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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78

중화민족이라는 신기루 중국은 거대한 골치덩이다. 중국이 골치덩이인 한가지 이유는 중국이 개념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중국이 민족주의로 국가통합을 추진하게 되면 중국은 모순적인 눈으로 세계를 보게 되고 다른 나라에게 공격적으로 굴게 된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빼앗긴 것으로 파악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권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진 개념적 모순이란 바로 그 국가와 국민들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광대한 영토를 차지한 나라다. 그러다보니 한국같이 작은 영토와 균질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 비하면 그 개념이 무리한 면이 훨씬 많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중국이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며 존재한다는 말을 지나치게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억지가 발생한다. 중국인들은 지금보다 훨씬 .. 2020. 10. 30.
한국 음식 어디까지 갈까 일본에 있었던 때의 일이다. 연구실 교수님에게 한국에 다녀오면서 홍삼차를 드리며 한국에서는 몸에 좋다고 하는 차라고 했더니 웃으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아는 한국 사람들은 자기에게 먹을 것을 줄 때마다 다들 몸에 좋다는 말을 꼭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만큼 먹을거 좋아하고 동시에 보약 따지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같다. 잘먹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혀있어서 인삿말도 식사는 하셨습니까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가 자식에게 전화걸면 대개 하는 대화의 내용이 밥은 잘 챙겨먹냐는 것이다. 요즘 한국 음식의 인기가 해외에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심 신라면 블랙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한국 치킨이나 고추장, 쌈장의 인기가 해외에서 늘고 있다고 .. 2020. 10. 27.
한국예능과 다음 한류 나는 이전부터 한류의 성공은 어떤 간단한 비결이나 정부의 지원같은 것 때문이 아니고 한국 사회가 혁신을 통해 가장 최근에 선진국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왔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 민주화 혁명에 도달한 유일한 나라이며 이같은 점은 다른 나라가 간단히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한류를 통해서 세계에 뭐가 바람직한 인간상이며 사회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아직은 드라마나 음악에 비해 세계적으로까지 퍼져 있지 않은 한국 예능이라는 분야를 주목하면 더욱 더 분명해 진다. 사실 한국예능이 한국의 방송가를 장악하고 외국에서까지도 인기를 얻게 된지는 오래되었다. 러닝맨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동남아에서 굉장한 인기여서 출연자들이 그 나라를 가면 공항이 팬으로.. 2020. 10. 20.
청춘드라마가 없어진 한국 내가 그다지 추천하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보는 청춘기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박보검이 나오는 드라마라서 시청률은 높은 것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다 보니 이 청춘 드라마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청춘드라마이거나 청춘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드라마가 꼭 청춘드라마일 필요는 없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청춘드라마가 거의 없다. 청춘드라마의 본질은 무엇인가? 각자 정의하기나름이겠지만 강조를 하기 위해 본질이라고 까지 말하려고 하는 이것을 나는 정체성찾기라고 생각한다. 즉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찾는 것이고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견뎌내기 힘들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전공을 선택하지도 대학에 합격하지도 않은 고등학생이거나 학생조차 되지 못하고 재수학원을 다니는 재수생, 취업.. 2020. 10. 15.
힘의 나라와 문화의 나라. 역사는 그저 과거일 뿐일까? 아니면 과거의 시간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속에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현대인의 정신을 지배하고 그 성장을 돕거나 제약하게 되는 것일까. 칼로 흥했던 자는 급하면 결국 칼에 의존하려고 하지 않을까? 후자가 맞다고 할 때 한국은 오늘날 아주 특이한 위치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강대국이 제국의 역사를 가진 힘의 나라일 때 한국은 오로지 하나 존재하는 예외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오 휴버먼이 1936년에 발표한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라는 책은 서구의 자본주의 발달에 대해 재미있게 서술하는 고전이다. 이 책을 보면 우리는 새삼 서구와 한국은 국가의 시작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로마 제국의 붕괴이후 유럽을 지배했던 것은 기독교였다. 한때 기독.. 2020. 9. 25.
BTS의 빌보드 1위와 한국 문화의 강점 몇일전에는 BTS가 빌보드 핫100 순위에서 1등을 했다고 해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대통령이 축하인사를 하고 방송마다 이 사건을 다뤘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간속에서 이 작은 소동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몇명의 천재가 만든 일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업적이다. 그리고 왜 한국 문화 컨텐츠는 인기가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이해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본다. 왜 한국 문화 컨텐츠는 인기가 있을까? 한류가 인기있는 이유는 하나는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가 역동적이고 미래적이라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민주국가와 부유한 국가로의 결정적 개혁이 진행중이거나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나라다.. 2020. 9. 3.
한국인은 왜 한국 젓가락을 쓰는가? 2020.2.20 한국 사람들은 보통 스텐레스로 된 젓가락과 숫가락으로 식사를 한다. 우리는 이것에 아주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당연히 여기지만 사실 이것은 그렇게까지 당연한 것은 아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기이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일단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손으로 식사를 하거나 칼과 나이프 그리고 포크를 쓰지 젓가락을 쓰지 않는다. 게다가 베트남, 중국, 일본, 한국등은 젓가락을 쓰지만 젓가락의 모양은 서로 조금씩 다른데 특히 한국이 특이하다. 한국은 바로 쇠로된 젓가락을 쓰는 것이다. 이 젓가락은 일본이나 중국의 나무 젓가락보다 잡기 어렵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한중일의 젓가락차이를 말해주는 동영상같은 것을 찾아보면 그 밑에 한국 젓가락이 쓰기 어렵다는 말이 아주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2020. 2. 20.
반지하가 외국인들에게 충격적인 이유 최근에 기생충때문에 이런 저런 외신을 읽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반지하집이 우리 생각보다도 더 충격적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왜냐면 외국에는 반지하집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반지하집이 좋은 집일리야 없지만 저는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오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실은 사실 대개 끔찍하죠. 제가 살던 옛 빌라에도 지하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하실에 가면 습기며 먼지며 정말 엉망진창이었죠. 그러다 보면 곰팡이가 생기고 벌레도 잘 사니까요. 외국인들에게 지하실이란 이런 곳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사람이 산다고 생각하니 황당하겠죠. 그래서 외국에는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에는 반지하 집이 없거나 매우 드믑니다. 반지하집이 나쁜 이유는 여러.. 2020. 2. 17.
기생충과 서구 사회. 20.2.16 기생충은 역사를 만든 영화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면서 분석하기 바쁩니다. 이것은 그저 일회성의 사건인가 아니면 세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결정적인 계기인가 하고 말입니다. 봉준호감독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후 자기도 지금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이 어떤 영화이며 왜 서구에서 인정받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에 힌트를 주는 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한 미국기자가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감독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기생충은 혁명을 촉구하는 영화인가? 이에 대해 봉준호감독은 오히려 기생충은 왜 혁명이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답합니다. 바로 이 대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왜 기생충이 혁명이 어려운.. 2020. 2. 16.
한국의 문화컨텐츠는 뭐가 다른가? 2020.1.28 한국은 드디어 BTS와 봉준호에 이르렀다.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과거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능가하고 현대자동차가 외국에도 팔리는 일이 있었을 때 나이든 한국 사람들은 그것들도 믿기 어려워했다. 공이야 둥그니 우연히 월드컵에서 한번 축구게임을 잘할 수도 있고, 김연아같은 천재가 나와서 한국의 피겨스케이트실력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한국기업이 일본의 대기업을 이기고 한국자동차를 외국 사람들이 산다고? 뭐든지 일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세대는 그것만 해도 믿기 어려웠다. 그 이후에도 한국은 점점 발전하더니 드디어 한국의 문화컨텐츠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넘어 서구 사회에 까지 도달했다. 마이클 잭슨이나 비틀즈같은 이름들과 같이 거론되.. 2020. 1. 28.
한국인의 정체성 2019.8.20 몇일전에 KBS에서 방영한 헤로니모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한일합방직전에 멕시코 애니깽 농장으로 갔다가 국제미아가 된 조선인들의 후예중 하나인 임은조씨의 삶을 보여주는 이 다큐를 보면서 나는 무엇이 한국인을 한국으로 만드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왜 한국인은 자신의 나라를 지켜왔을까요? 왜 일제시대에 일본인으로 녹아 사라지지 않았고, 왜 지구반대편까지 가서 살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했을까요? 한국인답다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요? 한국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한국이 아닌 것 즉 외국에 대해서 안다는 말과 거의 같은 말입니다. 한국답지 않은 것을 모르면 한국인이라도 한국답다는 것이 뭔지 모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가깝고도 먼.. 2019. 8. 20.
미국과 중국의 충돌 그리고 시대적 과제 2019.6.18 요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대해 뉴스들이 많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가 불공평하게 군다고 말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문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제나 공평의 기준이라는 차원에서 이것을 바라보기 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문화적 설득력이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한국이나 세계가 이 시점에서 가지는 과제라는 입장에서 이걸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국도 미국도 세계인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며 지금은 문화와 비전이 곧 경제적 경쟁력이기도 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설득력도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중국의 설득력보다 큽니다. 지금 이 순간 미국 주도의 질서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걸 중국 주도의 세계로 바꾸겠다고 하.. 2019. 6. 18.
환상서사와 우리의 정체성 2019.6.15 일본의 유명 만화에 베르세르크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굉장히 카리스마에 넘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지요. 이 만화의 애니 버전을 어쩌다 보게 되었는데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일본인들은 유럽의 영웅들 이야기를 이렇게 좋아할까?"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인 테츠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도 그렇고 이가라시 유미코의 들장미 소녀 캔디도 그러하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캐릭터들도 그러합니다만 일본의 애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개 유럽 백인에 가깝습니다. 물론 일본은 사무라이나 닌자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리기는 했습니다만 엉뚱하게도 일본은 아시아의 일부가 아니라 유럽의 일부라는 허황된 주장을 하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한국이 남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2019. 6. 15.
동양인에 대한 편견과 한국의 기회 2019.1.10 BTS의 미국과 유럽 공연 모습은 나에게 잔잔하지만 큰 놀라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랬을 것인데 그 공연에서 우리는 서구의 청소년들이 동양의 보이그룹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한국의 큰 성취이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성취이며 이것이 일회성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과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역사의 전환을 상징한다. 비슷한 예에는 마이클 잭슨이 있다. 마이클 잭슨은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금기를 깼다. 마이클 잭슨 이전만 해도 미국에서 흑인가수는 최고가 될 수 없었으며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을 가리는 금기가 미국에 있었다고 한다. 그같은 편견은 누구도 팝의 역사에서 왕좌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마이클 잭슨.. 2019. 1. 10.
주체적인 삶과 한국 그리고 한류 2018.12.31 주체적인 삶이란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지금부터 나는 남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겠다라고 결심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서너살 먹은 아이가 자기 고집대로 뭐든지 하려고 하는 것도 주체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주체적인 삶이란 우리의 결심따위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주체적이라는 것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만들고 쌓아서 이룩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태어날 때부터 딱 던져져서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씩 만들어 지고 확장되어져 온 존재다. 어떻게 말하면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런 .. 2018. 12. 31.
한을 가진 한국인, 정을 가진 한국인 14.6.23 최근에 1993년에 나왔던 임권택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봤습니다. 이 이야기는 원작이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이며 지금도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상연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다시 본 서편제는 그저 담담하게 보기엔 너무 슬픈 이야기였으며 단순히 슬픈 것을 넘어 무섭게까지 만드는데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것을 우리는 그저 슬프다고 하지 않고 한이 맺혔다라고 하지요. 적어도 나이가 40이 넘은 사람들은 한국인의 정서는 한이라는 말에 익숙할 겁니다. 누가 시작한 말인지는 몰라도 예전에는 참 자주 돌아다니던 말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정서는 한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한이다. 이 서편제안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려면 한이 있어야 하고 그 한을 넘어서야 한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전부터 왠지 이 말.. 2014.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