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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54

2. 내가 하는 일의 의미 2. 내가 하는 일의 의미 일단 밥이라는 것을 거부하지 않게 되자 설명서는 갑자기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변했습니다. 설명서는 밥이란 단어로 가득 차 있었는데 뻐꾸기 밥솥은 그걸 열심히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뻐꾸기 밥솥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러자 밥을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훨씬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자 밥솥은 자기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밥솥의 외로움은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밥솥은 이제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전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밥만들기가 빵만들기 같이 인정받고 있는 일은 아.. 2018. 4. 16.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어느 전자상가의 2층에는 오븐매장이 있었습니다. 이 매장에 있는 여러가지 오븐들은 반죽을 발효할 수 있고, 다양한 빵들을 구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식빵을 만들 수 있고, 버터링 쿠키를 만들 수 있었으며 치즈를 잔뜩 넣은 스콘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놓여진 기계들이 으레 그렇듯 자기를 더 많이 파는 일에 익숙한 오븐들은 언제나 자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용량을 가졌는가라던가, 자신의 계기판이 얼마나 보기 쉬운가를 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자렌지기능이라던가 토스트를 만드는 광파 기능을 자랑했습니다. 어떤 오븐들은 자신의 예쁜 얼굴을 자랑했습니다. 일단 자신을 사서 부엌의 한쪽에 설치하면 그 집은 완전히 새.. 2018. 4. 16.
쥐와 벌 7.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끝) 7.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오늘밤 거리의 풍경은 유달리 지독했다. 거리는 온통 촛불로 채워져 있고 사람들은 쥐를 잡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텔레비젼이 중계해 주는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온 세상이 쥐만 본다는 느낌이 든다. 신경 쓸 다른 일들이 없는 것같다. 쥐는 이 모든 것들이 약간 희극적으로 보였다. 지금은 온 세상이 자신만 본다는 느낌이라서 쥐는 억울하고 귀찮았지만 한 때 쥐는 정확히 그 반대를 원했다. 쥐는 한 때 세상이 자신을 전혀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싶었다. 세상이 나를 봐주지 않는다면 내가 그 세상의 발가락을 물어서라도 나를 보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쥐에게는 있었다. 쥐는 그런 면에서는 지나치게 성공했다. 이젠 관심이 지나치다. 왜 이렇.. 2017. 10. 26.
쥐와 벌 6.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6.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피리를 부는 사나이는 사라졌고 쥐의 마음은 다시 편안해 졌다. 언론은 쥐를 양산하는 메세지를 잘 보내고 있었고 세상은 어디나 모두 쥐들로 채워졌다. 그야말로 쥐의 제국은 번창했다. 오 위대한 쥐의 제국!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동영상이 하나 메일로 왔다. 그것은 쥐의 손녀가 유치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쥐는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스크린위의 손녀를 쳐다보았다. 때마침 쥐의 사무실에 있던 영주쥐도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쥐의 부하중 많은 쥐들은 버림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우둔한 영주쥐는 쥐를 따라와서 아직도 일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영주쥐는 결코 서울쥐나 이천쥐같은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주쥐는 쥐에게 가장 충성스럽다는 .. 2017. 10. 24.
쥐와 벌 5. 피리를 부는 사나이 5. 피리를 부는 사나이. 쥐는 한 사람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그를 피리를 부는 사나이라고 불렀다. 그 별명은 매우 적절했는데 그는 자기처럼 쥐로 만들어진 사람들에게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피리소리에 모여든 사람들은 어느새 쥐의 저주들 혹은 쥐의 죄악들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그들은 용기를 가졌고 더이상 두려움에 지지 않았다. 그들은 자잘한 분열때문에 선악을 잊고 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동체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더이상 인간에게 충성하지 않았고 어떤 사상도 맹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 남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거짓말만 하고 듣는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체념.. 2017. 10. 21.
쥐와 벌 4. 이중사고 4. 이중사고 노인은 그를 한 작업장의 책임자로 만들어 주었다. 쥐는 노인의 가르침을 금방 숙달했고 그가 이해한 것을 설교하기를 좋아했다. 쥐는 노인이 그렇게 했듯이 자신도 자기의 부하를 만들었고 그들에게 충성을 요구했으며 그 부하들에게는 그들의 부하를 만들 것을 권했다. 이 충성의 계단을 끝없이 늘릴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사업의 기본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피라미드 사업이었기 때문에 피라미드는 계속 성장해야 했다. 성장이 멈춘 조직은 현상유지도 어려워진다. 사람들로하여금 열렬하게 충성의 피라미드에 뛰어들게 만들려면 쥐는 끊임없이 부하들을 고르고 그들을 교육해야 했다. 부하들을 충실한 쥐로 만드는 것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건 보기와는 달리 일종의 교육사업이었고 종교사업이었다. 학습은 .. 2017. 10. 20.
쥐와 벌 3. 중요한 질문 3. 중요한 질문 하지만 물론 쥐의 이 모든 변화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시궁창의 쥐가 한순간에 괴물이 되지는 않는다. 쥐는 그저 나름대로 자명해 보이는 한걸음 한걸음을 걸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 속에서 쥐는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발견했다. 그 한걸음 한걸음은 다른 식으로 말하면 세상이 그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는 그때마다 하나의 선택을 했고 그것은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해 쥐가 세상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답이 되었다. 노파와의 일이 있은 이후 쥐는 당당해 졌다. 그는 보다 단호한 태도로 세상을 살았다. 어떻게 세상을 사는가에 대해 확신을 하면 할 수록 사람은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그는 한 때 규칙을 지키는 올바른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이제 쥐는 세상을 시장의 관.. 2017. 10. 19.
쥐와 벌 2. 악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2. 악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우리가 남입니까 여러분!” 지역선거철 이었다. 한 정당의 후보는 길가는 사람들을 향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우리가 남입니까 여러분!” 그는 몇마디 다른 말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 말은 사실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매우 기괴한 말이었다. 왜냐면 이 말을 뒤집으면 누군가는 남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후보자를 뽑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뽑으면 그 사람은 남이고 따라서 그것은 마치 외세에 정복당하는 식민지가 되는 꼴이라는 뜻인 것이다. 다른 후보라고 해서 외국인이거나 외계인인 것도 아니며 이 후보라고 해서 개인적으로 이 지역구 사람들과 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후보라고 해서 언제부터 ‘우리’였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말은 기괴하.. 2017. 10. 18.
쥐와 벌 1. 악의 탄생 쥐와 벌 (쥐들의 제국)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의 누군가와 비슷하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1. 악의 탄생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속에서 한 부패한 교도소 소장은 죄수 중 하나인 주인공을 착취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교도소를 기적적으로 탈출하고 소장의 악의 제국은 무너지고 만다. 소장은 그를 잡으려고 경찰이 몰려오자 스스로에게 총을 쏴서 자살하고 만다. 쥐는 언제나 하나의 권력시기가 끝나갈 때면 그 소장을 떠올리곤 했다. 시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는 그 소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다. 이제 그는 권력을 잃을 것이고 그의 몰락을 예감한 수 많은 적들이 그를 향해 달려 올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저 문이 열리면 누군가가 들어와 쥐에게 체포영장을 내밀지.. 2017. 10. 4.
두 남자 가게를 열다 (6) 실패한 혁명가 철주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꽤 오래 걸렸다. 이윽고 철진은 고개를 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저는 자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버릇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가 나오던 저는 어떤 이론이나 일반론으로 달아납니다. 나 자신이라고 하는 어떤 특별한 한 경우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해 지는 것이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내가 뭘 좋아하는가의 문제로 말하기 보다는 어떤 절대적인 틀안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문제로 자꾸 만드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전에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본적이 없었는데 철진형이랑 이야기하면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가 자꾸 미끄러진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 ..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5) 21세기의 가게들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기 혼자만의 환상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만약 주변의 모든 것을 무시하고 혼자만의 공간에 처박힌다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즉 자신의 무지와 세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면, 다르게 말해서 항상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고 미지의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끊임없는 세상의 혼란이 우리를 변하게 하고 다른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겠죠.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 반대입니다. 지나친 세상의 혼란이 우리로 하여금 자기를 지킬 수 없게 하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일관성을 지키지도 못하는 내적인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관성을 잃는 다는 것은 자기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4) 가게안의 가게 철주와 철진의 만남은 몇 일 가지 않아서 다시 이뤄졌다. 둘다 만나서 가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재미있어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혀 말도 되지 않을 것같은 가게 만들기라는 것을 향해 비록 천걸음 만걸음중에 한 걸음이라도 한걸음 한걸음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철주와 철진은 비록 그 모든 생각들이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해도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가게를 세웠다가 지워버렸다. 세상도 좀 달라보였다. 이제 둘은 구석의 가게를 보면 저기는 장사가 잘 될까. 뭘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상가 권리금 문제로 분쟁이 있어났다는 기사를 읽으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게 되었다. 철진은 복고풍의 1인용 가죽 의자를 보면서 저런 의자를 가게에 놓으면 내가 원하는 가게 분위기가 생길까 하는..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3)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 두 남자는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다. 그 일주일동안 두 남자가 서로에게 주었던 숙제는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해 지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결국 어떤 가게가 그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가게가 될 것인가하는 답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모금 삼킨 다음 철진은 말문을 열었다. “난 고리타분한 사람이야. 그래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책을 좀 찾아봤지. 칸트는 사람이 행복해 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더군.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거야. 책장에 쇼펜하우어 인생론이 있기에 그걸 펼쳐봤더니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첫번째 조건은 건강이라..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2) 가게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가 뭔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을 때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뭔가 말하기에는 그것은 너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마음을 가졌다거나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마음이란게 뭔지 살아있다는 것이 뭔지에 대해 뭔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작다. 절대적 무지가 절대적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 바로 무지의 벽이 세워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스스로 그 벽을 세우고 그 벽들 안에 갇힌다. 두 남자는 몇일 뒤 다시 만났다. 그리고 깨진 거울의 일도 잊지 않았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뭐든지 하자는..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존재의 이유 나는 계란후라이가 좋다. 노란 빛이 선명한 계란이 프라이팬 위에 툭 떨어지고 그러자마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익어가는 것이다. 나는 봄날의 창가가 좋다. 창밖으로 구불구불하게 숲으로 난 오솔길이 보이고 그 위로 아지랑이가 나른하게 솟아나는 것이다. 저멀리로는 길을 따라 걸어오는 소를 모는 농부가 있다. 아니 비록 그것이 경운기나 최신등산복을 입은 여행자라도 괜찮다. 나는 빗소리가 좋다. 비오는 날에 창가에 놓인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 유리창에는 물방울이 주룩주룩 흐를 것이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나는 자리를 편안히하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다. 나는 너에 대해서는 뭐든지 다 알고 있다. 이 말은 슬픈 말이다. 적어도 아내에게서는 가족.. 2015. 1. 11.
새빨간 거짓말 6 6. Normal 0 10 pt 0 2 false false false EN-US JA X-NONE $([\{£¥‘“〈《「『【〔$([{「£¥ !%),.:;?]}¢°’”‰′″℃、。々〉》」』】〕゛゜ゝゞ・ヽヾ!%),.:;?]}。」、・゙゚¢ 이제 이 글들의 제목이 새빨간 거짓.. 2014.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