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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

격암(강국진) 2024. 1. 17. 16:16

이재명 암살 기도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암살기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시기와 그것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암살기도는 한 명의 미친 사람이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그것을 부추키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이 암살 기도가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정국은 대통령이 독재를 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독재는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도 전부 자기가 져야 한다. 그러니까 이 나라에 생기는 일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윤석렬 대통령에게 물어야 옳은 것이지 지금 와서 이재명에게 뭔가 책임을 물으면서 살인을 기획할 때 일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렬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야당을 무시하고 있다. 국회도 무시한다. 자기가 했던 공약도 전부 무시한다. 그런데 왜 책임을 이재명에게 물을까? 

 

게다가 이재명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그것이 암살기도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상식이라면 한국 언론은 훨씬 더 강하게 이에 대해서 반응했어야 하고, 검찰과 경찰은 여야를 따지지 말고 투명하게 이 일을 수사했어야 한다. 암살기도가 있었는데 그걸 마치 오늘은 비가 좀 많이 왔다는 식의 일상으로 넘긴다면 그건 제2 제3의 암살기도를 부추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은 목에 칼이 찔린 사람에게 열상이 1센티니 2센티니 하고 있고, 그 사람이 헬리콥터를 탄 것이 특혜니 아니니 그걸 따지면서 이재명을 고소하는 사람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그리고 언론은 그걸 방관한다. 그런 걸 보도할만한 의견이라고 퍼뜨린다.

 

강간사건이 있을 때 그 범인을 문제삼는게 아니라 그 여자가 그런 시간에 으슥한 곳에 간게 문제라던가, 옷이 야해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강간 사건의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태도가 어떤 여자들은 강간당해도 할 말이 없다는 인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미친 놈은 그런 인식속에서 피해자가 잘못한 거라면서 또 다른 강간사건을 만들 것이다. 그러니 그런 말도 안되는 의견을 의견이라고 퍼뜨리는 사람들이 공범이라는 것이다. 같은 시각에서 보자면 지금 이재명 공격에 나서고 있고, 그걸 방관하거나 거드는 사람들 그리고 언론의 태도는 그들이 살인기도의 공범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알고 있다. 이재명은 지금 당장 대선이 치뤄진다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다. 그리고 야당의 대표다.  어떤 암살기도도 옳지 않지만 그 의미가 엄청나서 이재명이 실제로 죽었다면 대한민국은 끝을 알 수 없는 혼돈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에 대한 살인기도를 사소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라면 위선자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을만큼 다수라면 그 나라에 민주주의는 없다. 그리고 그건 아주 끔찍한 일이다.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전문 킬러를 보내 유력 대선후보를 살해해도 그냥 넘어갈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현되는 나라를 생각해 보라. 아파트 재건축 사업 정도만 해도 이미 조단위의 돈이 움직이는 나라에서 그런 가능성을 암시하는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100억쯤 주면 누구든 죽여주겠다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정말 남미의 나라들처럼 정부가 폭력조직과 시가전을 벌이고 폭력조직이 시장을 살해하는 그런 나라에 살고 싶은 것일까? 이재명 사건을 축소하려고 하는 사람들, 이재명이 헬기를 탔네 안탔네 가지고 이재명과 싸워보려는 사람들은 지금 주유소에서 불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나는 민주주의를 최선의 답을 찾아내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그 답이 무엇이건 그 노력은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면서 행해져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경쟁을 전쟁으로 말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이겨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이기는 건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것인데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면 우리의 미래는 다시 군사독재 정권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