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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외교에 있어서 국민과 정부의 역할

by 격암(강국진) 2023. 2. 16.

23.2.15

외교란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부와 국민이 맡아야 할 역할은 서로 다르고 달라야 한다. 좋은 예가 문재인 정권때 일본 정부가 반도체 재료가 되는 물건들에 대해 수출금지를 시행한 일이었다. 오늘날 군사와 경제와 정치는 서로 따로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 문화적으로 알력이 있다고 해서 경제적 공격을 하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을 군사적으로는 해결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가 경제 사회적으로 하나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원칙으로 만약 두 국가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치 문제를 경제 공격으로 혹은 경제공격을 군사공격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피차간에 큰 손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이런 저런 핑계를 제시했지만 징용공문제나 위안부문제같은 정치 사회의 문제를 경제적 공격으로 확대했다는 것은 왜란이라고 불릴 정도의 충격적인 침탈행위였다. 미사일이 날아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전쟁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세계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일본식으로 시스템을 정지시켜 보자고 든다면 세계 경제는 초토화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만 만약 한국이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반도체 수출을 끊어버리겠다고 경제전쟁으로 나갔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 위기의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의 역할은 서로 달랐다. 국민들은 이 문제의 엄중함을 지적하면서 불매운동으로 나갔고 분노를 표출했으며 회사들은 그 위기를 일본 물건을 국산화하는 걸로 극복했다. 즉 일본측은 시장의 법칙을 깨면서 정치를 경제에 관련시켰지만 한국은 경제와 정치의 분리원칙을 지키면서 그 위기를 극복했던 것이다. 이때문에 한국은 진흙탕 싸움으로 가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일본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 것이며 일본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산 체인의 문제가 미국이나 유럽같은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고 옹호하는 일이 특히 한국같이 강대국이 아닌 나라에서 해야 하는 외교의 핵심이다. 왜냐면 우리는 미국처럼 힘으로 남에게 뭘 억압할 위치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원칙과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국가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한국같은 나라의 외교적 핵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국가에서 명분은 아주 중요한 것이며 자유는 기본 가치다. 만약 일본이 한국에게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데도 시민사회가 아주 조용했다면 한국 정부는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며 힘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민주주의 정부가 국민의 행동을 제한하는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부가 기업이나 국민들에게 지침을 주고 명령을 내려서 일본 경제를 공격하는 것은 원칙을 깨는 행위지만 정부는 가만히 있는데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비난할 수 있는 외국 정부는 별로 없다. 당연히 이 선은 애매한 데가 있고 한쪽 국가가 말도 안되는 강대국이고 다른 쪽이 너무나 약소하다면 그들은 그 약소국의 정부에게 스스로의 국민들을 억압하라고, 사법적 판단도 뒤집으라고 주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이 이제 그런 나라는 아니다.

 

미국도 중국도 그렇게 말하는데는 한계가 있는데 오직 일본만이 한국을 여전히 빈민국수준으로 대우하려고 한다. 마치 한국이 아직도 1970년대의 힘없고 가난하던 나라인 것처럼 말이다. 일본이 경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따라서 현실을 모르는 판단이었고 정부는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의병이 되어 나라를 지킨 결과 그 경제공격은 일본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되었다. 무엇보다 현실을 모르는 것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 이라는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 한국의 자신감은 오히려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그때도 일본의 협박에 질려서 당장 일본에 항복하자고 떠들던 보수 신문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인들이지만 일본인 이상으로 한국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국의 사법제도를 무력화시키더라도 외국의 압력에 굴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외교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기본 역할은 원칙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깨려는 압력에 저항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수비를 맡아야 한다. 공격은 민간이 하는 것이다. 정부의 공격은 심각한 의미가 있다. 민간의 불매운동은 취향과 의견의 문제지만 정부의 금수조치는 의미가 다르다. 정부의 공격이란 군사공격은 전쟁이고, 경제공격은 시장의 법칙을 깨는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판만 해도 그 문제는 한국의 입장으로 공식화되어 남는다. 민간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놓을 수 있고 그 의견을 조율하고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정부는 훨씬 더 진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를 모르는 정권은 외교에서 실패하게 된다. 그들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민주정부는 민간이 주체적으로 일을 해나감에 있어서 원칙을 지키고 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려고 하는데 독재정권은 민간은 소음만 내며 도움이 안되고 자신이 직접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민의 역할이 억압되고 실종된다. 하지만 민간의 역할을 모르는 정부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말했듯이 한국이 미국같은 초강대국도 아닌데 미국 중국 일본 유럽등과 이야기하면서 힘의 논리를 말할 수가 있겠는가? 원칙을 무시하는 그들은 거꾸로 억압당해서 나라를 팔아먹는 외교를 할 뿐이다. 그들은 국민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외국 정부의 앞잡이가 되어 시민들의 항의를 억누르고 한국의 사법적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일을 한다. 그렇게 외국정부의 청부를 들어주면서 무슨 댓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이건 거래가 아니라 협박에 굴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강력한 국가는 설혹 그 나라가 민주국가라고 하더라도 주변의 약소국을 독재국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그 나라 정부는 자기 나라 국민과 자기 나라 안의 민주주의만 신경쓰고 자국의 이익만 신경쓰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압력이 외국의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절차를 무너뜨려서 독재국가로 만드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전두환이나 박정희 같은 군사 구테타를 일으킨 독재자가 나와도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생각할 뿐이지 그런 구테타가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적어도 정치인은 그렇다. 그들은 자국내에서의 정치적 지지만을 생각할 뿐이다. 한국인들이 미국 대통령을 뽑아주는게 아니다. 그러니 미국시민이 말리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나는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을 뛰어난 시민 사회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덕분인지 오랜간 문화 국가로 살았던 역사 때문인지 한국의 시민 사회는 평균적으로 말하면 아주 훌룡하다. 저 대단하다는 미국, 유럽, 일본 같은 나라는 한국에 비하면 엘리트는 더 양심바르고 도덕적이지만 일반 대중은 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내 개인의 느낌이다. 100만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하는 나라는 세계에 별로 없거나 하나도 없다. 한국인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열심히 공부하지만 외국에 가면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사람들이 한국 이상으로 많다. 이 뛰어난 대중의 힘이 의병이 되어 발휘될 때 한국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럴 때 외교는 성공한다. 

 

정부가 무슨 정책을 제대로 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솔직히 똑똑하고 양심적인 엘리트는 선진국에 훨씬 더 많다. 따라서 밀실에서 나라의 외교방향을 결정하려고 할 때 그런 외교는 필패한다. 안타깝지만 해방된지 반세기 이상이 지났어도 이 나라의 엘리트 중에서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나라를 팔아먹고 위기에 빠뜨려도 나만 잘 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 고위 공직자 사이에 가득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병역 비리 같은 것을 저지르면서도 정치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50억을 먹어도 봐줄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는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주인의식을 가진 엘리트란 전쟁이 나면 기꺼이 전쟁터의 맨앞에 가서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전쟁이 나자 도망가면서 한강다리를 끊어서 자국민을 몰살 시킨 이승만 따위를 공도 있고 과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이런 엘리트는 아니다.

 

지금 한국의 외교는 실패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 국민의 역할이 잊혀진다. 원칙을 지키는게 정부가 아니라 원칙을 깨는게 정부다. 지금의 정권은 마치 조선총독부같이 외국의 총독이 와 있는 것같다. 그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라고 탄생한게 아니라 국민을 억압하고 고소하고 속이라고 탄생한 정권같다. 한국의 힘이 커지면서 외교의 의미가 너무나 커지고 있다. 지금 한국 수출입이 엉망이 되가는 이유도 미국에게 당하고 중국에게 당하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적 존경과 존중을 받으며 G7의 스타로 불려다니던 한국 정부가 이제는 국제적 왕따로 호구로 통하는 느낌이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상대도 안해줘서 사진찍기 바쁘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정부 그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시민들을 부끄럽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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