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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명문대와 교육의 실패

격암(강국진) 2024. 11. 12. 14:16

최근 윤대통령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런 시국선언에 적극 찬동하는 바이지만 이런 찬반을 떠나 한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문재인 정권이나 조국등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날리던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학들이 윤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는 유독 조용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80년대에 군사독재정권과 앞장서서 싸우던 명문대 학생들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요즘은 그 잘났다는 명문대 학생들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교의 학생들이 더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어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교육의 실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날의 교육, 적어도 한국 교육은 시스템에 대한 복종을 너무 지나치게 가르치는 나머지 그 안에서 엘리트가 된 아이들은 강자에게는 머리를 수그리고 약자에게는 정의를 외치는 비열한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바로 검사와 의사다. 그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겟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 그저 말장난에 뛰어날 뿐 일관성이나 자기를 바라보는 성찰따위는 볼 수가 없다. 

 

이게 모두 시스템을 떠나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게 아니라 시스템에 최적화하여 시스템의 규칙을 가지고 노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법을 가지고 무죄를 만드는 능력은 뛰어나나 윤리의식은 없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검사는 이렇게 탄생한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의사들의 행동도 보면 충분히 자신들의 의견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표현하고 타협할 여지가 있을 법한데 거만한 바보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의 언행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쓰지 않으면서 살겠다는 태도는 자신이 법이나 대중 위에 있다는 선민의식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들은 우리나라가 잘사는게 이승만 박정희 때문이라고 강변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어느 정도의 기여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재자가 나라를 잘살게 하는게 가능했던 경우가 세계사에 어디에 있는가? 독재는 결국 나라를 가난하게 만든다. 우리는 외국을 이야기할 때는 그걸 알면서 자신을 이야기할 때는 다르게 말한다. 한국이 지금만큼의 부자가 된 것은 민주화운동으로 한국이 법치국가, 민주국가에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규칙이 있는 나라가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가 깨지면 나라는 가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독재를 찬양하는 독재 개발 주의자들은 제발 어디 가난한 후진국에 가서 쿠데타도 하고 독재도 해서 그 나라를 한국만큼 부자로 만들어 보길 바란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렬같은 대통령들이 저지른 죄중에 아주 큰 것은 사회적 기반을 깨뜨리는 일이다. 사회적 기반이란 1+1은 항상 2라는 것이다. 그런 고정된 사실들에 기반하여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 대통령들은 세계적 객관성에 어긋나는 주장을 하고자 어용 학자들을 동원하고 무당들을 불러 모은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무력화된다. 4대강 논의때가 대표적이지만 보수 정치인들의 정치는 다 이렇다. 전문가가 결정하고 지도자는 기본적인 것을 살피고 결재하는 시스템 정치가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는 경험없는 자들이 와서 전문가와 경력자를 입다물게 하는 것이 보수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1+1은 2가 아니라 폐하나 왕비마마의 마음대로다. 300만원 명품백을 받는 것은 뇌물 수수일까 아닐까? 전에는 이게 심각한 철학적 고뇌가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윤정권이 되면 이게 아주 어려운 문제다. 그 유명한 유지 논문이 표절일까 아닐까? 이걸 밝히는데 대학이 몇년이나 걸린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 시스템의 신뢰문제다. 

 

사회적 기반은 이렇게 무너진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가장 민감한 명문대 학생들은 조용하다. 아마 수능에서 답이 두 개인 문제가 출제되엇더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시국에 분노하며 떠들었을 것이다. 결국 이 나라의 교육이 배출한 엘리트는 이기주의 멍청이들이라는 것이다. 당장 대한민국의 경제가 폭망하고 있는데 그게 모든 국민의 문제가 되는데 얼마나 걸릴까? 지금 당장 고교 무상 교육이 멈춰선다고 하지 않는가? 윤석렬같은 대통령이 있는데 대학졸업하면 자기 일자리가 기다린다고?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만 잔뜩 키워낸 것이 지금의 한국 교육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교육의 핵심이 이거 아닌가? 남생각하지 말고 네 공부에나 신경써라. 좋은 대학가고 좋은데 취직하면 잘먹고 잘살수 있다. 이런 풍조에서 1등한 사람이 정상이 아니기 쉬운 건 당연하다. 

 

이건 교육의 실패다. 기성세대가 교육을 이모양으로 만들었기에 나라가 엉망이 된 것이다. 지금 세계는 AI로 시끄러운데 우리나라는 열심히 의대 법대가 1등을 한다. 그리고 그 옆에서 AI 전문가는 AI가 발달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사람이 의사와 법조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어찌보면 희극적이다. 그 끝없이 거만한 사람들이 엉터리 논문이나 쓰고 교양은 1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앞에서는 굽신 댄다. 노무현 정권때 대통령에게 대들면서 민주화투쟁하는 것같이 굴던 검사들은 아주 비루한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는 화려한 삶이라고 할지 모르겟지만 말이다. 

 

길게 보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교육을 지배하는 사람들이다. 조선시대에도 그랬다. 조선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비들이 제자를 키워 결국은 조선을 장악하고 조선을 무력한 나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지배하는 것은 진보주의자들이 아니라 사학 재단을 지배하던 세력이었다. 그들이 초중고 대학까지 지배하고 그들이 교수자리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의 지금이 이런건 그걸 극복하지 못한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권때만 해도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이유는 무수히 많았는데 지금은 치욕스럽기만 하고 매일이 위험하다. 이런 오늘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