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권리에 대한 오해
오늘은 대선날이다. 그래서 이 주제가 적당하다 싶다. 나는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자유를 규칙이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권리를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독점하는 뭔가로 생각한다. 내 권리는 내 것이라는 것이고 그것을 오로지 나의 이익을 위해서 쓰는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자유나 권리는 있을 수가 없다. 왜냐면 그런 절대적으로 이기적인 생각이 누군가에게 정당하다면 그 사람 이외의 사람들은 자유나 권리를 가질 수 없거나 적어도 그게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자유나 권리의 개념은 한마디로 보편적이 아니라서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내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을 자유도 있다는 주장이 참이라면 당연히 내 자유도 누군가가 빼앗아 갈 것이니까 자유라는게 없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나 권리를 어떤 게임속에서 어떤 시스템 내부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유나 권리라는 것은 우리가 자유롭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문맥에서 이해해야 한다. 축구경기를 할 때 어떻게 축구를 하는가는 자유다. 그러나 누군가가 경기에 질 것같으니까 총을 쏜다던가 축구공을 들고 뛴다던가 하는 것은 그 자유에 포함되어져 있지 않다. 우리는 축구 규칙을 지켜야 하고 그래야 우리가 하는게 축구경기가 된다. 우리는 이런 작고 구체적인 게임의 경우에는 우리가 자유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오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화국의 시민으로서의 자유라고 하면 이걸 망각하는 일이 많다.
공화국의 시민으로 산다는 건 공화국이라는 게임을 하는 것, 공화국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자유라는 건 공화국을 부정할 자유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물론 우리가 축구를 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듯 인간으로서 우리는 공화국의 시민이기를 그만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축구공을 들고 뛰면서 축구경기에는 이런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럴 때는 나는 지금 축구를 하는게 아니라고 말하고 축구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대우받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골을 넣으면 그건 골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화국을 부정한다면 스스로 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고 말하고 그 시스템을 부정해야지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하면서 한국인에게는 대한민국을 부정할 자유가 있다고 해서는 안된다. 그건 마치 시장에 가서 자본주의 게임을 하는 척하면서 사기를 치는 것과 같다. 뭔가를 받고 댓가를 지불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주 많은 혼란은 방금 내가 말한 이 경계의 혼동속에서 발생한다. 이 세상에는 경계없이 자유가 존재하고 권리가 존재하는게 아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정의가 있는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시스템속에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의 정의와 자유는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된다.
권리라는 것은 누군가가 독점적으로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누군가를 배제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의미한다. 이 집이 내 집이라는 권리주장이 이 집이 모두의 집이라는 주장과 동시에 옳을 수는 없다. 이 나라가 한국인 모두의 나라라는 주장도 이 나라는 외국인의 나라는 아니라는 주장을 암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권리라는 말을 통해서 누군가를 배제하게 된다. 그리고 흔히 권리라는 말을 개인주의적으로 해석해서 그것을 나 혼자만이 가진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실은 이 세상은 편의에 의해서 그렇게 구분될 수 있을 뿐이며 상대적으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렇게 무한히 나눠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무도 공기를 돈주고 사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떤 인간이 내가 숨을 쉬는 건 내 권리라고 하면서 지구상의 산소를 모두 소모해 버린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은 질식할 것이고 그렇게 되기전에 산소는 돈받고 사고 파는 물건이 되고, 이제까지와는 달리 공기는 독점적으로 소유되는 것이 될 것이다.
사람이 모여살기 위해서는 그래서 서로 서로 배려하고 돕는 일이 필요하다. 어떤 것도 100% 내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한글로 쓰고 있다. 하지만 한글사용비를 지불해 본 적이 없다. 한글을 쓰는 것이 공짜이고 당연하니까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지 내 나라의 글이 없다면 나는 아주 비참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공짜다. 이런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공중화장실의 화장지만 해도 그렇다. 몇십년전에는 공공의식이 부족해서 공중화장실에 화장지를 둘 수가 없었던 때가 있었다. 화장지값이 없는게 아니라 화장지를 통째로 들고 가는 사람이 있기에 화장지를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모두가 고통받았다. 해외여행이 흔해진 지금 우리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외국에 가볼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내가 편안하게 사는 것이 정말 다 내힘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은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다. 그 당연함이 없는 한국보다 못한 불쌍한 나라에 가보면 우리는 그걸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오늘은 대선 투표날이다. 이 대선은 작년 12.3에 군사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치뤄지는 것이다. 지금은 탄핵당한 윤석렬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서 자신의 권력을 무한히 확장하려다가 정권이 끝나 버렸기 때문에 치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군사독재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걸 막았기 때문이다. 군대 앞에서 길을 막은 시민이 있었고 열심히 뛰어서 국회로 가서 계엄을 해제한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군사반란에 반대한다고 추운 겨울에 길에 앉아 시위하던 시민들이 있었고 양심적인 기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나라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물론 나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윤석렬이나 김건희처럼 책임을 많이 져야 할 특별히 나쁜 사람들이 있지만 동시에 수 많은 사람이 그 나쁜 일을 눈감고 방조했기 때문에 나쁜 일들은 벌어진다. 예를 들어 체포당한 윤석렬이 감옥에서 풀려났다. 내란죄는 사형아니면 무기밖에 없는 극악한 범죄인데 탄핵당하고 내란죄로 재판받는 자가 웃으며 돌아다니고 투표를 한다. 국민을 모욕하는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동조하고 그들을 방관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법부 전체가 썩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선투표를 하는 날을 맞이했다. 그리고 아마도 높은 확률로 정권은 바뀔 것이다. 이것도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고 기록에도 남지 않겠지만 어딘가에서 조금씩 조금씩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나쁜 일을 막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대선 투표의 날을 맞은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게 어떤 것이건 다 내 것이고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미래에도 세상이 내 마음같을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 희망이 있고 좋은 일이 있다면 그건 다 전부 내탓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아니 아주 많이 누군가가 도와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없는 독립군을 존경해야 하는 것이다. 이름도 없이 돌아가신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2등시민으로 살지 않고 당당히 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투표하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진실과 거리가 먼 말도 없다. 이 말은 언뜻 들으면 그럴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전혀 말도 안되는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으로만 굴었다면 짐승처럼 살고 있었을 것이다. 문명이, 공화국이, 시장이 모두 내 한 몸만 생각하지 않으니까 가능한 것이다. 힘없는 개인은 일제시대에 정말 독립주장을 못하는게 당연할까? 그게 정말 당연하다면 지금 우리가 독립했을 리도 없고 지금도 외국에서 누가 쳐들어오면 다 도망가고 이 나라는 망해야 한다. 제일 앞에서 싸우는 사람은 바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군대를 가는 사람은 바보고 불법으로라도 안가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믿었다면 이땅의 군대는 유지될 수가 없다. 인간은 분명 짐승과 같은 면이 있다. 인간이 그렇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오만이다. 인간은 욕심도 있고 두려움에 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짐승을 넘어서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인간이다. 이 것을 잊으면 인간이 짐승이 된다. 권리란 그저 나만을 위해 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 짐승이 되는 길이다.
오늘은 자유와 권리를 잘 써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날이다. 아직 투표는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저녁에 축배를 들 예정이다. 희망을 잃지 않은 나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좋은 날이 오게 해준 수많은 보이지 않는 영웅들을 위해 감사의 술을 마시고 싶다. 매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덕에 좋은 한국이 망하지 않고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