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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국회의장 낙선과 민주당의 안일함

격암(강국진) 2024. 5. 25. 21:52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 가장 내 신경을 건드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추미애가 국회의장이 되는데 실패한 일이다. 관례로 보면 그녀가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 확실해 보였으며 특히 많은 당원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걸 원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런 관례가 뒤집어 진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나는 우선 그 이유가 추미애를 내가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는 점과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점을 말해 둔다. 이것은 꼭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이것은 과정과 해명의 문제이다. 나는 이번 추미애 낙선에서 이낙연을 떠올렸다. 내가 한 때는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지지하기도 했었던 사람이 이낙연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사건을 통해 이낙연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나에게는 소식도 듣기 싫은 정치가가 되었다. 

 

내가 말하는 사건이란 문재인 정권당시 전국민 보조금 지금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때 있었던 일이다. 그는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전국민 보조금 지금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입장을 밝히는 시기나 태도가 아주 나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전국민 보조금 지급이라는 원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사람과 사람을 구분하려는 일에 집착하는 국민의 힘의 문화와 그렇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문화가 충돌하는 일이다.

 

이 문제가 철학적으로 정신적으로 그토록이나 중요한 일이었기에 오세훈은 무상급식이란 주제에 서울시장직을 거는 무리수를 두기 까지했던 것이다. 국민의 힘 지지자들은 모두가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식의 정책이 나오면 거의 발작을 일으킨다. 나는 무상급식에 찬성하지만 무상급식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흥한다고는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지지하던 박원순이 초중고 무상급식을 위해 서울시장직을 걸었다면 나는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힘 정치가들과 지지자들은 모두가 차별없이라는 말이 나오면 나라가 망한다고 야단이다. 

 

그래서 전국민 보조금 지급이라는 정책도 예나 지금이나 아주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힘은 반드시 공무원이 '선별'을 해야 하며 그걸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으로 거의 정권을 걸고 반대한다는 식으로 나온다. 전국민 보조금 지급도 마찬가지다. 그걸 안한다고 나라가 망하지도 않고 한다고 망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철학적 배경이 이걸 그것에 관련된 돈에 비해 엄청난 일로 만들고 있을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의 사건에서 이낙연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등장했다. 그리고 반대표를 던졌다. 그건 그럴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안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그 시기와 태도가 나빴다. 그는 이 주제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오랜동안 논의되어왔던 주제이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차별없는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아주 뜨거웠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이 주제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때 아무런 입장 발표도 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날대로 지나서 토론이 뜨거워 졌을 때 갑자기 반대표를 던졌을 뿐 아니라 그걸 위해 나와서 이야기하는 자세가 확고하게 한가지 사실을 전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이 것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들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며 이미 사안은 결정되었고 나는 그저 당신들을 달래기 위해 나왔다는 태도였다. 그건 토론해 보자는 입장이 아니었고 이미 결정된 사안을 통고하는 일을 조금 부드럽게 하는 것뿐이었다. 말했듯이 이것은 문화적이고 철학적인 이유로 계속 반복되는 주제인데도 말이다. 그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외면하거나 보지못하고 있었고 태도도 겉으로만 온화했을 뿐 상대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마치 치매 노인처럼 사리판단 안되는 사람앞에서 네네 하면서 웃는 사람처럼 당신이 뭐라고 하건 이건 당신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는 불통의 입장을 보였던 것이다. 나는 그걸 보고 이 낙연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대선에 있어서 대세론까지 따라다녔던 이낙연이 그로 인해 대통령이 되지 못할거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역사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흘렀다. 

 

이번 추미애 낙선 사건은 그와 아주 유사하다. 이 일이 유사한 이유는 지금 적어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달 한달이 사는게 힘들다고 할 정도로 윤석렬의 통치에 대해 염증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간단히 갈아치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울분을 참고 있는 것일뿐 적어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윤석렬에 대한 분노는 임계점을 넘긴지가 한참전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기를 바란 것이다. 국회의원 뽑는다고 당장 대통령이 탄핵되고 교체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어서 변화가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자기 생업을 뒤로 하고 정치에 관심을 두고 누군가를 지지하고 뉴스를 읽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런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면 정치따위 신경 안쓰고 살고 싶다. 국회의원은 돈도 받고 유명세도 타고 경력도 생기겠지만 일반시민은 정치에 신경쓴다고 직접적으로 이익되는 일이 없다. 

 

그런데 누가봐도 개혁에서 강경파이고 윤석렬과 대립구도를 보였던 추미애가 관례상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 분명했는데도 낙선했다. 지난번의 김진표는 이게 변절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경파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관례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사람들은 참았는데 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문제는 결과가 아니다. 문제는 시기와 태도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윤정권에 염증을 내는 이 시기다. 그런데 지금 아주 소수의 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재명을 제외하고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태도가 바로 앞에서 말했던 이낙연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혁 강경파라고 알려진 사람을 관례를 뒤집어 가면서 낙선시킨다. 그리고는 이건 우리일인데 왜 당신들이 나서냐는 식으로 해명이 필요없다는 식이다. 그들로서는 왜 시민들이 추미애를 지지하고 있는가 하는 뻔한 사실이 사소해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물론 그들의 생각이 있고 판단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옳을 수도 있고 적어도 그들의 소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그들은 그들의 판단만으로 세상을 돌리면 된다고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모든 일에서 시민들 여론에 따라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정국에서 추미애의 낙선이 그런 사소한 일일까? 당원들이 줄줄이 탈당한다는 소식조차 그들에게는 술안주감도 안되는 사소한 뉴스인 것처럼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이러면서 개혁이고 투쟁? 이재명이 칼을 맞았을 때 얼마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열심이었나. 반대입장이었으면 그러니까 만약 박근혜가 야당 대표였을 때 그런 일이 있었으면 그 일의 여파는 1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안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선거가 지나고 나자 자기들의 세계로 가버렸다.

 

이 일은 온건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신념을 강화한다. 잘난척하는 국회의원들은 자기들만 잘난 줄 알겠지만 그들은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 이상으로 개혁의 적이되고 배신자가 될 수 있다. 바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말이다. 나는 이낙연을 떠올리게 된다. 바보같은 일이다. 잘난 척하는데 바보같은 자들을 보는 일은 짜증만 난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도자인줄 알것이다.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당신들은 그저 대중이 고용한 임시 알바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의 피드백이 워낙 빠르게 돌아오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