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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투자할 한국 회사가 없다.

격암(강국진) 2025. 4. 27. 10:45

문재인 정부시절, 한국 주식에 장기 투자를 하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르고 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계속 사두면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거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만 보면 이것이 맞다. 그 당시 한국의 최고 대기업인 삼성만 해도 주당 5만원하던 주가가 몇년만에 10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올랐고 미래는 더 밝아보였다. 카카오나 네이버의 주식처럼 AI 관련 주식으로 생각되는 주식은 더 많이 올랐고 이 외에도 배터리 주식이나 LG 주식, 화장품 주식이나 식품 주식, 엔터테인먼트 주식등 아주 많은 주식들이 올랐다. 한국의 장래는 밝아보였다. 한국 화장품, 한국 반도체, 한국 전장, 한국 음식, 한국 영화등 아주 많은 것들이 한국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더 잘 팔릴 것같았다. 봉준호의 기생충이 미국에서 아카데미상을 받고 BTS가 전성기 활동을 하던 때도 문재인 정부시절이었다. 이게 불과 5년정도전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 주식을 사야지, 한국 주식은 사면 안된다고 한다. 이번에 상법개정이 좌절된 일이 한 이유가 되었으나 윤석렬 정권 이후 주식들이 폭락했던 일 그리고 주식이 잘 되면 기업들이 너도 나도 물적분할같은 걸로 개미 투자자들의 이익을 배신하는 일을 보고 개미투자자들에게 그런 말들이 돌았다. 이제 큰 돈이 들고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만 하지 않고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은 늘었는데 그 투자 대상이 한국 회사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2011년에서 2020년 사이에 8배가 늘었는데 2020년에서 2024년 사이에는 18배가 늘었다고 한다. 이 둘을 합치면 150배에 가까우며  한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액은 2024년 기준으로 170조에 이른다. 이것의 의미는 여러가지 이겠으나 이 말은 170조원의 한국인의 돈이 한화가 아니라 달러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나가서 주가상승으로 늘어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나라안에서 자본이 나갔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등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한국인들은 미래 지향적이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 주식을 사지 않겠다는 것은 상당부분 한국 기업들이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때는 K라는 브랜드만 붙이면 뭐든지 될 것같았다. 윤석렬 정권 3년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다. 한 나라의 기업들이 불과 3-4년 사이에 그 본질이 싹 다 바뀌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크게 변해 버린 투자 민심은 결국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인지, 얼마나 변할 의지가 있는 지를 테스트해 본 결과 사람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때의 개혁이 좌절된 일은 결국 한국 사회는 미래로 가는 걸 포기하고 오히려 거꾸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결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 것같다.

 

 

오늘날에는 자본이 국경을 쉽게 넘나든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죽을 수 밖에 없으니 한국에서 직장을 얻고 한국의 아파트에 살고 한국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발상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한국인에게 한국의 미래를 응원하게 하려면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배달의민족이라고 이름까지 붙이고 애국마케팅을 하던 기업도 외국에 스스로를 팔아먹는 시대에 한국인이라면 한국차를 타고 한국기업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통할 수 없다.

 

불과 4-5년만에 한국 기업들은 매력이 없어졌다. 그 이유는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그 중에 중요한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결국 구시대적이고 발전지향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크게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재벌기업들이다. 요즘에는 재벌 3세 4세가 경영하는 이 회사들을 보다가 미국의 기업들을 보면 엄청나게 뭔가가 느낌이 다르다. 좀 과장해서 그 차이를 말하자면 마치 전근대와 근대의 차이같다. 한국 기업은 대대손손 물려온 기업이니 나도 잘 관리해 보겠다는 느낌을 주는 경영자가 있다는 느낌이라면 미국 회사들은 마치 앞으로 5년안에 승부를 못보면 회사가 망할 것같다는 느낌을 준다. 엔비디아나 테슬라같이 이미 삼성전자가 비교도 안될정도로 커진 회사들도 그렇다.

 

미국에는 크게 성장하겠다는 벤쳐가 있다면 한국은 그럴 수 있을 것같은 벤쳐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카카오를 보자.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매우 미래 지향적일 것같지만 문어발식경영으로 삼성이나 LG같은 회사들의 풍토를 따라간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장을 아프리카나 유럽이나 미국으로 넓힐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팔란티어같은 회사에 투자를 하면 과거의 테슬라가 그랬듯이 그 회사가 크게 크게 성장을 하고 나도 이득을 볼 것같으며 팔란티어는 계속 팔란티어일 것같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요즘 화제가 되는 푸리오사AI가 있다. 그 회사가 엄청 성공한다고 해도 그 회사는 결국 계속 푸리오사AI로 남아있을 것같지 않다. 그 회사도 결국 금방 개혁성을 잃고 한국의 재벌식으로 오래 오래 대대손손에 집착할 것같다. 내가 푸리오사AI에 대해서 뭘 알아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다. 한국기업이 대개 그러니까 그렇다. 사실 이전에 이런 인식과 불신이 문제다.

 

미국 기업은 경영자가 얼굴을 내밀고 다니는 일이 많다. 테슬라도 엔비디아도 팔란티어도 애플도 경영자들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한다. 그 소통은 물론 대중의 신뢰가 소중하다고 여기니까 하는 것일 것이다. 단순히 소통을 한다 안한다가 아니다. 소통을 통해서 경영자들이 자기 철학과 비전을 계속 말하고 행동을 통해서 그것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뒤가 구린 일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하기 힘들다. 비판에 맞서서 자기 입장을 합리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이렇게 할 수 있다. 그냥 낙하산으로 적당히 회사를 유지나 하려는 사람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결국 기업에 대한 신뢰다. 기업이 신뢰받을 짓을 안하면 어떤 일을 해도 그 기업이 신뢰받기는 어렵다.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천사의 얼굴만을 가졌을 리가 없다. 그리고 한국 기업의 행동이 전부 한국 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가 그 기업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미국은 전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 당연히 미국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진출하기가 쉽다. 그러니까 기업의 확장성이 한국과는 다르다. 하다못해 유튜버를 하고 작가를 해도 영어로 미국에서 유튜버를 하거나 작가를 하는 것과 한국어로 한국 시장안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좁은 우물안에서 확장성의 한계가 있으니까 금방 인맥이 중요하다는 둥,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둥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쉬운 분위기다. 즉 시장논리 이외의 것이 끼어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때 한국의 미래가 갑자기 밝아보인 것은 그때는 한국이 세계로 확장한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변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프랑스나 영국처럼 세계 누구나 아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느낌이었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동남아로 러시아로 한국이 뻣어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은 윤석렬의 내란으로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내란이 아니라도 윤석렬은 결국 나라 안쪽만 들여다보고 바깥쪽에는 외교랄게 없는 대통령이었다. 나라 안의 언론만 조작하고 경찰과 검찰만 장악하면 된다는 식이다. 한국인이 김건희를 욕하는 것을 멈추게는 할 수 있지만 세계를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 21세기 들어서 보수 정권만 들어서면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지는 이유는 한국의 확장성때문이다. 한국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 파워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세계의 기준으로는 한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였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아부하는 걸로 한국이 세계로 뻣어나갈 수 없다. 어떤 비판이든 반박할 수 있는 떳떳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동네 깡패처럼 구는 보수 정권이 그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AI시대는 지금까지보다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 5년뒤가 상상이 안된다는 말이 흔하다. 그런데 한국같은 나라가 확장을 위한 진취성을 잃어버리면 어쩔 것인가. 미국이나 중국을 대체할 나라는 찾기 어렵지만 한국을 대체할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은 시장을 찾아야 한다. 세계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 말은 한국 사회가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한국 주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는 지, 왜 세계가 한국 사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는 분명하다. 한국 개미투자자조차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데 누가 한국 주식을 사려고 할 것인가.

 

이런 불신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윤석렬정권이 지난 3년동안에 잘 보여주었다. 일단 세계적으로 떳떳한 나라가 되자. 그리고 진취성을 되찾자. 그래서 한국의 회사들이 다시 매력이 넘치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한국인들은 본래 진취적이라서 할 수 있다. 낡은 시대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대중을 억누르지만 않으면 할 수 있다. 그건 모두를 위해 좋다. 윤석렬은 가난한 사람만 가난하게 만든게 아니라 부자도 가난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