로 평가받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바로 바로 논평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재명은 재난지원금에 대한 자기 입장을 빨리 밝혔지만 이낙연은 최후에 결론을 낼 때까지 거의 말이 없었다.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그게 이낙연과 이재명의 관계를 뒤집어 버렸다. 

 

이재명은 촛불세력의 특징을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달여동안 했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자주 하는 말들이 바로 투명성과 공정함이고 거기에 더해 나는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뜻에 따라서 하겠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그의 기본소득 주장이나 부동산 공급문제를 말할 때도 그는 정부는 공공의 역할을 하겠지만 시장의 의견에 겸허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정책이나 이념이전에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점수를 크게 딴 삼프로티비가 유튜브방송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삼프로 방송이후 윤석렬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것은 그의 장모와 아내의 행동때문도 크지만 윤석렬이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이해력이 떨어져서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촛불이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는 지식에 있어서 전문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상대의 말에 그다지 주목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일방통행식 언행을 한다. 거기에 더해 지지율이 조금 떨어지자 그의 언행은 거의 욕설처럼 변했는데 이는 인터넷 문화속의 악플러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윤석렬의 재능과 준비부족은 너무나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대선은 지금 이재명의 승리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언제나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과 언제나 민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고정표다. 문제는 촛불이 그 몸통을 차지하는 부동층인데 이들은 윤석렬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왜냐면 그는 이미 촛불에 의해 검증받은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윤석렬과 다를 뿐 불통이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가 윤석렬을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설혹 그런 일이 일어나도 그가 대선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가 문재인과 끝내 불화하고 민주당을 깨고 나간 이유도 본래 그가 문화적으로 촛불과 어울릴 수 없어서였다. 그역시 윤석렬 못지 않은 독재자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내부에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와 촛불은 같지 않다는 점이다. 복잡한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공정성을 깨려고 하고, 밀실정치를 하려고 하는 문화는 민주세력내에서 워낙 뿌리깊다. 그러므로 민주당이 승기가 분명해지면 민주세력은 다시 한번 이런 것들을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이재명은 지금까지의 언행을 보면 아주 분명하게 이런 것에 반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승리가 눈앞에 보이면 그를 둘러싼 인의 장막들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유혹을 강하게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낙연이나 정동영같은 사람들이 민주당에서 어느 정도 이상 세를 얻으면 흐름은 또 바뀔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대권을 발로 차고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워낙 사람들이 이념적이라서 그렇다. 

 

민주와 촛불은 같지 않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에서 보수라는 세력은 그냥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너무 낡았다. 보수권의 많은 퇴행적 인사들은 그냥 사라져야 하고 어떤 인사들은 지금의 민주와 결합되어 진정한 보수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대선이 지나고 나면 촛불과 갈라져 경쟁해야 한다. 촛불이 진짜 미래고 민주가 사실은 보수정치다. 하지만 이런 미래를 위해서는 일단 이번 대선이 이재명의 승리로 끝나야 한다. 만약 보수가 이긴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박근혜 탄핵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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