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세계화와 파편화 속에서 한국의 위치

by 격암(강국진) 2023. 1. 17.

23.1.17

요즘 세계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는 미중 분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러시아와 서방간의 분열, 그리고 사우디와 미국간의 분열등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서 이를 파편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세계는 냉전시대 이후 세계화의 길을 걸었는데 다시 쪼개져서 각자도생의 길로 간다는 것입니다. 

 

파편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세계 무역에 중독된 세계가 파편화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미국인이니 한국인이니 하는 국적을 가지고 있기에 보기에 따라서는 국제관계란 부수적인 거라고 느끼지만 세계 무역의 중요성은 이미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지구는 여러 조각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걸 잘 보여주는 것이 사우디의 석유나 중국의 공장일 것입니다. 세계는 이미 세계화된 시스템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그러기 전으로 돌아가면 극적인 경제난에 빠지게 될 거고 따라서 대중의 뜻에 따라, 인기에 따라 움직이는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서 세계적 분열을 계속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그럴듯한 주장에 수긍하다가도 우리는 로마제국의 붕괴같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세계는 큰 틀로 보면 점점 더 하나의 사회로 통합되어져 왔지만 그건 인간의 수명 이상의 스케일로 보았을 때만 그렇고 하나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보편화가 퇴조한 일은 역사적으로보아 가능해 보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화라고 불리는 미국 주도, 서구 주도의 제국주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세계가 일시적으로 분열로 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미래가 어떤 것이든 이런 관점으로 생각하다 보면 세계는 이미 말 그대로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것 즉 지구촌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세계가 이미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세계화라는 것이 결국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을 통째로 하나의 사회의 하층민으로 집어넣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제국주의는 하나의 장점도 있습니다. 그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도 세계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겁니다.  비록 어떤 사람들은 그 기회란 허구이며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이용만 당할 뿐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허구적인 주장에서 예외가 되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한국과 중국입니다. 한국은 양으로건 평균으로건 문화로건 경제로건 가난한 나라가 세계화의 상황속에서 선진국까지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비록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결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서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는 중국도 세계화의 구도속에서 가난한 나라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입니다. 

 

지금 세계화가 주춤하고 있는 이유는 뒤집어 말하면 그런 사다리 오르기가 실제로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계속 세계 사회의 상층부에서 하층민의 피를 빨면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선진국들이 이제 세계화가 불편해진 것입니다. 그들은 중국이 반칙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하며 그것도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만 사실 그것이 핵심은 아닙니다. 반칙 안하고 성장했어도 세계적 하층민이었던 다른 나라가 성장해서 자신들과 경쟁하기 시작하면 불평했을 것도 사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유가 뭐가 되든 자기들은 계속 귀족처럼 살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는 겁니다. 결론에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겁니다. 그 이유가 사실일 수도 있고 과장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런 일은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 내부에서도 일어납니다. 사회적 기득권층의 착취에 분노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서 사회적 불화가 생겨나고 난동이 벌어지는 거죠. 기존의 사회적 합의속에서 돌아가는 사회가 그 규칙 속에서 하층민들이 성장하면 기득권이 반칙을 하는 겁니다. 아니면 기존의 규칙으로는 사다리 타기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절망이 퍼져나가니까 이제 하층민들이 폭력적이 되는 겁니다. 이런 혼동을 잘 이겨내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에 이르면 그 사회는 계속 발전하고 부유해 질 수 있지만 그게 안되면 로마의 몰락처럼 거대한 제국이 붕괴하게 되기도 합니다.

 

중국이 가진 하나의 약점은 그 사회적 통합이 강할 수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중국을 통째로 하나의 노조로 보면 노조가 분열되어 사측과 협상할 능력이 없어질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서구는 중국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것으로 보고 한국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기존의 세계화 규칙속에서도 중국과 한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 거죠. 

 

하지만 한국은 민주화과정을 거치고 선진국까지 올라와 버렸고 중국은 10년 이상전부터 망할거라는 말이 계속 되는 가운데에서도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서구 사회의 경쟁력이 먼저 붕괴할 것같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공부안하고 사치스럽게 살거나 일찍 부터 아무 것도 안하며 빈둥대며 사는 것을 꿈으로 여기는 서구의 젊은이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서구 대학의 대학원을 동양 사람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년도 전부터 그랬습니다. 하버드나 캠브리지 같은 유명 서구대학에 대한 선망의 시선도 이제는 많이 약해졌죠.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두 가지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개혁이고 또 하나는 문화입니다. 오랜동안 잘먹고 잘살았던 선진국들은 사실 매우 보수적으로 살았습니다. 왜냐면 그대로 살아도 잘먹고 잘사니까요. 그런데 그 시스템이 무너지려고 하니까 이제 선진국들도 무슨 수를 써야 합니다. 즉 선진국도 진취적으로 사회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이 개혁이 성공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이 미래 사회를 바꿀 것입니다. 이 개혁은 분명 정치적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겠지만 기술적인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가지 예가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오는 것입니다. 전기차 아니면 못팔게 하는 것도 이 일부죠. 이는 자신들은 그럴 수 있지만 후진국들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속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런 개혁을 통해서 다시 한번 서구 사회는 자신을 한단계 위로 성장시키고 후진국들보다 경쟁우위에 서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명분도 있습니다. 다른 예는 정보화, 자동화겠죠. 후진국의 경쟁력이 싼 노동력에 기반해서 나오는 부분이 크니까 그런 부분의 경쟁우위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개혁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물론 어제 오늘 주장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개혁을 주장하는 것과 개혁을 위해 실제로 위험을 무릅쓰고 비약을 시도하는 것은 다릅니다. 변하지 않으면 더이상 계속 선진국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선진국으로 하여금 비약을 실제로 시도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사실 19세기와 20세기의 차이에 비하면 지난 반세기의 변화는 작다면 작은 것입니다. 양자역학과 석유경제의 도입으로 발전한 세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기술적으로는 비교적 천천히 변했습니다. 변화가 있었다면 주로 공장을 중국으로 보낸 것이 변화였죠. 그것만으로도 세계 경제는 성장했으니까요.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로 뛰어들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chatGPT같은 인공지능기술에 거대한 자금을 마이크로 소프트가 투자하겠다고 하는 소식같은 것이 그걸 알리는 것일 수도 있고, 상온 핵융합이 현실 가능한 기술이 된다는 소식이 그걸 알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가라앉았지만 테슬라같은 전기차 회사는 세계의 모든 다른 자동차 회사의 주가총액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주가총액이 컸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미래를 위한 돌파구에 서구 사회가 목말라 있다는 징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20년은 공상과학이 현실화되는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개혁하지않으면 후진국으로 가라앉을 거라는 선진국의 절박함이 있고 그걸 안간힘을 다해 따라가려는 나라들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어떤 분들은 이런 기술적 변화는 중국도 시도하고 있고 그들이 더 잘할거라고도 말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언제나 인류의 힘은 결국 사회적 협동에서 나왔습니다. 한명의 천재, 하나의 기술이 제국을 건설하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을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은 미국이지만 세계 최초로 그걸 많이 쓴 것은 한국입니다. 그렇지만 또 페이스북같은 서비스를 최초로 만든 것이 한국이지만 그걸 세계적인 서비스로 만든 것은 미국이죠. 중국같은 나라는 민주적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자기 스스로 성장을 해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만들더라도 그걸 자기 사회를 망치는데 쓰겠죠. 

 

세계적 파편화의 물결속에서 강력한 중요성을 가질 것은 바로 문화적 힘입니다. 문화적 힘은 사회적 통합의 힘이니까요. 사람들간에 신뢰를 키우고 차별의 벽을 파괴합니다. 한국인과 외국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문화입니다. 외국인을 차별하자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한국은 그 테두리 안에서 언어는 물론 역사를 통해 문화적으로 통합되어져 있기에 결국 사회적으로 하나로 움직일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이런 문화적 통합이 약한 사람들끼리는 하나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생각이 너무 다르면 함께 해서 서로의 발목만 잡게 되니까요. 일본과 한국은 교통법이 다릅니다. 그래서 차가 반대로 움직이죠. 문화적 차이가 큰 사람들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교통사고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킵니다. 그들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자기 내부의 어떤 당연한 것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분열도 나쁘지만 섯부른 통합도 비극을 만드는 겁니다. 

 

세계가 분열할 수도 없고 통합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문화적 상품의 가치는 훨씬 더 올라갈 것입니다. BTS의 공연이 아랍같은 곳에서 이뤄지고 여성들이 그걸 보러 올 수 있는 것같은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은 분명 서구화된 나라입니다. 그런데 아랍은 서구 문화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계에서 멀어질 수도 없죠. 한국 문화는 세계를 이어주는 접착제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사실 지금의 세계는 뭐라고 해도 서구 문화가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다시 말해 서구 문화가 세계 통합의 뼈대요 접착제역할을 하는 겁니다. 코카콜라를 마시고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청바지를 입고 서구 음악을 듣는 것이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세계를 하나로 통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더이상 먹히질 않는 겁니다. 그게 파편화입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한국 문화가 인기입니다. 물론 서구 문화를 압도한다는 것은 아직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는 한류가 인기인 이유의 핵심 중의 핵심에는 한가지 사실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선진국이 된 나라이며 민주화 시기를 거쳤다는 겁니다. 서구 사회는 자기들 나름대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민주화된 사회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즉 그들은 여전히 50년 100년전의 개혁의 후예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속에는 더 이상 사회적 메세지가 없거나 아주 낡아빠진 메세지만 있습니다. 지금 서구의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기파괴의 개혁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진보를 해본 사람들이 아니고 책보고 배운 사람들인 겁니다. 

 

반면에 한국은 군사독재를 뚫고 선진국이 최근에 되었습니다. 그때 고민하고 운동하던 사람들이 노래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듭니다. 그래서 그 고민이 문화물 속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문화 컨텐츠가 호소력이 있는 거죠. 사랑이 뭔지, 갈등이 뭔지, 감동이 뭔지를 진짜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만드는 거니까요. 지루한 보수적 분위기 속에서 평생 자라온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아이돌이 왜 잘나가겠습니까. 한가지 이유는 그들이 치열하게 훈련받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잘하겠다는 절박함이 다른 겁니다. 그리고 그 열정을 받아서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도 있죠. 배고픔과 성공을 위한 인프라 모두가 있기 때문에 잘하는 겁니다. 이것이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 사람들도 모두 한국 컨텐츠에 공감하는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예리한 시선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동경할 미래로 말입니다. 

 

앞으로도 오랜간 세계는 삐걱댈 겁니다. 이미 기존의 세계가 모순이 누적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그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가진 나라이며, 사회적 통합이 비교적 우수한 나라이며, 문화적 컨텐츠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 내부에도 분열은 있습니다. 문화적 뒤쳐짐도 있습니다. 여전히 고깃국에 쌀밥먹는 꿈을 꾸는 사람들, 한국 비하에만 빠진 사람들도 있죠. 세계적 위기속에서 한국이 아무 쪼록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말입니다. 

 

'주제별 글모음 > 한국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블의 영웅과 무빙의 영웅  (0) 2023.09.15
뛰어난 대중과 한국  (3) 2023.07.19
환경위기와 국제 질서  (1) 2022.08.26
보다 세밀한 다문화적 삶  (0) 2022.06.24
경제인가 문화인가  (0) 2022.06.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