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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이 아니라 통신이 핵심이다.

격암(강국진) 2024. 4. 16. 08:38

챗gpt가 화제를 일으킨 이래 생성형 AI가 글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려주는 일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전해 오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말도 하고 손도 움직이는 동영상이 화제가 된다. 사람이 하는 일들 모두에 대해서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다는 AGI가 5년이면 만들어 진다던가 하는 예측도 나오고 자연히 사람들은 그런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AI 기술의 본질적 특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 AI의 핵심은 생성이 아니라 통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점때문에 AI가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일은 지금 사람들이 떠드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다. AGI는 내가 보기엔 일종의 허구다. 그 개념도 애매모호한 AGI를 사람이 하는 일은 뭐든지 더 잘할 수 있는 AI로 정의한다면 AGI가 출현하면 인간이 모든 일에서 대체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건 이음동의어의 반복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의미의 AGI는 아마도 영원히 출현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모든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일에 대해서 인간을 대체하는 AI를 AGI라고 부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출현하는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이유는 데이터 때문이다. 공학자들은 AI의 모델 구조나 학습 방법에 대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지만 사실 어떤 방법을 쓰건 AI 기술은 데이터 안에 존재하지 않는 법칙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즉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리 빠른 컴퓨터에 천재적인 구조를 가진 AI 모델이 있어도 AI의 성능은 좋아질 수 없다. 그런데 앞으로 5년이나 10년내에 정말 지금보다 양질의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많이 존재하게 될까? 아니면 지금도 이미 데이터가 있는데 그걸 안쓰고 있다는 말인가? 물론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세상을 바꾸는 진짜 가능성은 통신에 있으며 그것에 비하면 인간의 요청을 뭐든지 들어주는 슈퍼 지능을 가진 AI의 발달은 상대적으로 느리기만 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주목하는 일들은 AI가 전적으로 인간의 명령에 따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번역을 해준다던가, 그림을 그리거나, 구글검색과 비슷하게 어떤 정보를 주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들은 이미 놀랍기는 하지만 실은 최고의 전문가나 숙련된 인간에 비하면 여전히 모자라는 결과물들이다. 물론 생성형 AI가 많은 인간들의 직업을 필요없는 것으로 만들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응대서비스를 하는 챗봇들인데 그들은 여러 사람들을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전문가들은 AI를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AI가 쓰는 소설이 소설가들을 모두 굶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전문가들을 AI가 대체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는 인간 데이터의 평균값을 생성하는 것에 가깝다는 사실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문가들의 결과물들은 평균값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데이터로 학습한다고 해도 최고의 전문가들의 생산물을 이기기 힘들다. 게다가 그 최고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AI를 사용해서 더 좋은 결과물들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AI를 쓰는 인간들간의 경쟁이지 AI와 AI를 쓰지 않는 인간과의 경쟁이 아니다.

 

그렇다면 AI와 AI 간의 통신은 왜 그렇게 다른가? 이런 걸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미 미장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는 AI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AI가 전화를 걸 수 있다면 AI가 전화를 왜 못받겠는가? 그러니까 내가 내 AI에게 미장원에 예약을 좀 해줘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하자. 그럴 때 그 미장원에서도 AI가 전화를 받아서 예약을 받고 스케줄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장원의 주인도 AI의 전화를 받을 필요는 없다. 앞으로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혹은 인간과 회사 사이에 혹은 회사와 회사 사이에 AI가 끼어들면서 이쪽의 AI가 저쪽의 AI와 이야기하는 일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인간이 AI의 연락을 받고 답하기는 싫을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아래에 쓰겠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다시 AI간의 통신으로 돌아가 보자. 일이 이렇게 흐르면 내가 토마토를 사고 싶다고 AI에게 말하면 AI가 토마토를 가장 싸고 좋게 파는 상점을 찾아서 택배배송을 부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내 AI의 연락을 받는 것도 상점의 AI다. 아마도 멀지 않아 내 AI와 상점의 AI는 판매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일지도 모른다. 최저가 검색을 하면서 상점을 찾는 내 AI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상점 AI는 자신의 판매 조건을 그때 그때 바꿔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손님을 다 놓칠테니까 말이다. AI는 기계이므로 귀찮아서 처음 연락한 상점에서 물건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순식간에 AI간의 연락에서 AI간의 협상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 보면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왜 상점따위에 연락해야 할까? 토마토를 생산하는 농부는 왜 중간상인에게 토마토를 팔아야 할까? 토마토를 키우는 농부의 AI가 직접 토마토를 팔면 왜 안될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보면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사실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물류나 상거래의 구조는 그 중간에 인간들이 끼어든다는 이유로 그렇게 만들어 졌다. 그런데 AI들끼리 소통하는 시대에 그런 구조가 필요할까? AI를 통해서 일을 하는 사람은 마치 대기업의 회장처럼 수많은 조직원을 거느린 단체의 우두머리 같을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AI는 인간보다 더 빨리 지치지 않고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이 말이 반드시 AI가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도 이메일을 써보낼 수 있다. 다만 AI는 수십 수백명분의 일을 할 수 있다. 가장 뛰어난 인간이 쓴 이메일을 보내지 못해도 속도와 양으로는 인간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기계이기 때문이다. 

 

이렇다고 할 때 AI를 써서 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란 마치 모두가 대기업 회장처럼 조직을 거느린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가 된다. 이런 사회가 지금과 뭐가 다를까? 첫째로 내게 노동 자원이 넘치는데 왜 외부 시스템에 의존해야 할까? 작은 토마토밭을 가진 농부가 그걸 팔기 위해서 유통회사를 세우고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 수백명을 고용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 수지가 맞질 않는다. 하지만 AI가 모든 관리일들을 빠르고 엄청나게 많이 해낼 수 있다면 농부는 마치 개인적인 판매회사를 가진 것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왜 중간상에 의존해야 할까?

 

두번째 차이가 더 중요하다. AI가 AI와 연락하여 소통하는 사회에서는 소통의 속도와 양 그리고 복잡성이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다. AI는 지금도 책한권을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앞으로는 더 빠를 것이다. 이래서 일단 AI간의 소통이 시작되면 AI를 쓰지 않는 인간은 이 커뮤니티에 끼어들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남들은 트럭으로 물류센터를 운영하는데 누군가가 손수레를 들고 와서 나도 참여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내면서 5초안에 답변해 달라는 요청이 오면 그걸 인간이 어떻게 답해 주겠는가? 소통에 있어서 인간이 뒤로 빠지고 AI와 AI가 소통하면서 기본적이고 반복적이며 일상적인 조절을 하는 커뮤니티에서 인간이 그 소통에 끼어들면 속도가 느려지는 병목현상이 생길 것이다.  

 

이런 사고 실험의 핵심은 AI간의 통신은 기존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일을 해내는데 있어서 처음에 말했던 인간을 대부분의 일에서 능가하는 AGI 같은 슈퍼지능 AI는 필요없다는 사실이다. 바둑으로 말하자면 알파고는 세계챔피언급인 이세돌을 이겼다. 이런 AI가 아니라 그저 많은 일에 있어서 평범한 인간과 비슷한 정도의 일을 해내는 정도의 지능이면 충분하다. 부족한 능력은 외부에서 플러그 인의 형태로 얻어올 수도 있다. 즉 내가 어떤 구매를 부탁하면 구매라면 이런 외부 클라이언트를 불러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을 아는 정도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I는 기계이기 때문에 인간과는 그 처리 속도가 다를 것이다. 이 일이 AGI보다 훨씬 간단한 능력을 요구하기에 스마트 스피커같은 것이 이미 어느 정도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정보세계의 자율주행과 같다. 내가 토마토가 먹고 싶다라는 출발점에서 내 AI를 출발시키면 토마토가 배달되었다까지의 도착점까지 AI는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실행할  것이다.  그 순서를 '주행루트'라고 할 때 이 주행루트는 어쩌면 최고의 인간전문가가 택할 루트보다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대신 AI는 지치지 않고 일한다. 진짜 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율주행은 한번만 운전을 잘못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정보세계의 자율주행은 가끔 틀린다고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토마토를 먹지 못할 뿐이다. 이 차이 때문에 자동차가 거리를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미래보다 정보세계의 자율주행이 훨씬 더 빨리 보편화될 것이다. 

 

이런 미래는 멀지 않다. 올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주제중의 하나가 온칩AI나 AI 스마트폰 혹은 AI PC다. 물론 아직 개개인이 모두 자신의 기계에서 AI를 실행시키는 때는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 하겠지만 이런 때도 필연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올 것이다. 기업중에는 챗GPT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내부 데이터가 openAI같은 회사에 흘러 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마찬가지 이유가 있으며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이유로 해서 모두가 개인용 컴퓨터를 가지게 되었다. 

 

AI간의 통신이 만드는 미래는 인간의 일을 AI가 대체하는 미래가 아니다. 지금의 시스템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통째로 교체하는 미래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기 상점에서 인간대신 AI가 서서 인간의 일을 할 것을 상상하지만 AI가 소통하는 미래에는 아예 상점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GI가 몇년안에 나타나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렇게 대단한 슈퍼 AI는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AI 사이의 통신이 펼쳐지는 미래는 코앞에 다가와 있고 그 시대는 슈퍼 AI가 없이도 큰 차이를 만든다. 다만 모든 개인과 기업과 아마도 다수의 기계들이 AI를 내세워서 서로 소통하게 하면 된다. 그것이 만들 효과는 마치 인터넷이 나오기 이전과 이후와 비슷할 텐데 왜냐면 소통의 속도와 양과 복잡성이 지금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같은 것보다 훨씬 더 커서 시장과 비지니스를 파괴적으로 개혁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 개개인이 소유한 작은 AI들이 연결되고 그 연결들이 최적화되어 만들어지는 거대 AI와 같은 형태를 취할 것이다. 

 

MS 같은 회사는 이미 AI를 자기 OS의 일부로 품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돌아가는 기계의 형태는 아직 불분명하다. MS에 매이기 싫어서 리눅스같은 OS로 독립적으로 AI를 구동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AI쪽의 성능일텐데 윈도우가 그걸 독점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적어도 몇년은 지나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발달할 것이기 때문에 승자는 그때가 되어야 분명해 질 것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도 상당할 것이다. 이것은 AI를 앞에 내세우고 소통하는 사람들 -나는 이들을 사이보그 2라고 부른다-의 커뮤니티에 대한 일이다. 이 사이보그 2의 커뮤니티는 굉장한 효율성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커뮤니티에서 공유경제 사업을 하는 것은 너무 쉬울 것이다. 화폐발행도 가능할 수 있다. 이 커뮤니티가 집단으로 AI를 쓰지 않는 사회에 투자를 시작하는 식으로 접촉하면 그 결과는 대재앙에 가까울 수 있다. 대학살을 가져온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만남 이상의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사이보그 2의 커뮤니티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신용과 보안이 필요할 것이다. 제트기가 있어도 그걸 원숭이가 몰면 대재앙이 올 뿐이다. 

 

지금 사람들은 지나치게 AGI니 AI에 의한 직접적인 인간의 대체같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근대화 이전의 농부가 근대화란 모든 국민이 경운기로 농사를 짓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근대화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인간의 농사일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게 근대화의 핵심이 아니다. 근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근대화가 닥치면 그 나라는 식민지가 되고는 했다. 바뀌는 시스템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일에 100% 확실한 것은 없다. 하지만 AI의 시대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올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못할 때 식민지 시대의 아픔은 재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