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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에세이들/철학이 있는 집7

철학이 있는 집 4 : 기억과 의미가 있는 집 본 아이덴티티, 메멘토, 내 머리속의 지우개, 첫 키스만 50번째, 이터널 썬샤인, 럭키. 이 것들은 모두 기억에 문제가 생긴 주인공들을 가진 영화나 드라마다. 나라는 것은 어쩌면 나의 기억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억상실을 주제로 하는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 2017. 2. 14.
철학이 있는 집 7 : 인간의 집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집에서 살았다. 문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시대마다 나라마다 같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우리가 인간이란 신에게 복종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 인간을 위한 집도 그것에 맞춰서 지어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의 시대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을 가장 종교적으로 성실하고 훌룡한 인간으로 보이게 만드는 집이 좋은 집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당대에는 인간이란 응당 이래야 한다거나 원래 이런 존재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런 집이 인간의 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게 되면 그것들은 이제 인간을 위한 집이라기 보다는 신을 위한 집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지금은 인간의 집에서 살고.. 2016. 7. 27.
철학이 있는 집 6 : 비밀 기지가 있는 집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차창밖으로는 아파트들이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바둑판처럼 균일하게 창이 난 건물이나 아래층 윗층 할 것없이 똑같이 생긴 건물 그리고 그런 건물들이 다시 복제되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나는 원래도 아파트들을 싫어했지만 근간에는 아파트를 보면 우울해지고 화가 날 정도로 싫다. 내가 특히 싫어하는 것은 아파트가 가지는 그 균일성이다. 나는 바둑판처럼 균일하게 창이 난 건물이나 아래층 윗층 할 것없이 똑같이 생긴 건물 그리고 그런 건물들이 다시 복제되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이 너무 싫다. 너무 싫어서 오래동안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것같은 기분이다. 한국의 아파트 사실 아파트라고 해서 한국의 아파트처럼 그 균일성이 극단적인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에.. 2016. 7. 20.
철학이 있는 집 5 : 가난한 방이 있는 집 집이란 거기에 사는 사람의 자아에 맞추는 옷과 같다. 집이 그 사람의 생활문화와 가치관에 대응해야 그 집이 편안하고 좋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vN의 리틀빅히어로라는 방송에서 수납전문가 정경자를 소개해 준 일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정리를 못하는 사람의 집을 정리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집의 크기에 비해 정말 엄청나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또 정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집은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단서를 주는 것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허무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집을 쓴다면 집의 구조따위가 무슨 차이를 만들겠는가 하는 좌절때문이다. 정리하지 못한 짐이 많은 집 집이란 여러가지 가정과 철학을 근거로 지어진다. 집짓.. 2016. 7. 19.
철학이 있는 집 3 : 역사가 없는 집 사물의 의미는 서로간의 관계에서 나온다. 그리고 역사는 하나의 시간대와 또 다른 시간대간의 관계로서 대개 아주 중요하게 생각되어진다. 아인쉬타인이나 모짜르트가 쓰던 의자는 우리에게 다른 많은 의자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오래된 향교에 가면 거기서 보는 것은 다 의미가 있어 .. 2016. 7. 11.
철학이 있는 집 2 : 집같은 인생, 인생같은 집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게 멋지고 좋은 삶인가. 우리는 그때 그때의 욕망을 따르면 되는가? 아니면 그저 주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흉내내면서 살 뿐인가? 그도 아니면 전통에 따라서 살 뿐인가? 어떤 위대한 인물의 삶을 흉내낼 것인가? 아니면 어떤 추상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질문들을 만난다. 그리고 집에 대한 고민들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집을 생각하다가 인생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하다가 집을 생각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쳐 주는 바가 있다. 예를 들어 그때 그때의 욕망을 절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명한 짓이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집에다 이런 저런 공간을 마구 만든다면 그 집은 전체적 조화를 잃을 뿐 아니라 관리가 힘들어 질 것이고 .. 2016. 7. 9.
철학이 있는 집 1 : 우리의 상식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일본의 미타니 코기가 감독한 모두의 집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집을 짓는 일에 여러 사람들이 끼어들면 전체의 계획이 얼마나 크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집을 지어 본 사람들의 후일담에는 언제나 자신의 상상과는 다르게 마구 흘러가 버리는 공사판에 대한 한탄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어떤 구조 변경이나 어떤 자재변경은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점점 커져서 집 전체를 지배하는 꼴이 되고 나중에는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화장실의 위치나 크기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꾸 자꾸 디자인을 바꾸다가 보면 화장실때문에 집이 다 바뀌어 버리는 식의 변화도 가능하다.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자기가 꿈꾸는 집을 짓고자.. 2016.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