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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도구를 사용하는 AI, 사상가가 된 AI

by 격암(강국진) 2026. 2. 18.

AI 에이전트 시스템 indiebizOS를 계속 만들고 고치다가 최근에 저는 한가지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건 전체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한거지요.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처음에는 이 결단이 망설여졌습니다. 그 생각은 이제까지 한 것을 전부 쓰레기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단이란 indiebizOS에 새로운 언어를 도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DSL(domain-Specific Language)는 그 자체가 하나의 언어입니다. 이 언어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은 AI로 하여금 이 언어로 사고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AI 시스템에서는 AI에게 도구들을 여러개 줍니다. 혹은 스킬들을 여러개 주지요. 그래서 AI에게 뭔가 복잡한 걸 시키면 AI는 이 도구들을 쓰거나 스킬들을 써서 그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스킬이 여러개 있다면 AI에게 명령을 할 때 먼저 이 명령을 실행하기에 적합한 스킬을 검색합니다. 그리고 나서 일종의 메뉴얼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스킬을 읽고 AI는 일을 합니다. 도구는 도구의 정의와 사용법을 가지고 있다가 마찬가지로 명령에 맞는 도구를 찾아서 그걸 사용하는 겁니다. indiebizOS도 이런 식이었고, 요즘 시끄러운 openclaw는 물론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이렇게 바꿨습니다. ibl 이라는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를 실행하는 실행기를 에이전트에게 도구로 줍니다. 에이전트는 이 도구 이외에는 도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용자가 명령을 하면 에이전트는 이 ibl이라는 언어로 그 명령을 수행하는 말 혹은 코드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 ibl 실행기가 그걸 실행해서 명령을 수행하는 겁니다.

 

이런 식의 시도를 세계에서 제가 제일 처음해봤다면 자랑할만하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AI에게 물어본 결과 replit agent나 intentlang 이라는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다른 몇몇 프로젝트에서도 AI에게 특정언어를 쓰도록 한 사례들이 이미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거론한 2개의 프로젝트는 파이선 그 자체를 DSL로 쓰거나 아니면 그걸 약간 변형한 형태의 언어를 그렇게 했으며 그 결과 도구를 사용하는 정확도가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있었다는 군요.

 

이런 것들은 기술적인 것이지만 그런 기술적인 것을 약간만 넘으면 이 문제는 상당히 철학적인 것입니다. 제가 indiebizOS에 언어를 도입하기로 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AI는 자신의 환경을 보고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도구나 스킬들을 단순 검색하는게 아니라 AI가 새로운 언어를 쓰고 그 언어가 그 환경을 자연히 반영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indiebizOS에서 쓰는 ibl은 한마디로 연결의 언어입니다. 그것의 핵심철학은 모든 것은 노드다라는 말입니다. AI도 노드이고, 도구도 노드이며, 사용자도 노드입니다. 그래서 에이전트는 다른 노드들에게 뭔가를 부탁해서 일을 하는 거죠. ibl에서 자연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나는 어떤 노드들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내가 도구나 스킬을 가지는 것과 내가 노드를 가지는 것의 차이는 노드는 행동의 주체입니다. 그래서 나는 노드에게 어떤 행동을 해달라고 요청하게 되지요. 도구는 노드와 행동을 보통 합쳐놓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뉴스를 검색해다가 신문을 만드는 도구가 있다면 혹은 그걸 어떻게 하는건지 그 과정을 설명해 놓은 스킬이 있다면 거기에서는 굳이 어떤 행위의 주체가 그걸 하는가 같은 개념을 분명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구의 나열이나 스킬의 나열은 매우 추상적인 정보들의 나열이며 그것이 수백 수천개 있다고 하면 우리는 그런 추상적인 것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알기 위해서 벡터 검색같은 걸 씁니다. 그건 마치 수많은 에세이들이 있을 때 서로 비슷한 에세이들이 어떤 것인가를 따질 때 쓰는 방법이죠.

 

그런데 노드는 행동의 주체를 정하고 그 다음에 그것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합니다. 그렇게 되면 에이전트는 모든 추상적인 도구나 스킬들 사이에서 내가 쓸 수 있는게 뭘까를 생각하게 되는게 아니라 이런 일은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나? 내가 부탁할 수 있는 노드들은 이러 저러하게 있는데 그 도움을 어떻게 조합하면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게 되는가하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ibl은 더 추상화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 오히려 노드들이 더 구체적으로 느껴집니다. 그건 마치 내가 방에 있는데 앞에는 안드로이드 폰이 있고, 옆에는 마이크가 있다면 전화를 걸고 싶으면 안드로이드 폰을 쓰고, 뭔가를 크게 말해야 한다면 마이크를 써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왜냐면 기술적 세부사항을 추상화를 통해서 숨기고 주체를 들어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AI라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AI는 결국 llm 즉 언어 AI이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언어를 다루게 할 때 그리고 그 언어가 에이전트의 환경을 잘 반영할 때 에이전트가 가장 지능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여기까지 참고 읽으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걸 정리해 보면 첫째로 이같은 것이 소위 피지컬 AI에 중요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봇을 움직이는 AI도 결국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이 조종합니다. 그런데 그것에게 도구를 주고 그 도구로 손발을 움직이게 하는게 아니라 제가 말한 것처럼 노드들의 합으로 이뤄진 시스템을 반영하는 언어를 만들고 그 언어를 쓰게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AI는 자기 몸과 자기 주변의 환경을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둘째로 이같은 변화는 도구를 쓰는 AI를 일종의 사상가로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도구를 쓰는 존재로 파악할 때는 우리는 에이전트 주변에 도구를 나열합니다. 그런데 언어를 구성해서 AI 에이전트에게 쓰게 하면 그건 AI가 특정한 방식으로 사고하게 만듭니다. 그것 자체가 어떤 사상의 주입입니다. 그러니까 경제학자의 단어들로 사고하면 경제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이고, 과학적 단어들로, 예술적 단어들로, 공산주의적 단어들로 사고하면 그런 사상들을 바탕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단어들은 암묵적으로 어떤 환경의 특징내지 법칙을 전제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런 시도를 통해서 indiebizOS는 훨씬 좋은 시스템이 되었을까요? 그건 아직 테스트 중이라서 완전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테스트에서는 꽤 좋아진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언어를 통해서 AI의 행동패턴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좋은 언어를 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요. 다시 말해 언어를 쓴다 안쓴다가 아니라 언어의 최적화가 필요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언어를 최적화하려고 이것 저것 바꿔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라면 AI의 성능도 좋아지겟지만 그 이상으로 저는 AI의 확장성이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도구나 스킬 시스템에서는 계속 그런 것을 늘려가면 나중에는 혼동이 옵니다. 그런데 언어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도구나 스킬은 언어에 단순하게 편입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일은 어떤 노드가 어떤 액션을 통해서 하는 일인가를 분석해야 합니다. 어떤 일은 언어를 전혀 바꾸지 못합니다. 왜냐면 기존의 언어로도 이 일을 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시스템을 더 복잡하게 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기존의 언어를 구사해서 우리가 원하는 일이 이뤄질 겁니다. 어떤 일은 언어를 확장하도록 만들겁니다. 그러면 언어는 더욱 강력해 지겠지요. 스킬이나 도구가 늘어도 어느 정도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만 그만큼 혼란도 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언어방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기술적인 이야기지만 철학적으로 재미있고, 저 자신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쓴 글입니다. 저 말고도 이런걸 재미있게 생각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읽으면 좋겠군요. 인간의 사고도 결국은 전부 다가 아니라면 상당부분 언어의 산물입니다. 세상에 대한 정보는 우리의 머릿속에 그저 단순하게 나열되는게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 즉 언어를 이루면서 흡수됩니다.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제가 AI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AI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종종 AI가 따라야 할 윤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그것에게 어떤 규칙을 주입할까를 고민하지요. 그런데 이 방면에서도 언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즉 윤리적 AI는 윤리적 언어에서 나오며, 기본적으로 윤리규칙이 영어로 주입된다면 그 AI는 영어를 쓰는 사회의 윤리를 당연시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이것은 어떤 규칙을 AI에게 주입해야 할까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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