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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만 살고자 하면 모두 죽는다

격암(강국진) 2024. 6. 19. 20:54

이 사회는 모두가 상호 의존하는 공동체다. 그래서 모두가 나만 살고자 하면 모두가 죽게 된다. 억울한게 있다고 해도 내가 억울하니 남들이 죽던 말던 상관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면 모두가 죽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참많다. 특히 법조인과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같다. 

 

지금 세상의 법집행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면 바보일 것이다. 영부인의 학위 위조 심사는 한없이 뒤로 간다. 영부인이 명품백을 받아도 그게 문제가 안된다고 발표가 난다. 영부인의 주가조작사건은 하염없이 수사가 뒤로 미뤄진다. 그러다가 2천원을 원칙보다 더 썼다고 EBS가 압수수색을 받고, 이재명 부인이 10만원어치 식비를 냈다는 혐의가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난다. 나는 판사, 검사들이 뭐가 그렇게 자기만 억울한지 모르겠다. 그들은 뭔가가 매우 억울한것 같다. 자신들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것보다 더 누려야 마땅한 사람들인데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처럼만 보인다. 자신들이 탄압당하는 불쌍한 사람이라서 사회에 복수를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면 법치질서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가? 모든 검사들이 기본적으로 우리가 억울하다고 생각하여 뭉치면서 법보다 조직 논리가 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럴 수가 있는가?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얼마전에 자기가 억울하다면서 개천절에 일장기도 아니고 욱일승천기를 걸어서 모든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사람도 의사였다고 들었다. 자기가 억울하면 나라를 팔아먹어도 어쩔 수 없냐고 말하는 식인데 왜 자신이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지도 이해못한다.  의사들의 행태를 보면 자기만 억울하다. 자기들은 정말 고생많이 하고 있는데 충분히 보상을 받지 못했는데 자기들만 세상이 못살게 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의사들이 세상과 무관하게 의사가 된거라면 정말 세상이 몇몇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그냥 자본주의 논리대로 돌아가는거라면 의대정원에 대해서 의사들이 뭐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자체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다.

 

치킨집이 늘어나면 치킨집 주인이 괴롭다며 치킨집 정원을 제한하라고 데모하는거 보았는가? 이 나라에서 공대생의 숫자를 의대생만큼 제한했으면 나라가 발전도 하지 못했겠지만 공학자들도 의사보다 더 돈을 벌었을 것이다. 치킨집 사장도 공대생도 누리지 못하는 정원 제한의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 다 자기 힘으로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었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이 나라에서 제일 성적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다. 다 각자 살거 같으면 모두가 되고 싶어하는데 의대정원 2만명으로 늘리는 걸 못하겠는가? 그래도 의사들이 잘먹고 잘살까? 

 

어쩌면 이건 학교 교육의 실패일지 모른다. 공부를 잘할 수록 어떤 면에서 바보같다. 시험만 잘보면 너는 훌룡한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학교라는 담장을 넘어서 세상을 사는데도 나는 공부를 잘하니 특별대접을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것같다. 그들은 평생 같은 말만 하는 것같다. 나는 공부잘해서 사법고시를 붙었고 나는 공부잘해서 의대를 붙었다. 나만 잘나고 나만 억울하다. 그러니 그들의 눈에는 다른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직업가진 사람들은 다 공짜로 사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같다. 그들은 법조서비스가 멈추면 나라가 죽는다고 생각하고 의료서비스가 멈추면 나라가 죽는다고만 생각하는 것같다. 

 

하지만 그러는 그들도 밥도 먹고 스마트폰도 쓰고 옷도 입고 다니며 돈도 쓸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이 해준 것인데 그들은 그런 건 그냥 당연하다고생각하는 것같다. 그런 거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의사눈에는 의사만 없으면 세상이 망한다. 심지어 간호사들이 파업할 때도 간호사에게 동정하지 않던 의사들이 자기들이 억울하다고 할 때는 보이는게 없다.

 

이런 의사와 검사가 만든 검사 정권이 부딪히니까 가관이다. 서로 서로 아랫사람 부리듯이 말을 한다. 정부는 의사에게 일을 하라고 '명령'한다. 정부는 모든 사람들의 윗사람인가? 의사들에게 일을 하라고 협상하는게 아니라 명령하나? 의사는 아예 9급공무원인가? 그렇다고 의사는 법에 정해진 절차를 지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의대생들 유급당할 것같으면 원상복귀시키라고 하면 되고 전공의 처벌도 되돌리라고 하면 된다. 즉 검사건 의사건 애초에 법위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건 협동하고 분업해서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협동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들여다 봐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옆사람 사정보지 말고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이 현명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은 사람인 척 위선을 부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라 정말 그런 사람들만 있다면 이 나라는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이기적인 소리를 하면서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자식 군대를 뺄 수 있으면 누가 군대에 자식을 보내겠냐고 말하는 소리를 정말로 액면 그대로 믿으면 바보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만 있으면 나라가 진작에 망했다. 부끄러운 걸 모르는 자들이나 그런 소리들을 한다. 

 

지금도 이나라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만 보는게 아니라 세상을 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냐고?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있는 것이다. 한국만 보고 있으면 한국이 엉망진창이지만 사실 세계를 둘러보면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도 없다고 할 정도로 한국은 훌룡한 나라다. 거리가 그냥 깨끗한게 아니고, 치안이 그냥 좋은게 아니다. 철없는 극렬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것처럼 한국 남자들이 엉망이라서 여혐이 넘치면 한국의 치안이 이럴 수가 없다. 철없는 일베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 여자들이 엉망이라면 한국의 생활수준이 이럴 수가 없다. 많은 한국인들이 다 자기 힘든 거 꾹 참아가면서 일하고 자기 자리를 버텨주니까 식당 물가도 아이들 교육도 한국 수출도 버텨주는 것이다.

 

그걸 어찌아냐고? 사회적 안정이 무너진 나라에 가보면 안다. 어디냐고? 한국 이외의 모든 나라가 아니면 대부분의 나라다. 한국이 지옥같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찍어도 그 나라를 비판하기 시작해 보면 정말 엉망이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그렇다. 중국이나 필리핀이나 남미나 이스라엘이나 아프리카와 비교해서도 우리나라가 지옥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국의 법질서에도 한국의 의료서비스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만 살고자 하면 모두 죽는다. 검사도 의사도 안 죽는게 아니다. 좀 자제하면 좋겠다. 법치를 망치면서 뭔가를 주장하는 검사나 남의 생명 담보로 잡으면서 뭔가를 주장하는 의사는 설득력이 없다. 요즘에는 부끄러운 걸 모르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세상을 뒤흔드는 일이 너무 많은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