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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이해하기46

중요한 것이 신뢰인가 팩트인가? 23.5.1 예전부터 느끼던 일이다. 사람들은 너무 팩트가 중요하다는 말에 중독되어 있고 팩트를 따지는 것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신뢰이며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인적 상황에 오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납득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적 판단을 한다던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면 우리는 그 팩트가 중요하다는 말에 금방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그럼 왜 팩트보다 신뢰가 더 중요할까? 가장 큰 이유는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팩트들이 있으며 그것들의 의미는 수없이 많은 문맥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홀로 존재하며 의미를 가지는 팩트는 없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너무 시시하게 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난해한 말처럼 들리는 사.. 2023. 5. 1.
우리의 본질 22.11.5 우리는 누구인가? 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 이걸 생각하는데 있어서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구체적인 뭔가의 본질이 뭔가를 묻기 전에 애초에 본질이란 것 자체가 뭔가를 좀 더 일반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걸 지적하기 위해 두 개의 예를 들어 보자. 여기 도토리같은 씨앗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씨앗의 미래는 무엇인가라고 누가 묻는다고 하자. 그 씨앗이 어딘가에 심어져 싹이 트고 나무가 되었다면 이 씨앗의 미래는 그 나무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살아있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자. 여기 한방울의 잉크가 있다. 그것이 만년필의 펜촉끝에서 .. 2022. 11. 5.
짧고 빠른 미디어의 시대가 만드는 착각 22.6.1 일찌기 마셜 맥루한은 그의 책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가 메세지라는 말과 미디어는 육체의 연장이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란 사실상 우리가 쓰는 모든 도구들을 말하는데 문자라던가 자동차라던가 디카같은 것들이 모두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기술은 인간의 육체를 연장시키고 그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그것으로 인해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세상보는 방식이 다르듯 다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다른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정신을 소유하게 된다. 그럼 우리는 요즘 어떤 미디어에 둘러 쌓여 있는가? 그 답이 무엇이든 그것들은 짧고 빠른 것이기 쉽다. 긴 기사를 읽기보다는 짧은 트위터의 글에 더 많이 반응하고.. 2022. 6. 1.
생각의 차원 22.5.28 옛 글을 읽다가 새삼 다시 배운 것이 있다. 그건 우리가 말의 함정에 빠져서 세상을 1차원으로 보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선거철이라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보통 극좌-진보-중도진보-중도보수-보수-극우 뭐 이런식의 나열을 하고 나는 진보와 중도진보를 지지한다던가 보수와 극우를 지지한다던가 하는 식의 태도를 취하기 쉽다. 이러한 사고가 1차원 사고다. 즉 0점에서 100점까지처럼 하나의 점수로 사람들이나 정당을 나열하고 대충 이정도가 내 취향이라는 식으로 어느 부근을 찍는다. 그런데 이런 사고는 당연히 아주 많은 경우 엉터리이다. 아마 실생활에서는 거의 다 엉터리일 것이다. 과학이나 수학처럼 다른 조건들을 정확히 측정하고 조정하는 상황이 .. 2022. 5. 28.
다시 보편성과 특수성 22.4.2 나는 이전에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오늘은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그것은 이해와 예측이라는 측면에서다. 우리는 먼저 학문적인 분야나 사회적인 토론은 보편의 차원에서 다뤄지기 마련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뭔가를 이해하고 뭔가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우선 우리는 그 이해와 예측의 대상이 되는 그 뭔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래서 정체성이라는 측면에 대해 이전에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해와 예측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남았으며 나는 이런 측면에서의 보편과 특수의 혼동이 우리의 삶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말했듯이 우리는 이해와 예측을 위해 보편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걸 생각해 보자... 2022. 4. 2.
패러다임이란 말은 왜 놀라운 말인가? 2022.3.14 당신이 어느 방에 앉아 있다고 해보자. 당신은 당신의 소파 앞쪽의 벽에 시계가 걸려 있는 것을 본다. 그 하얀 벽에는 시계밖에는 없는데 그 시계는 소리도 없이 시계침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당신은 잠에서 깨어나고 당신이 보았던 그 시계가 있는 방은 실제가 아니라 꿈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오늘날 아주 흔해진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매우 충격적인 개념이다. 왜냐면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즉 우리가 아는 것이 사실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라는 것을 주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패러다임의 안에 있을 때 우리는 그 패러다임이 보여주는 것만 보게 되고 그 패러다임을 넘어서 세.. 2022. 3. 14.
세상은 바뀌었을까 아닐까? 2022.2.20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바뀌어 온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인 두 개의 말이 오고가는 것같다. 하나는 방금 말한 것처럼 한국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그건 겉보기만 그럴뿐 본질적으로 세상은 바뀐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세상은 바뀌었을까 아닐까? 세상은 정말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을까? 여기에는 뻔한 답이 있는 것같다. 반박할 수 없고 논리적이며 자기 방어적이기도 한 주장은 그냥 세상에는 바뀐 것도 있고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뻔한 답은 왠지 뒷맛이 쓰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기 위해 조금 이야기를 돌려 비슷한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구나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소년 소.. 2022. 2. 20.
수학과 언어 그리고 철학 22.2.16 일찌기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화이트헤드는 하나 이상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 철학을 배우는데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거기서 그가 말한 언어는 한국어나 프랑스어같은 일상어를 말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수학도 하나의 언어로 여겨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 철학을 배우는데 중요하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언어가 우리 안에서 뭘 하는 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어에는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들이 조합되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적 정신적 세계를 묘사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학에도 단어라는 게 있을까? 수학에도 정의라던가 공리같은 것이 있다. 선이나 점이라던가 임의의 두 선을 지나는 직선은 하나 뿐이다같은 기하학의 공리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수학의 단어.. 2022. 2. 16.
객관적 태도나 설명이라는 착각 2022.2.4 오늘날 객관적이라는 말만큼 중요시되는 말도 없을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객관적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말로 쓰이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객관적이 되라, 객관적인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산다. 그러니 자연히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이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는 결론을 만들기 위해 그것들이 객관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완벽하게 객관적인 사실이란 세상에 없다. 다만 지극히 근사적으로 객관적 사실이 있을 뿐인데 이 차이를 잘 생각해 보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사소한 것부터 말하자면 이런 사람은 남과 싸우게 되기 쉽다. 왜냐면 그 사람은 지극히 불합리한 주장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큰 것을 말하자면 이것은 문명.. 2022. 2. 4.
남과 하는 토론과 결정은 왜 어려운가 22.1.15 우리는 여행을 간다던가, 진학을 한다던가 혹은 저녁에 뭘 먹을까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산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과 살아가는 존재라 그 결정은 종종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고 설사 그것이 누군가의 모자를 사는 것처럼 본질적으로 어떤 개인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조언과 의견을 요청받게 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뭔가를 남과 의논하고 결정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흔한 이유는 이 의논이라는 것이 객관적 지식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 주전자가 1kg을 넘을까 넘지 않을까같은 질문에는 객관적 답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면 그 답을 말하면 된다. 우리는 이 주전자의 무게가 그걸 이야기하는 문맥에 따라 달라질거라고는 거의 생.. 2022. 1. 15.
귀족의 철학, 보통사람의 철학 2021.9.20 우리는 언제나 과거에 의존하여 미래를 바라본다. 그래서 과거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과거는 지금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이 세상은 지금 과거보다 더 민주적인 세상이며 앞으로는 더욱 더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이고 과거의 세계는 지금의 세계에 비하면 단순하고 작았고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철학자들의 말을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그들의 말에는 대개 한가지 특징이 있다. 그들은 우리라는 말을 인간내지 인류라는 말로 쓴다. 즉 '우리는 어떻게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가'같은 인식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고 할 때 그들이 말하는 우리는 그 자신이나 그 친구들이 아니라 영국인이나 프랑스인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인.. 2021. 9. 20.
옳고 그른 것이 전부가 아니다. 21.6.28 우리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신경을 쓰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큰 착각이며 특히 요즘 시대 정신을 모르는 착각이라서 우리를 비합리적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수학이나 논리학에서 참과 거짓을 말할 수 있는 문장을 명제라고 하는데 개인주의적 시각이랄까, 고립계적 시각이랄까라고 할 수 있는 이 관점은 다음처럼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가치가 있는 정보는 모두 명제다. 우리는 이 관점에 이미 중독되어 이걸 그럴듯하게 말하기란 쉬운 일이다. 옳고 그른 걸 말할 수 없는 문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옳고 그른게 없으니 아무래도 좋은거 아닌가? 그런 걸 주관적 주장이라고 하지 않는 가? 우리는 객관적 사실에 주목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옳.. 2021. 6. 28.
나쁜 놈과 무식한 놈 그리고 진짜로 무식한 놈 18.12.16 세상의 소식을 듣다보면 거듭 떠오르게 되는 생각이 있다. 이건 나쁜 놈인가 무식한 놈인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알고 이러는 거라면 나쁜 놈이고 모르고 이러는 거라면 바보네라는 바로 그 생각 말이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나만 하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일찌기 프로타고라스와의 대화에서 덕성이란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사람이 고통과 쾌락의 총량을 안다면 언제나 덕성 있게 행동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서 세상에 나쁜 놈은 없으며 다 무식한 놈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그게 남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자기에게도 해가 된다는 것을 모르니까 사악하게 행동한다. 그런데 사실 현실도 미래도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떤 행동이 가져.. 2018. 12. 16.
전문가라는 시대적 모순 2018.1.16 저는 전문가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져서 전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 합니다. 전문가는 특정분야에 대해서 장기간 공부하거나 경험을 쌓은 사람을 말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는 그 특정분야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더 잘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즉 우리가 뭘 잘 모른다고 느낄 때는 그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합니다. 그런데 이 당연해 보이는 행동도 많은 전제를 깔고 있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그 전제들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위기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 행동이야 말로 우리가 흔히 취하는 의사결정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결정을 .. 2018. 1. 16.
우리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몇가지 이유들 2015.7.21 다른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단순히 노력이라던가 성의의 문제만도 아니다. 타고난 재능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자폐증상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타인이란 돌멩이처럼 무생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화성인이나 유령처럼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보통 사람도 때로 다른 사람들이 무서울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답답하고 밉다. 그것은 어느 정도 언제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타인이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에는 뭐가 있을까. 당신의 상식 혹은 정신적.. 2015. 7. 21.
객관화의 환상과 제도 개혁 15.5.15 장자의 천도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환공이 성인의 말씀이 쓰여진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마루아래서 수레바퀴를 깍고 있던 윤편이 그 성인이 이미 죽고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자 그 윤편이 말한다. “그렇다면 공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 사람의 찌거기군요.” 환공이 화가 나서 왜 그런가 물었더니 윤편이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도 바퀴를 깍고 있는데 그 비결을 아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어서 여전히 이 늙은 나이에도 바퀴를 깍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도 분명히 자기가 체득한 것을 책에다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성인의 책이란 옛사람의 찌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생태도시만들기라던가 자동차없는 도시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는 책을 하나 읽었다. 그 책은 저자의 존경할만한 노력덕분.. 2015.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