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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AI로 사람의 사상을 분석한다? 12차원 사상 분석법을 소개합니다

by 격암(강국진) 2025. 6. 8.

글 한 편으로 사람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을까?

최근 AI를 활용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사람이 쓴 글을 분석해서 그 사람의 사상과 가치관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12차원 사상 분석'이다. 언뜻 들으면 SF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해보니 꽤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도 모르게 글 속에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경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치적으로는 어떤 성향인지, 개인과 집단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는지... 이런 것들이 은연중에 문장 곳곳에 스며든다. 12차원 사상 분석은 바로 이런 요소들을 객관적으로 측정해보려는 시도다.

12차원 사상 분석, 어떻게 작동하나?

이 분석법은 인간의 사상을 크게 4개 영역, 12개 차원으로 나누어 본다:

📊 경제관 (3차원)

  • 자유시장 선호도: 경제 문제를 시장에 맡길 것인가, 정부가 개입할 것인가?
  • 평등 중시도: 효율성과 평등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 정부개입 선호도: 정부가 경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가?

🏛️ 정치관 (3차원)

  • 민주주의 신뢰도: 민주적 의사결정과 절차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 개인주의 성향: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조화 중 무엇을 우선하는가?
  • 진보/보수 성향: 사회 변화와 전통 보존 중 무엇을 선호하는가?

🤔 철학관 (3차원)

  • 이성주의/경험주의: 논리적 사고와 실제 경험 중 어디에 더 의존하는가?
  • 낙관/비관주의: 미래와 인간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 개인/공동체 중시도: 개인의 성취와 공동체의 이익 중 무엇이 우선인가?

🔬 과학관 (3차원)

  • 과학적 방법 신뢰도: 과학적 방법론과 객관적 연구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 기술낙관주의: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 전문가 권위 인정도: 전문가의 의견과 권위를 얼마나 인정하는가?

각 차원마다 -3점에서 +3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예를 들어 자유시장 선호도에서 +3점이면 "시장만능주의자", -3점이면 "국가계획경제 선호자", 0점이면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균형있게 보는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이같은 기준을 확립한 후 이것을 클로드 AI에게 제시하고 글을 읽고 이 기준에 따라 그 글을 평가하도록 했다. 만약 어떤 사람의 글을 모두 이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우리는 글마다 12차원의 숫자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 글들은 여러가지 주제에 대한 것이므로 같은 사람도 다른 숫자들을 가지게 될텐데 그 12차원의 점들의 분포와 변화는 이 사람의 사상의 전체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사례: 유시민의 '조희대씨, 말을 하세요' 분석

이 분석법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최근 유시민 작가가 민들레 언론에 기고한 글을 분석해보았다. 2025년 5월 19일에 발표된 '조희대씨, 말을 하세요'라는 글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국회 청문회 출석 거부를 비판한 내용이다.

분석 결과

  • 경제관: 시장선호=0, 평등중시=+2, 정부개입=+1
  • 정치관: 민주신뢰=+2, 개인주의=-1, 진보성향=+2
  • 철학관: 이성주의=+2, 낙관주의=-1, 개인중심=-2
  • 과학관: 과학신뢰=0, 기술낙관=0, 전문가신뢰=-1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

강한 민주주의 신뢰자 (+2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며 국민주권을 강조하고, 국회 청문회를 정당한 민주적 절차로 옹호한다.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다.

평등주의자 (+2점)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을 인용하며 법관들의 특권을 "법복귀족"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계급적 특권을 거부하는 평등주의적 가치관이 뚜렷하다.

논리적 사고의 소유자 (+2점) 헌법 조항들을 체계적으로 인용하고 삼권분립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감정적 비판에 그치지 않고 법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논증을 전개하는 이성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공동체 중심적 사고 (-1, -2점) 개인보다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공적 책임을 강조한다. 개인주의보다는 집단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분석이 왜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이런 분석이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의 사상은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하나의 글만으로 한 사람을 완전히 파악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1. 객관적 기준의 제공

감정적이거나 주관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일정한 기준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사람은 진보적이야"라고 막연히 말하는 것보다는 "진보성향 +2점"이라고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2. 숨겨진 패턴의 발견

글쓴이도 의식하지 못한 자신의 가치관이 드러나기도 한다. 유시민의 경우 전문가 권위에 대한 복합적 태도(-1점)가 흥미로웠다. 법관들의 권위 남용은 비판하면서도 법리적 전문성은 적극 활용하는 미묘한 지점을 포착해낸 것이다.

3. 일관성의 확인

여러 글을 분석해보면 한 사람의 사상적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유시민의 이번 분석 결과는 그의 과거 정치인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관된 정체성과도 부합한다.

한계와 가능성

이런 분석의 한계도 분명하다. 글의 주제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특정 시점의 감정이나 상황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도 있다. 또한 12개 차원으로 인간의 복잡한 사상을 다 담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가능성도 크다. 정치인들의 공약과 실제 가치관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시대별로 사회 전체의 사상적 변화를 추적해볼 수도 있다. 언론인이나 지식인들의 숨겨진 편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AI 시대에 사람의 사상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토론과 소통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분석 결과가 사람을 재단하거나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아, 이 사람은 이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구나"를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 정도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글들을 분석해보면서 이 방법론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혹시 여러분도 자신의 글이나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이런 방식으로 분석해보고 싶다면 언제든 제안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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