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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경제위기와 한국

by 격암(강국진) 2022. 6. 13.

22.6.13

인터넷에 세계 대공황이 다시 온다는 이야기가 흘러다닌다. 아내가 걱정스럽다며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나는 오히려 반대의 생각이 든다. 세계에 위기가 오는 것은 안됬지만 세계에 위기가 올 수록 오히려 한국은 성장할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국만은 특별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런 근거가 어디에 있냐고, 한국이 가진게 뭐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시 나만 아는 특별한 기업비밀이라도 있냐고 물을 법하다. 한국의 못난 면을 나열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말들은 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나만 아는 비밀따위는 없다. 나는 다만 누구나 아는 사실 한가지를 말할 수는 있겠다. 해방이후 세계에는 여러가지 경제난들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딱히 가진 건 없다. 땅도 넓지 않고 자원도 없다. 기술도 없었다. 대단한 학자들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그 모든 혼란속에서 성장해서 지금은 선진국으로 말해지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이 확실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다면 그건 한국이 교육에 몰두하는 나라였고 가장 혁신적인 국가였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도 인구수와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는 나라다. 그런 보정없이도 프랑스나 영국보다 R&D 지출규모가 커서 세계 5위라고 한다. 즉 한국은 이만하면 되었다고 멈추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빨리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국가였다. 그 덕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덕분에 한국전쟁때 한국에 파병한 나라들의 목록을 보고 있으면 뭐 이런 나라들에게 까지 도움을 받았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나라가 위기를 다 넘어서 여기에 이르렀다. 아니 위기가 도움이 되었다. 이번 코로나 위기만 해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그건 그저 운이 좋았던거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이 주장은 반박불가능하다. 적어도 일부 사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라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만 봐도 우리는 이걸 알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나 체육인 그리고 예술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 대개 몇번이고 조금만 재수가 없었더라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거라는 순간들을 보게 된다. 성공은 운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의 성공도 그것이 세계의 경제적 흐름때문이었다던가, 냉전구도같은 정치적 구도때문이었다던가, 중국의 부상같은 일 때문이었다던가 하는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고 그래서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고 이는 대개 사실일 것이다. 한국의 성공도 운없이는 있을 수 없었다. 사실 해방이후 있었다던 여러번의 전쟁위기가 그냥 지나간 것만 해도 운이다. 

 

하지만 물론 운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샘리처드가 세바시 강연을 하면서 왜 한국이 세계를 구할 나라인가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그가 제시한 네가지 이유는 이렇다. 1. 공동체 중심사회, 2.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 3. 공익을 위한 규칙준수 그리고 4. 세계적인 소프트파워다. 이 모든 것은 대중문화에 대한 것이다. 즉 대중의 가치관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것이 반드시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코로나 사태때 보았다. 한국보다 다른 선진국들이 훨씬 더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가장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나라, 가장 대중의 협력이 두드러졌던 나라 그래서 그것이 세계인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나라가 한국이었다. 

 

한국은 의병의 나라다. 한국은 역모가 자꾸 생겨서 국가가 자주 전복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렇기는 커녕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국가의 수명이 길었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나라다. 걸핏하면 5백년역사니까 말이다. 조선도 그렇게 길게 간 나라였다. 그리고 그 나라에 외적이 쳐들어오고 나라가 약해지면 어찌될까? 약해진 나라를 버리고 외국에 붙거나 아니면 정부가 약해진 틈을 타서 아예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고 하나? 그렇지 않다. 의병이 일어나 나라를 지킨다. 우리는 최근 박근혜 탄핵 집회들을 통해 이 나라에 의병의 역사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인바 있다. 그 이전에는 그 대단하다던 경제위기인 IMF때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는 모습으로 의병의 역사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대중문화의 특징은 의병이고 대중 자체다. 한국은 가장 민주적인 문화유전자를 가졌다. 우리는 이걸 한류열풍속에서도 본다. 한국의 영화속 영웅은 송강호처럼 뭔가가 부족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영웅은 결코 혼자힘으로 세상을 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힘이 모아져서 세상은 구해진다. 이것이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같은 것이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샘 리처드 교수는 이걸 봤을 것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세계를 구할 힘이 있고 지금의 선진국들과 한국이 다른 점이며 세계를 구할 힘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온갖 마약과 성추문으로 물들어 쾌락에 몰두하는 미국의 인기가수를 보다가 BTS를 보면 헌신적으로 자기절제를 하면서 자기 사랑의 메세지를 퍼뜨리는 것을 본다. 이 차이가 미래와 현재의 차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종종 그거야 누구나 그렇게 하지, 한국인이 뭐가 달라라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한국이 어쩌면 역사상 최초로 특이하게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가 된 지금 여러 외국의 지식인들이 한국이 다른 점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우리의 같음뿐만 아니라 다름도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다르지 않다라는 사고는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다. 세계 경제가 호황이면 한국도 호황, 불황이면 한국도 불황. 한국은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갈 뿐이다. 미국 주식이 오르면 한국 주식도 오를 것이다, 중국이 성장하면 한국도 성장한다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한국이 뭐가 다르겠는가. 

 

하지만 모든 것이 이런 식이었다면 한국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혼란이나 위기가 한국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는 세계에 위기가 없었다면 빠른 성장의 기회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세계가 불황이므로 한국이 호황, 세계가 호황이면 한국에게는 불황이라는 말도 가능하고 가능했었다는 것이다. 한국이 다르니까 한국이 특별하니까 성장이 있는 것이다. 

 

세계는 위기때문에 변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한미관계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 오랜간 그저 군사적으로 의미있는 동맹이었는데 한미관계의 본질에 경제가 더 크게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삼성, LG, 현대등 여러 대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한다고 발표한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인을 불러 들이기도 하고, 한국에 와서 만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중국의 성장과 미국의 퇴조등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가지는 의미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지만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의 제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은 안보위기를 만들지 않을 새로운 동맹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삼성, LG, 현대가 미국기업이기를 너무나 바랄 것이다. 그들이 밀어주는 월풀 세탁기같은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올만 하다. 하지만 그건 되는 일이 아니다. 기업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기업들을 가진 한국이 더욱 강력한 동맹으로 미국과 이어지기를 미국은 원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인들이 현대차를 타고, 삼성이나 LG 제품을 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며 한국의 문화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만약 이것이 중국것들이라면 문제이기 때문이다. 

 

봉준호가 할리우드영화를 만들고 삼성 세탁기가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한국과 미국사회가 더 강력하게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일본문화개방이 그러했듯 위기이자 기회다. 넷플릭스가 한국 문화계를 완전 장악하고 미국화해서 한류를 끝장낼 수도 있다. 기업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한국 기업과 미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한국 기업을 탈취당할 위기일 수도 있다. 즉 개방과 접근은 점령당해버릴 위기가 된다. 그러나 이것이 왜 기회인가는 분명하다. 이건 네이버가 구글이 되고, 현대가 테슬라가 되며, 삼성이 애플이 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대단한 기업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정말 현대자동차의 20배 가치가 있을까? 이건 마치 한류열풍이 불기전의 한국 드라마의 가치와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의 가치가 다른 것과 같다. 한국이 진짜 선진국 단계에 들어서면 판이 달라진다. 진짜로 세계를 선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위기때문에 오는 것이다. 식량위기, 안보위기, 기후위기등 여러가지 위기들도 비슷한 일을 할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거대한 위기다. 하지만 혁신적인 국가에게는 위기가 기회다. 에너지 위기는 전기차 사회나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기회가 될 수있다. 식량위기는 한국의 식품산업이 세계적인 것이 될 기회일 수도 있다. 기후위기는 한국 사회의 쓰레기 처리나 냉난방 기술을 세계로 수출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가슴아프지만 유럽에 만들어진 안보위기는 한국무기수출에 큰 호황이유가 되고 있다. 위기는 기성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질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이런 위기를 여러번 넘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때 소니를 쳐다도 보지 못했을 한국이 이젠 소니를 우습게 아는 세상이 올 수가 없다. 

 

그러니까 무조건 그리고 당연히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험난할 것이고 우리는 또 몇번인가 결정적 순간을 넘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이며 우리는 특별하다. 미래가 어떤 세상이 되건 이제 세상의 정상부근에 도달한 한국은 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혁신적인 국가에게는 위기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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