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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늦은 판단과 국민의 분노

격암(강국진) 2025. 3. 29. 11:58

작년 12.3일 대통령이 군사반란을 하는 것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헌법재판소는 그 일로 대통령을 파면하는 일을 미루고 있다. 이 늦어진 판단에 대해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든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는 수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군사반란을 부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찌기 김건희의 논문 표절 사건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었는데도 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통해 비슷한 일을 보여준 적이 있다. 결과는 너무 뻔한데도 판단은 한정없이 늦춰진다. 그러니 결론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나오든 사람들은 분노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누가 무슨 노력을 하건 이러한 늦어진 판단은 한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그것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느끼는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누적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군사반란에 대한 생각은 다수의 사람들이 같다. 그리고 그것을 소수의 사람들이 막고 있다. 이같은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전제하고 말하자면 지금의 정국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 그것은 대중의 힘을 믿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다. 대중의 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절차의 문제와 각종 괴변으로 지금의 실현되지 못한 정의가 정당화되고 없던 일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내란범 처벌의 문제를 그냥 시간을 보내면 없던 일이 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그걸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쉬운 일이었다면 일은 이미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있다. 즉 최종적으로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을 거부한다고 해도 그 일을 하는 것이 말이 안되기 때문에 이렇게 역사상 가장 긴 탄핵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결과가 탄핵부결로 나온다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지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국민의 허탈함과 분노는 이미 굉장히 높다. 국민들에게는 계속 법을 지키라고 말하는 사법부와 행정부가 자신들은 헌법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금의 모습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헌법재판관임명을 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정까지 나와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인다. 그런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어 지금의 내각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누가 그걸 인정할까?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보다는 이런 현재의 이 분노다. 이 분노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여당이나 내란범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오래갈 것이다. 고문을 하고 뇌물을 쓰면 1+1=3이라는 말도 옳다는 증언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1+1=3이라는 말을 했다는 그 기억은 오래간다. 윤석렬이 계엄으로 남긴 상처는 굉장히 오래갈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나를 계속 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이 문제일까? 헌법이 문제일까? 경제 구조가 문제일까? 언론이 문제일까?

 

과거의 군사독재도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민주화가 멈추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에 군사구데타라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물리적으로 국민들을 다 죽이지 않는 한에는 이 트라우마는 남을 것이다. 바로 정당한 심판으로 이제 한국인은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때까지는 그럴 것이다. 이번 사건도 그럴 수 있었다. 신속하게 윤석렬 일당을 체포하고 처벌했으면 그럴 수 있었다. 빠르게 계엄을 국회에서 해제했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한국에 대한 자부심도 좀 덜 다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란범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괴변때문에 상처는 아주 커졌다. 이 상처는 이제 윤석렬이 파면당한다고 해도 다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빠르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다. 

 

그 트라우마의 결과 설사 윤석렬과 그 일당 그리고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이 정치적으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들은 이제 도저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집단이 될 것이다. 본래도 소위 한국의 우파에는 친일 매국 세력이나 군사 독재 옹호 세력 따위 그리고 사이비 종교 세력 따위가 애매하게 붙어있었다. 사실 어느 정치집단이나 여러 사람이 모이므로 그 안에는 비주류적이고 극단적인 사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일 이후에는 한국의 우파는 살아남아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수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은 당장 살아남자고, 감옥에 갈 수는 없다고 하는 생각때문에 사이비 종교 지도자에게도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이나 하는 극단적인 사람, 도저히 국가를 경영할 수준이 안되는 무당이나 미신적인 사람들에게도 머리를 숙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모여서 뭘 할 수는 없다. 박근혜 탄핵때도 비슷했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군사반란을 정당화해야 한다. 누가 앞으로 법치 국가를 말하면서 보수 정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윤석렬 내란을 통해 한국의 사법부도 이미 그 권위를 크게 잃었다. 이재명이 무죄받은 재판의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도 이걸 기소하는게 이해가 안될 정도다. 내 장모는 10원한장 사기친게 없다고 말한 윤석렬을 포함해서 어떤 정치인이든 이런 식으로 기소할 수 있으니 이걸 검찰 맘대로 기소 하겠다는 건 검찰이 정치인을 선택적으로 죽이고 살리겠다는 의도라는게 너무 분명하다.

 

이렇게 나쁜 짓을 벌여놓은 사람들은 이제나 저제나 헌재에서 윤석렬을 대통령으로 다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할지 모른다. 그건 정말 엄청난 일이며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난 정말 자신있으면 그렇게 해보라고 하고 싶다. 또 다시 게엄을 하고 군대를 동원하는게 가능할까? 헌법을 바꿔서 영구히 집권하는게 가능할까? 그게 아니라면 그들은 개혁으로 끝날 일을 혁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윤석렬의 귀환이라고 해도 그 임기가 고작 2년인데 2년뒤에는 사람들이 다 잊고 이전처럼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몇년이면 이 일을 잊을 것같은가? 어림도 없는 소리다.  김건희에 대한 늦은 판단은 결국 숙명여대를 죽일 것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그걸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적 기준이 없는 기관이 대학일 수 있는가? 보수는 이 일로 죽을 것이다. 법을 무시하는 집단은 애초에 정치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삼국지에서처럼 무력전쟁하는 일을 정치로 착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