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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개인주의의 명예회복

by 격암(강국진) 2026. 2. 21.

개인주의라는 말은 종종 이기적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나는 개인주의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사람이 이기적인가 아닌가는 개인주의라는 말과는 상관없이 없으며 오히려 개인주의적이 아님을 말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에 반대하는 이 사람들을 잠깐동안 반개인주의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반개인주의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말하기 위해 아주 사소한 예부터 시작해보자. 식당에 갔는데 각자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하자.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문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끝없이 모두의 주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네가 이걸 시키면 나는 이걸 시키겠다. 그러면 나눠먹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하는 식이다.

 

물론 그같은 발상이 꼭 틀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은 각각이고, 집단적 결정이란 그런 취향을 다 살필 수 있을만큼 섬세하게 내려지기 어렵다. 우리는 식사를 주문하기 전에 긴 토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집단적 결정을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국 목소리 큰 누군가의 취향이 반영되고 나머지 사람들의 취향은 무시된다. 자장면만 먹고 싶은 사람도 굳이 짬뽕을 나눠먹어야 한다.

 

나는 이걸 식사주문이라는 단순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했지만 이같은 태도는 우리 생활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구두를 신건, 모자를 쓰건 그저 자기 취향이겠거니 하면 될텐데 세상에는 예의가 있고, 상식이 있다면서 온 세상일에 다 관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반개인주의자들이다.

 

개인주의자건 반개인주의자건 사람은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다. 이건 꼭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함께 일했다고 하자. 그럼 사람들은 자기가 더 일을 많이했다고 여기기 쉽다. 왜냐면 내가 힘든건 생생하게 알지만 다른 사람이 힘든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나는 늘상 고생하는데 남은 놀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나는 뭔가 열심히 기여를 했는데 남은 해준게 없는것같다. 이건 근본적으로는 모르기 때문이다. 내 일도 다 모르는 우리는 남의 일을 다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반개인주의자들이 하는 것처럼 자꾸 니것 내것을 섞어서 판단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그게 이기주의가 된다. 반개인주의자들이 잘하는 일이 있다. 그건 공동의 판단이라는 식으로 일을 애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을 하기로 하고 왠만하면 그냥 넘어가는게 아니라 니일도 없고 내일도 없다. 내일에도 반드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남의 일에도 반드시 끼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끝에 가서 잘된 건 자기탓이고 잘못된건 남탓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개인주의자들의 입은 아주 바쁘다. 왜냐면 그들은 부지런히 남의 일에 관여하고 다른 사람을 자기 일에 관여시켜야 하며, 다른 사람이 잘했다 못했다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주변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투쟁이 된다. 아니면 끊임없는 개인주의자에 대한 억압이 되던지 말이다.

 

본인은 그걸 잘 모르는 것같지만 반개인주의자들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한다. 온갖 규칙과 취향을 상식으로 말하면서 그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가만 두고 보지를 못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규칙은 있어야한다. 모두가 지킬 규칙도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개인주의자들은 규칙이 너무 많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기만 그걸 지키는게 아니라 그걸 주변사람에게 강요한다. 그러니까 그런 분위기에서 알겠다고만 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반개인주의자들이라고 이런 걸 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도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아니면 숨쉬는 것도 남의 명령을 들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개인주의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면 큰 소동이 난다.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모두가 백가지 천가지 말을 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엉뚱하게 흐르는데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애초에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그들의 습관이다.

 

이렇듯 뻔한 일에도 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결론은 엉망이 되어서 판단은 매우 주관적이 되는 것이 반개인주의자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내 자식이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힌 것은 살인에 가까운 분노할 일인데 내 자식이 다른 자식을 두들겨 팬것은 애들 장난이므로 끼어들 일이 아니게 되는 일이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아무도 그것의 모순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반개인주의자들의 특징중 하나다.

 

개인주의자들은 집단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럼 개인주의자들이 반공동체적일까? 내가 보기엔 그 반대다. 개인주의자들은 공동체를 공공의 환경이나 시스템으로 인식한다.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것은 지하철이라는 공공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자들은 자신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것이 국가나 민족같은 공동체의 덕이라는 것을 잘안다.

 

하지만 반개인주의자들은 이렇지 않다. 반개인주의자들이 오히려 반공동체적이다. 그들도 어떤 공동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그건 끝없이 가르는 선이 바뀔 수 있는 일종의 패거리 같은 것이다. 즉 내가 당장 속한 우리 패거리의 이익을 확보해야 나에게 이익이 온다는 식이다. 그러나가 니편 내편의 개념이 바뀌면 태도도 즉각 바뀐다. 언제나 규칙을 이야기하는 반개인주의자들은 놀랍게도 사실은 규칙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상 규칙이나 상식을 자주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규칙이나 상식은 자기 취향을 말할 뿐이고 그것도 사실은 일관성도 없다. 그러니까 정말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공공의 규칙은 무시하고, 바로 집단의 힘으로 그것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주의는 근대화를 통해 번성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와 반대되는 반개인주의란 상당부분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인 정서다. 근대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개인주의도 미래에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주의가 이기적이라는 뜻도 아니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기희생적이라는 뜻도 아니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입장도 다르고 상황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론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말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좋은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들은 결국 자기에게 유리한 어떤 시스템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그걸 거부하고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것을 이기주의적 개인주의라고 비판하는 것같기 때문이다.

 

반개인주의적 태도는 흔히 어떤 가정 속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느껴진다. 즉 어릴 때 자신이 자라난 가정속의 분위기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자라난 가정의 특수성을 알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는데 있을 수 있다. 몸도 크고 나이도 들었지만 그 행동방식이 실상은 아직도 어린애인 사람들이 개인주의를 잘 욕한다. 그 말은 자신은 희생하면서 산다는 뜻인데 그 희생이란 결국 어떤 가족 시스템안으로 사람들을 억압해서 온갖 비극을 양산하고 그걸 참고 견디는 것을 의미한다. 난 개인주의자다. 그리고 그런건 정말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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