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면서 산다는 일의 어려움
흔히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니까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그렇게 성공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것과 일맥 상통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지키는 일에 익숙해져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뭔가가 되고 싶어한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학위를 얻거나 지위를 얻고 싶거나, 가족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 모든 소원들은 여간해서는 이룩되지 않지만 이룩되었을 때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그것에 너무 쉽게 익숙해 진다.
차없이도 살던 사람이 고급차를 모는 일에 익숙해지면 이제는 삶의 기준이 달라진다. 걸어다니다가 어쩌다 차를 타면 그건 편하고 사치스런 일이 될지 몰라도 매일 고급차를 타는 일에 익숙해지면 이제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을 타는 일이 힘들게 된다. 즉 정상적인 상태가 바로 고급차를 타는 상태로 변해 버린 것이다. 우리는 나아가 재산이나 지위에 대해서도 비슷한 걸 느끼게 된다. 재산을 가지는 일은 쉽지 않지만 재산을 가지게 되면 그걸 가진 사람으로 사는 일에 익숙해 진다. 사람들이 나에게 돈을 바랄 것이고, 나는 내 돈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를 살피기 바쁠 것이다. 그렇게 돈을 관리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그런 돈이 없었을 때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기억은 까마득해 지는 것이다. 물론 돈이 없으면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작은 돈으로 먹고 살며, 불안하기에 아끼고 계획하고 이것 저것 시도해 보게 된다. 그런데 한뭉텅이의 돈을 가지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같아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하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뭔가를 누군가 타인이 빼앗으려고 하는데 그걸 방어하기가 어렵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지키고 사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상태에 익숙해지는 일을 멈추는 일이다. 익숙해지면 그것없이는 살 수 없게 되고, 그것이 있어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으며, 사람이 전반적으로 둔해진다. 그렇게 해서 뭔가를 가진 상태에 너무 익숙해지는 일이 극에 달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빼앗기기가 가장 쉽다. 건강할 때는 자신이 건강을 가진지 모르고,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이 넘칠 때는 자신이 그런 걸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며, 기억력이 강하고, 돈이 쉽게 들어 올 때는 지금 자신의 두뇌가 상태가 좋으며, 돈이 이렇게 벌리는 것은 운이 좋은 거라는 것을 모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건강을 망치고, 가족을 상처주고, 자신의 전성기를 낭비하며, 실제로는 아주 운이 좋아서 집중하고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할 기회를 날리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내가 한 때 그런 것들을 가졌던 것은 굉장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면 우리는 쉽게 스스로 재앙을 불러오고 자신이 행운아인데도 자신이 뭔가를 이룬 것이 행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순전한 노력탓이며 심지어 자신은 상당히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옆에서 보면 그들은 이미 가진 것이 많아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어도 넘치게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굳이 뭔가를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질투할 필요가 없는 사람, 경쟁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질투하고 경쟁하며 쓸데도 없는 돈과 명예를 탐한다. 이것은 마치 운이 좋아서 100억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는데도 굳이 천억짜리 부자가 되겠다고 그걸로 다시 복권을 사서 다 날리는 사람을 보는 것과 같다. 100억이든 천억이든 그걸 써서 뭔가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것이 반드시 모험을 피하고 보수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이 뭔가에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그 반대일 수 있다. 100억이 있어도 그 100억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100억이 사라져도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자신은 그 100억이 없어도 행복하고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자신이 100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 100억이 내 몸처럼 느껴지는게 아니라 이질적인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억을 누가 잘 지킬 수 있냐고 하면 거꾸로 말해서 100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 익숙해지지 않는 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보수적이고 점점 더 가지고 있는 것에 익숙해 지는 쪽이 오히려 잘 지키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은 상식에 어긋나는 그럴듯한 사기꾼의 말에 더 잘 넘어간다. 유령을 두려워하면 유령을 만나게 된다. 사람은 길위에 그어진 두 줄의 선 사이는 잘 걷지만 100미터 위에 놓여진 같은 폭의 판자위를 걷기는 어렵다. 두려움 때문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대개 겁쟁이다. 그들은 자신이 변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너무 많은 것에 대해서 변화를 거부한다. 그래서 자신은 자신의 것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점점 간신같은 사람들만 주변에 남기기 쉽고 약해지기 쉽다. 그래서 정말 좋은 것을 보는 눈이 없어지기 쉽다. 먹어도 맛을 모르고 뭘 봐도 뭐가 좋은지 모르니 가격표만 보고 음식을 판단하고 명품 브랜드면 다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는 방식은 반드시 어떤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항상 운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숲이 마르면 불이 나기 쉽듯이 환경에 따라 적절한 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가진 것을 지키려면 반대로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가진 것에 집착하고 익숙해지면 그것들은 오히려 더 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얻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지키고 사는 일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