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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47

바깥을 쳐다보는 집, 안쪽을 쳐다보는 집 23.2.3 집하면 나오는 말중의 하나는 그 집 참 전망 좋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좋은 집이라고 하면 뭔가 멋진 것들 사이에 있는 집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는 집, 근사한 정원을 앞에 두고 지은 집, 근사한 산을 옆에 끼고 있는 집이 이런 의미에서는 좋은 집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집이 좋은 집일까? 물론이다. 만약 가격이나 편의성같은 다른 모든 조건을 다 무시한다면 전망이 좋아서 나쁠게 없다. 하지만 이게 문제다. 집은 카페도 아니고 전망대도 아니다. 오늘날의 집은 집에 딸린 정원에서 사냥도 했던 서양의 거대한 성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좋은 집이란 성이나 전망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 집을 둘러싼 좋은 것이란 것도 결국 넘쳐서 그 집을 습격하게 되.. 2023. 2. 3.
건축가가 짓는 집, 집장사가 짓는 집 23.1.26 한국에서 집하면 아파트다. 그리고 한국의 아파트들은 한 단지안에서는 서로 완전히 똑같은 것은 물론 다른 지역의 아파트도 거의 똑같은 도면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같다면 말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건축가가 활동할 영역이 매우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국민이 똑같은 면티를 항상 입는다면 패션 디자이너는 활동영역이 매우 좁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실은 건축가들이 실험을 하고 실제로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줄이게 된다. 머리가 좋고 나쁜 걸 떠나서 집을 백채 지어본 사람과 한채도 지어보지 못한 사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티비에서 집을 소개하는 건축탐구 집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건축가가 자기가 살려고 지은 집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부모님을 위해 지은 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 2023. 1. 27.
8년만에 집을 구하며 23.1.4 전주에 온지 8년. 이사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지금 나는 주인세대라고 부르는 집에 살고 있다. 이것은 원룸빌딩의 꼭대기층에 있는 복층 주거인데 좀 차이가 있지만 2층집을 건물 맨 위로 올려 놓았다고 보면 된다. 파라솔을 놓고 꽃과 채소를 키울 수 있는 테라스가 있으며 2층으로 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2층을 단지 창고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주인세대를 잘 못지어서 그렇다. 잘지은 주인세대의 복층은 손님방이나 서재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인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4층과 5층이 합쳐져서 주인세대다. 이 집은 테라스 공간이 아랫층에 없어서 아랫층은 사실 그냥 보통 아파트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면 5층 복층이 나오고 복층의 .. 2023. 1. 4.
집이 중요해지고 있다. 22.12.25 요즘 부동산 위기에 대한 말이 사방에 가득하다. 서울 어디의 아파트값이 반년만에 40%쯤 빠졌다는 식의 기사가 여기저기 나온다.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이 후회한다는 기사도 많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경제적 차원과는 다른 의미에서 집이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즉 머물 공간으로서의 집이 드디어 중요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난 몇년간 집안에 갇혀 지내던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세상을 어느 정도 비가역적으로 바꿨다. 지금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집에 있어 보니 좋더라 같은 경험을 남긴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2. 12. 25.
한국 부동산의 특이함 22.10.17 한국의 부동산은 특이합니다. 우선 한국에는 전세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지구상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으며 굉장히 이상하게 이해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종종 갑을 관계를 뒤집습니다. 전세금이란 기본적으로 융자금이며 따라서 집 주인이 전세를 들어오는 사람에게 빌린 거액의 돈입니다. 또한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실 전세금은 무담보대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역전세 난도 일어나고 전세금 떼이는 사람들 이야기도 종종 들리는 것이죠. 그래서 외국인들은 전세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워 합니다. 도대체 뭘 믿고 집주인한테 전재산을 맡기냐는 것이죠. 더구나 그 태도를 보면 전세세입자는 스스로를 을로 보고 갑인 집주인에게 굽신거리기 까지 합니다. 그리고 전세제.. 2022. 10. 19.
좌식문화에 대한 단상 22.6.8 동서양을 갈라서 우리는 보통 입식문화와 좌식문화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한국의 좌식문화는 상당히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온돌문화를 예로부터 가졌던 것이 우리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양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와도 한국의 좌식문화는 다르다. 어떻게 말하면 서양의 입식문화란 애초에 집의 바닥은 진정한 주거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사는 관습을 보면 알지만 서양의 집이란 본질적으로 그저 어떤 땅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었을 뿐인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구가 없다면 서양집은 아직 매우 미완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서양의 주거는 본래 탁자며, 침대, 의자며 옷장따위가 있어야 진짜 집이 된다. 왜냐면 .. 2022. 6. 8.
아파트와 단독주택 어떤 집이 좋은가. 저는 가끔 블로그에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댓글을 몇줄 달다가 이런 문제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는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니까'님이 제가 아직도 아파트가 싫은가하고 질문하셨더군요. 링크도 하나 주셨는데 그건 단독에만 오래 살다가 아파트 가서 살아보니 역시 아파트가 편하고 좋더라라는 글이었고 단독의 어려운 점을 나열한 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님의 질문에 직설적이고 짧게 답을 하자면 그렇다입니다. 저는 지금도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답에는 오해가 끼어들기 아주 쉽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상황만 볼 것인가 가까운 미래를 볼 것인가, 개개인의 취향과 상황차이는 어떤가에 따라 집이란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가지만 말씀드리면 단독에 20.. 2020. 12. 6.
한국집을 아시나요? 최근에 박인석의 아파트 한국사회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많은 질문들을 던집니다. 왜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는가에서 4베이 형 아파트가 대세가 된 이유, 담장이 정말 나쁜 것인지, 집값이 오르면 좋은 것인지, 한국의 아파트 평면도는 왜 이렇게 생겼고 왜 다 똑같은 것인지, 남향을 고집하는 것이 나쁜 것인지 등등 한국의 주거문화에 관련된 많은 질문들을 내놓고 이에 대해 저자의 답들을 풀어갑니다. 저는 매우 좋은 책이라고 느꼈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으며 대단한 공이 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노력을 기울인 저자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그리고 책이 마지막으로 가면 갈 수록 실망하고 아쉽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주거문화가 발전할 방법.. 2020. 7. 25.
발코니 확장은 만악의 근원인가? 요즘 박인석이 쓴 아파트 한국사회라는 책을 틈틈히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좋은 책입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부지런히 찾은 자료들이 많은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저는 한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볼 충동을 느낍니다. 그것은 바로 발코니 확장의 문제입니다. 이 책의 3부는 한국아파트의 평면구조를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그러다가 10장에서 발코니확장에 대해 논하는데요. 단순하게 말하면 2005년에 합법이 된 발코니 확장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겁니다. 이게 집값을 상승시키고 후분양제도 실시하지 못하게 합니다. 고층아파트 재건축붐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자연스런 결론은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시킨 판단은 엄청난 바보짓이었.. 2020. 7. 22.
아이디어의 비슷함 저는 집구경을 좋아합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집을 보러 구경다니고는 했었죠.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제주도에 분양한다는 호화 주택에 대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25억짜리 비싸고 거대한 주택입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이보다 비싼 집은 흔하고 제주도에도 20억쯤 하는 집들은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집들이 이 집만큼 내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 집이 비싸고 크지만 단지 그 이유때문에 제 맘에 드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죠. 열배는 하는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차이가 너무 나서 아닌 것같지만 그 집이 16평 대지에 지은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과 기본 구조가 같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언젠가 집을 짓는다면 그 집은 스미요시 나가야도 아니고 이 .. 2020. 7. 5.
예쁜 집 두 채 근래에 집들이 참 잘지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구조든 재료든 10년정도 전과는 크게 다른 것같습니다. 주거문화라는게 본래 그렇게 빨리 바뀌는게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전보다는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답이라는게 또 아주 많죠. 근래에는 몇 채의 집을 방송과 서핑중에 발견했습니다. 아무렇게나 찾은 것은 아니고 핵심은 한옥이 아니면서도 한국의 정신을 살린 집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죠. 실제로 살아 본 것도 심지어 집안에 들어가 본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같아 그렇게 본 집중 두채의 집을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첫번째 집은 진천벚꽃집입니다. 이 집은 한옥이 아니지만 긴 처마를 가진 박공지붕과 마루를 가진 집입니다. 다만 마루의 높이가 한옥보다는 많이 낮군요. 그래서 한옥처마의 효과를 다 .. 2020. 6. 26.
한국집의 두번째 근본 오늘은 광주에서 있었던 경향하우징 페어에 다녀왔습니다. 가구며 건축자제 그리고 주택건설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었던 재미있는 행사였고 동시에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오더군요. 이 행사는 여러 시공사들이 시공예들을 보여주며 상담을 해주는 일도 하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저는 많은 신축 주택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는 오늘도 새삼 그 모든 집들이 집짓기에 있어서 뭔가 첫번째 걸음부터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고 필요이상으로 크고 필요이상으로 비싼 집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집의 두번째 근본이라는 글로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집이 바람직해 보이는지.. 2020. 6. 21.
한국집의 근본 20.6.9 우리는 여러가지 말을 같이 쓴다. 하지만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해서 그 근본이나 본질이 같다고 보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친구는 프랜드가 아니고 아내는 와이프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면 집은 하우스가 아니다. 한국집과 외국집은 다르다. 이런 차이를 지나치게 가볍게 무시하면 우리는 된장찌게와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은 이렇게 만드는 거라고 하면서 싸우는 꼴이 된다. 된장찌게에 설탕을 넣고, 맛이 이상해지면 설탕이 이상한게 아니라 애초에 된장을 왜 넣냐고 질문하게 되는 것이다. 집은 한국 문화의 핵심이다. 오랜 세월 한국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우리 생활에 맞춰서 집을 고친 것도 있고 거꾸로 집에 맞춰서 우리 생활을 맞춘 것도 있다. 순서야 어찌되건 집은 한국인과 거.. 2020. 6. 9.
온돌에 대한 한 유명 건축가의 씁쓸한 의견 2020.1.15 어제 있었던 일이다. 우연히 보게된 한 유튜브 방송에서 나는 한 유명건축가가 온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 이 사람은 유현준이며 나는 안도 다다오를 소개하는 이 비디오를 봤다.) 하지만 평소 우리의 온돌에 대해 높은 관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실망이었다. 그는 온돌에 대해서 극히 부정적인 태도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돌이 우리의 고유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곳에서는 온돌때문에 조선이 발전이 되지 않았다고 하고, 지금 널리 쓰이는 방식인 온수파이프식의 바닥난방에 대해 말할 때는 로이드 라이트 라는 건축가가 그때 라지에타는 있었으니 그걸 그냥 바닥에 깔았다는 식으로 말해서 마치 조선의 영향은 하나도 없이 생겨난 것처럼, 그것이 별거 아닌.. 2020. 1. 15.
그럼 바람직한 집이란 어떤 집인가? 19.11.30 최근에 한국주거의 사회사를 읽고 소감을 남겼습니다만 결국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도대체 그럼 대안이 뭔데?" 불행히도 이건 누군가가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왜 그런가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 그러니까 어제 제가 동네에 열린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소감을 써두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 믿습니다. 그 소감안에는 오늘날의 멋진 집에서 제가 어떤 문제를 느끼는가 하는 점이 포함되어 대안적 주거란 어떤 성질을 가져야 하는가가 자연히 들어납니다. 신축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들어서면 저 자신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두가지 인상을 받습니다. 하나는 멋지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천편일률적이라는 겁니다. 제가 있는 전주에는.. 2019. 11. 30.
우리 집에 대한 자신감 19.11.25 전남일, 손세관, 양세화, 홍형옥이 지은 한국 주거의 사회사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역사책이란 딱딱하여 재미가 없는 법인데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책이었으며 조선의 패망과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부동산 점거 이야기를 듣다보면 해방이라는 것 이후에도 이 나라가 딱 일본인들이 식민지 사람들 수탈하듯이 운영되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아직 다 읽지 않았고 겨우 2장을 읽고 있는 참이지만 이 정도를 읽은 것만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일제시대 부분을 읽으면서 자꾸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 결국 몇자 적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것이 명백히 우수하다는 증거가 있어도 그것을 사소한 것으로만 여기며 남의 것의 명백한 문제를 보지 못하고.. 2019.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