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치적 무기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23.2.4
요즘만큼 한국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때도 별로 없다. 경제건 코로나 대처건 국가적 자부심이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소리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윤석렬 정권 퇴진 집회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실 박근혜 때만큼의 동력이 느껴지지는 않고 있다.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이 무기력은 주로 한가지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지난 대선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이다. 아슬아슬한 차이였기는 했지만 윤석렬이 지난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지지 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지 않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실망이었다. 대한민국의 30% 정도가 윤석렬을 지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윤석렬이 당선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 대한 자부심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런 말이 과장일까? 윤석렬은 취임한지 정말 얼마 안되어서 전세계에서 가장 국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고 이제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에서 OECD 최고의 경쟁성장률을 달성했던 대한민국은 그가 임기를 시작한 첫해에 OECD 꼴지로 내려앉았고 코로나 시국동안 세계적인 방역국가로 칭찬을 받았던 한국은 금새 전세계 최고 코로나 환자 발생국이 되었다. 한해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되었다. 이런게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한국은 물론 한국시민이나 한국 대통령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나라는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현실이 모두 우리 탓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어려운 시기일 수록 국민적 자부심과 국가에 대한 사랑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국가에 대한 자부심 따위는 정말 찾기가 힘이 든다. 왜 못난 짓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고 부끄러움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몫일까? 이런 말들이 정말 과장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러분이 지난 1년동안 뉴스를 조금이라도봤다면 망언과 망신이 넘쳐나는 윤석렬 부부의 외교 참사를 모두 피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영국까지 가서 조문도 못한 것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지금도 MBC는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를 가지고 고소를 당한 상태이고, 이란에 대한 망언때문에 외교 참사가 시작된 것이 정리가 되지 않았으며 이 와중에 이명박 같은 사람이나 사면을 받았다. 그들은 고소를 아주 좋아한다. 아마도 검찰조직이 그들 편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때는 갑자기 화려하게 주목받는 한국의 힘을 두고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곧 G7의 일원이 될 것같았다. 지금은 초라한 한국의 현실을 보면서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
이런 실망과 분노는 이제 윤석렬과 김건희 부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찍는 사람이 정상이냐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대한민국 파괴를 오히려 응원하는 사람조차 나올 지경이다. 윤대통령이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고 있지만 사실 그를 지지한 사람들이 개돼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라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나라가 망하면 더 힘들 사람들이 바로 윤석렬을 지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찍었으니 당해야 하지 않는가라던가 윤석렬을 지지한 사람들은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이게 다 문재인 정권 탓이라는 말을 믿고 있다는 말이 윤석렬의 반대자들에게서 나온다.
이제와 돌아보면 나는 비슷한 감정에 빠졌던 때가 있다.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가 당선되던 시절이다. 그리고 그 시절에 나를 치유해 주었던 것은 새로운 대통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그들에 대한 미움이 아니었다. 그건 촛불 집회였다. 촛불 집회의 소식을 듣고 그 현장에 나가볼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그 사람들이 선량하고 지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질서를 지키고 쓰레기를 줍고 노래를 부르면서 촛불집회를 문화축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통해 서로에게 서로가 위로가 되어 주었다. 한국에는 이렇게나 많은 훌룡한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국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만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해 주었다. 물론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목적은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랑과 자부심이 먼저였다. 그것이 회복되지 않고는 한국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사랑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아직 지난 대선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아직 대한민국에 대한 실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지난번 탄핵촛불집회를 떠올리면서 그런 집회가 단숨에 윤석렬 탄핵까지 밀어부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마치 주식이 브이자 반등을 노리듯이 금방 세상이 정상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르다. 나는 그럴 때가 빨리 오기를 바라지만 어두운 터널은 아직도 한참이고 이제 시작되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탄핵은 그냥 나온게 아니다. 보수 정권이 시작된 이명박 정권이래 거의 8년을 경제 폭망으로 보냈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기는커녕 소폭 감소하고 따라서 온갖 규제를 다 풀고 정부에서 부동산을 띄우려고 해도 그 기간에는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약간 감소하기도 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 가지고 욕하던 사람들이 이명박을 찍었다. 얼핏 들으면 마치 이명박이 부동산 투기 반대자같다. 그런데도 부동산이 올랐으니 이명박을 찍는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부동산 거품 잡기에 성공했다. 경제폭망으로 말이다. 이명박이 당선되자 남북관계의 경색이 핵무기 위협으로까지 번지는 일도 벌어졌고 금강산관광이며 개성공단으로 피어올랐던 한반도 경제발전과 평화정착은 완전히 무너졌다. 로봇물고기가 4대강 공사로 만들어 지는 녹조를 잡는다는 헛소리같은 것을 무려 8년이나 들은 끝에 겨우 겨우 보수정권으로는 나라 망하겠다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문재인 정권동안 국민소득이 크게 올랐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도 그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시 윤석렬 보수 정권을 만들었다. 역사는 이제 거꾸로 흐르고 있다. 경제적 재앙은 이제 시작이고 어떤 사람은 힘들다고 하지만 문재인 정권동안 크게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 거리를 달리는 슈퍼카들이 요즘엔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해외관광이 다시 시작되자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공항이 터져나갈 것같고 일본의 관광지에서는 손님의 3분의 2는 한국인처럼 보일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 기간동안의 경제호황이 여러 사람 부자만들어 주었고 그들은 아직 분노하지 않는다. 그리 급하지도 않다. 이태원 참사같은 일이 일어나도 그리 큰 분노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요즘 내가 아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윤석렬을 믿는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내가 믿는 건 그는 반드시 없는 문제도 만들어 낼 것이고 작은 문제도 아주 심각하게 큰 문제로 만들어 낼 거라는 사실이다. 이미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그래서 모든 경제적 활동은 안전성 중심으로 행해져야 한다. 나라면 이 정권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뉴스가 들려도 대통령이 윤석렬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윤석렬이 대통령이라도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윤석렬이 너무 믿음직하다. 부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그러니 때는 올 것이다. 가면 갈수록 분노할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말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어도 사람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해야 좋은 나라를 만들 희망과 힘이 나온다. 우리의 정치적 무기력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부족에서 나온다. 문제의 그때가 올 때까지 다 무사하기 바란다. 다 잘 버틸 수 있기를 바란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