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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승만을 존경해야 하는가?

격암(강국진) 2024. 2. 27. 13:04

최근 이승만을 미화했다는 말을 듣는 건국전쟁이라는 영화가 작은 다큐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소식은 나를 슬프게 만드는데 아직도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상식이란 살인이나 불법적인 독재란 나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수단으로 절대 인정될 수 없다. 이승만 미화영화가 나오자 유튜브에서는 황현필같은 역사 교사가 이승만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다시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이승만의 놀라운 악행이나 이승만의 숨겨진 뒷사정내지 업적을 따져서 일종의 공과 과의 대차대조표를 만들기 전에 한가지를 짚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건 살인이나 불법적인 독재를 한 정치가는 어떤 이유로든 미화되서는 안되고 그런 것들이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공이 있었건 상관없다. 정권을 불법적으로 연장하려고 한 정치가는 모두 역사적으로 비판받고 매장되어 단 하나의 공도 인정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목이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을 학살하고, 시민들의 뜻을 묵살하고 독재를 하는 것이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수단을 통해 한국이 결과적으로 부자가 된 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정당화하고 칭찬할 수는 없다. 그건 기본적으로 법치의 붕괴이고 민주주의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는 제국주의 시절에 자기 나라를 위해서라면 일제나 나치가 저지른 전쟁범죄같은 것을 저지를 수 있다는 식으로 쓰였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잘 살고 싶은가? 그게 애국인가?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누군가가 엄청난 주가 조작을 했다고 하자. 그 결과 지나고 보니 그런 조작으로 한국 경제가 살았다고 하자. 나는 가능성의 측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을 한 사람을 공식적으로 영웅으로 만들고 칭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누군가가 애국심으로 그런 일을 하고 나라를 구했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그 일을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철저히 자기를 부정하고 자신을 경제 범죄자로 규정하고는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처벌받아야 한다.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는 그 사기꾼을 애국자로 인정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등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권력을 얻고 유지한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타인의 희생을 말할 때는 국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쉽게 말하지만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이 조작해 놓은 사실들을 들으면서 그들이 애국자였다고 믿는 것은 국가의 기본, 경제의 기본을 파괴하는 것이다. 권력자가 해야할 가장 큰 절대적 의무는 그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 권력은 국민의 권력이므로 임기가 끝나면 그걸 다시 돌려줘야 한다. 그걸 하지 않는 정치인은 평가 자체가 필요없다. 

 

이때문에 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애초에 평가 자체가 필요없는 인물들로 본다. 그들이 잘한 일도 있다더라 같은 말은 필요없다. 쿠데타가 설사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자기 목숨을 걸고 권력을 돌려주었는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남을 죽일 때만 국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할 뿐이며 자기 권력도 목숨도 국가를 위해서 내놓지 않았다. 

 

한국에서 지금의 보수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 아직도 일제시대나 조선시대를 살고 있다. 그들은 헌법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며 절대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되는 것도 그냥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치에 대해서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건 그 생각이 정치의 기본적 규칙을 지킬 때 하는 말이다. 나는 봉건 왕조가 좋다고 믿는 사람은 정치적 의견을 가진 게 아니다. 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시장을 부정하는 경제 사상은 있을 수 없고 정치를 부정하는 정치 사상도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그건 의견의 차이가 아니다. 

 

사실 어떤 정치적 생각이 있다면 그 생각은 최소한 자기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박정희가 이승만을 매우 싫어했다는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보수가 칭찬하고 미화하려고 하는 정치가들은 자기들도 서로를 싫어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은 반공이라는 목적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반공을 강조하지만 정작 박정희가 남로당 소속 공산당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그들은 여전히 북한만 이야기하면 벌벌 떨지만 경제규모가 몇십배 차이나는 다른 나라에 대해 벌벌 떠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보수는 자신들이 미국과 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제적으로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이 인정받는 세력이라면 김대중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리가 없다. 보수는 박근혜의 탄핵도 인정하지 않는다. 박근혜의 탄핵이후 유승민같은 사람이 내가 위에서 말한 보수가 아니라 합리적 보수도 있다면서 새롭게 보수를 재편하려고 했지만 결국 보수의 몸통은 친박근혜 집단이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묻게 된다. 왜 그렇게 이승만이 좋은가? 이승만을 좋게 평가하지 않아야 할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을 영웅으로 만들어서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것인가? 그 답은 하나 밖에는 없다. 그들은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되돌리고 싶은 것이다. 즉 민주주의나 공화정을 부정하고 다시 반상의 구별이 있는 세습제의 조선시대로 되돌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평등하게 타고났다는 주장을 타파하고 다시 역시 인간은 누구는 머슴으로 태어나고 누구는 양반이나 왕으로 태어난다는 사상을 되살리고 싶은 것이다. 

 

사실 북에서도 세습으로 권력이 내려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바로 재벌 세습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삼성같은 규모의 회사가 자식에게 세습되는 일이 없다. 엔비디아의 칼슨 황의 아들은 엔비디아의 회장이 될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차기 회장은 빌 게이츠의 아들이던가? 테슬라의 다음 회장이 일론 머스크의 자식중 하나일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재벌만 그런게 아니다. 결국 한국에서 보수를 말하는 사람들은 인간 평등을 부정하고 층층의 계급 사회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게 회장으로 불리고, 누굴 만나면 나이가 얼마냐고 묻는 것이다. 지역 유지의 자식이라면 경찰과 끈을 가지고 강간사건같은 것이 좀 일어나도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사회, 탈세를 해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는 사회, 기득권이나 부자들이라면 초법적으로 살 수 있는 그런 계급 사회가 그들은 좋은 것이다. 그래서 오랜간 그 지역에서 부를 쌓아올리고 사학재단을 유지하는 집안이 있다면 그 집안은 누굴 지지할 것인가? 답은 보수다. 교회는 왜 보수를 지지하는가? 교회도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싫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 오랜간 뿌리박아서 초법적인 존재로 그 지역을 종교 단체가 지배하는 세상이 좋은데 그게 민주화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힘 좀 있고, 유명세 좀 있다는 사람들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 서로 서로 뒤봐주는 세상이 편하고 좋은데 그걸 개혁하겠다는 민주주의는 싫기 때문이다. 

 

이런 건 정치 사상이고 뭐고가 아니다. 그냥 특권이 유지되는 세상을 원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검찰도 의사들도 보수를 대개 지지한다. 그들도 세상이 개혁되는게 싫다. 특권을 가진 자들은 모두 보수를 지지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가열차게 공격하는 것은 그런 특권을 부정하는 정치가들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조국집안은 그야말로 엄청난 보복을 당했다. 위아래를 안따지는 민주적 대통령 노무현도 마찬가지로 당했다. 특권과 관행은 때로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고 누구도 관행적으로 내게 유리했던 상황이 개혁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계속 이런 건 원래 이런 거라면서 자신의 특권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변한다. 그래서 어떤 특권의 모순이 누적되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개혁에 동의하며 변한다. 사실 아무리 자신의 특권이 위협받는 것이 싫다고 해도 그렇다. 꼭 이승만이나 일제를 찬양해야 하는가? 박정희나 전두환을 찬양해야 하는가? 지난 번 이태원 참사때의 희생자 부모들 중에는 반성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을 빨갱이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동조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자기가 억울한 일이 생길줄 몰랐을 것이다. 보수의 주장이 정치사상이 아니라는 것은 그것이 일관성이 없어서 결국 자기들도 싫어할 짓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나 노동정책이나 여성정책이 싫어서 윤석렬을 뽑는게 말이 되는가? 중요한게 경제니까 윤석렬을 뽑고, 보수 정권을 출범시키는게 말이 되는가? 내 특권은 좋지만 남의 특권에 당해보면 왜 이런 세상이 유지될 수 없고, 유지되어서도 안되는지 보수도 안다. 그러니 말이 안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피해를 당하기 전에 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피해를 당해도 잘 모른다. 평균으로 치면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부산과 대구가 보수를 가장 깊게 지지하는 경상도 지역의 핵심이다. 그들은 종종 사는게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게 뭐때문에 힘든지 깨닫지 못한다. 스스로 왕처럼 행동한 이승만 같은 자를 미화하는 일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머슴이나 노예로 만들면 힘이 들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