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et 프로젝트
인터넷은 본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것이었다. 아마도 최초로 소수의 사람들만 인터넷을 쓰던 시대에는 어느 정도 그랬을 것이다. 여기저기에 있는 게시판은 새로운 소통의 창구였고 무료로 참가자들을 위해서 모임의 장소를 제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사이버 공간은 너무 복잡해 졌고 따라서 그 안에서 어떤 틀에 따르지 않으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같은 검색 서비스다. 인터넷위의 정보가 말도 안되게 많아지자 구글을 통과하지 않고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포털이 나왔고 그리고 또 여러가지 아마존이나 카카오톡같은 플랫폼이나왔다.
그런 플랫폼들은 편리하게 정보를 검색하고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물건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중앙이 있는 플랫폼이고 따라서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댓가를 치르게 된다. 관계와 정보의 주도권을 플랫폼에게 내어준 결과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세상과 연결되기 어려워졌고, 연결에는 돈을 지불하게 되었다. 플랫폼이 요구하는 억압과 댓가가 커지면 커질 수록 사람들은 플랫폼의 시대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그 대안이 없다는 생각에 체념하면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AI가 쉽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주는 시대가 오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AI는 소통의 의미와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다. 플랫폼이 제공해주는 것의 상당부분은 사실 자금과 인력을 투자하여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자본이 어떤 프로그램을 돈을 들여서 개발하고 그걸 모두가 쓰게 한다. 개인이 그걸 개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런 플랫폼을 쓰게 되는 것이 플랫폼 비지니스의 핵심적 큰 부분이다. 그런데 AI가 코딩을 해주는 시대에는 이런 상황이 흔들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은 아직 좀 낯설지만 비지니스 세계 사람들은 많이 쓰는 zapier, MAKE, n8n 같은 자동화툴은 결국 내가 집에서 원하는 일을 전부 프로그램을 짜서 할 수 있다면 필요가 없다.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돈과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그런 서비스를 쓰는 것이다. 나에게 특정인에게서 이메일이 올 때마다 알림을 보낸다는 식의 일이 있다고 해보자. 이런 걸 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간단히 짤 수 있다면 그냥 집에서 그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더 빠르고 좋다. 그런데 아직은 좀 이르긴 하지만 요즘은 AI에게 그런 프로그램을 짜달라고 하면 간단히 짜주는 시대가 되었다. 나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짤 수 있고 짜면 무료로 계속 쓸 수 있는데 왜 zapier같은 플랫폼에게 종속되어야 할까? 그러니까 당장 모든 플랫폼이 무의미한 시대가 온 것은 아니라고 해도 경향으로 보면 플랫폼들이 도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개발자들은 점점 더 코딩에서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나이든 시니어 개발자들은 이제 젊었을 때처럼 일할 수 없지만 AI의 도움을 받으면 상황이 다르다. 이런 경향은 개발자를 넘어서 일반인에게까지 이를 것이다. 모두가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해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일이 너무 쉬워지면 프로그래밍의 가치는 낮아질 것이다.
indieNet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AI를 통해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는 것을 추구한다. 즉 AI가 이미 뛰어나지만 앞으로는 더 발달할 것이고 AI의 사용료가 더욱 저렴해 질거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플랫폼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플랫폼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왜냐면 그때의 망은 단지 인간이 플랫폼들을 통해서 소통하는 망이 아니라 인간이 AI 에이전트의 뒤에 있고 AI 에이전트가 소통하는 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전은 꼭 지금보다 훨씬 좋은 슈퍼 AI를 요구하지 않는다.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질문은 어느 정도 무의미하다. 우리는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고 계산기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걸 이미 안다. 그리고 AI는 이미 많은 일에서 인간보다 빠르다. 그래서 AI 에이전트를 통해서 하는 소통은 마치 손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던 전화교환수의 시대에서 자동교환기의 시대로의 전환과 같다. 정보가 돌아다니는 양과 속도가 같을 수가 없다.
독립적인 망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indieNET 프로젝트는 3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통신 모듈이다. 이 부분은 우리의 스마트폰이건 우리의 PC건 우리의 AI가 일할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와 소통하게 되는가와 관련이 있다. 그 답은 그냥 인터넷이 아니다. 물론 완전히 p2p 연결이 대중화되는 날도 올 가능성이 크다. 관리와 설정이 어렵다는 문제도 그걸 AI에게 맡길 수 있다면 문제가 안될 것이다. 각자가 FTP 서버를 돌리면서 서로와 소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통신 모듈은 여러가지 소통 채널을 모두 다 쓸 수 있다. 그래서 가상의 p2p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메일, 문자, 메신저, 전화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 소통한다. 이메일만 해도 아주 여러가지다. 그러니까 그 많은 소통 채널을 한꺼번에 쓰면서 소통하고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 우리는 실질적으로는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gmail같은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 내 PC와 상대방의 PC가 이메일을 메시지로 바꿔주는 사용자 창을 가지면 우리는 그게 gmail인지 아닌지 모를 수 있다. 그러니까 내부적으로는 gmail과 텔레그램과 슬랙이라는 여러 통로를 통해서 소통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우리는 그냥 각자가 만든 새로운 메신저 프로그램을 쓰는 것처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이런걸 못했던 이유는 그걸 하기 위한 컴퓨터 코딩과 설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AI가 발달하면서 이 부분이 바뀌었다. 포털에서 광고를 보지 않고 싶으면 정보만 읽어오는 클롤링이란 걸 할 수 있다. 그걸 자동화를 하면 포털을 우회하게 된다. 그런 일이 AI의 발달로 점점 쉬워지고 있다. 물론 모두에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말했듯이 그럴 필요도 없다. 사과가 흔해지면 누구나 사과를 얻기 쉬워진다.
indieNET 프로젝트의 2번째 부분은 비지니스 부분이다. 앞에서 말한 각자가 만든 메신저 프로그램이란 이 부분에 속한다. 통신은 아랫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indieNet 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비지니스 창을 통해서 서로의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기본적으로는 지금의 메신저와 같다.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각자는 여러가지 비지니스를 개설할 수 있는데 그건 옛날의 홈페이지와 개념상으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우리가 일종의 좌판을 벌여놓고 물건이나 정보나 서비스를 나열하면 사람들이 와서 그걸 보고 사업을 할 수 있다. 빵을 늘어놓으면 빵을 사가는 것이다.
indieNet은 세번째 부분이 없으면 그냥 지인들의 작은 연결망에 지나지 않는다. 세번째 부분은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메시지가 들어와서 그것이 우리가 열어 놓은 비지니스에 대한 것이면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해서 필요한 답을 자동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나눔 비지니스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나눔 비지니스의 데이터 베이스에 자전거, 빵, 신발등 나눌 수 있는 물건을 올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가 나눔하는 아이템 중에 신발이 있냐는 메시지를 보내면 AI 에이전트는 데이터 베이스에 기반해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으로 비지니스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건 공유경제다. 누군가가 배달 서비스를 비지니스 목록에 올리면 내 AI가 부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배달앱 비지니스다. 하나의 통로로 만능의 소통이 이뤄진다. 전문화된 플랫폼을 우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이 천사람 만사람이 아니므로 내가 아는 사람에게 모두 메시지를 보내서 대답을 듣는다고 해도 이것은 여전히 지금처럼 포털을 통과하는 검색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보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의 이웃이 나에게 뭔가를 요구했을 때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내 이웃에게 다시 찾아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인맥은 서로 연결될수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6단계니 7단계만 거치면 모든 사람들이 연결된다는 말이 옳다면 이 정보협력의 체인은 중앙에 데이터 베이스를 가지고 검색하는 지금의 정보검색과는 다른 방식으로 괜찮은 정보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용자가 나는 우산을 사고 싶다고 하면 그럴만한 사람에게 내 AI 에이전트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그 메시지를 받은 이웃들의 AI 에이전트는 자신의 비지니스 아이템중에 우산이 없으면 자기 이웃의 비지니스에서 우산을 찾아서 자동답변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왜 해줄까? 그건 수수료 시스템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래야 나도 서비스를 받기 때문이다. 내가 내이웃을 도와야 내이웃도 나를 도울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은 기꺼이 무료로 서로를 도울 것이다. 맛있는 쭈구미집을 찾는다는데 가까운 사람들끼리 돈받고 대답해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실질적으로는 그냥 내 데이터 베이스를 보고 AI가 대답해 주는 거라서 별로 힘들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indieNet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자기 정보를 자기 PC에 가진다. 그래서 자기 정보를 지키려는 시대에 맞다. 이것은 누군가가 모든 사람들이 파는 것을 다 모아서 전체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고 그걸 검색해서 결과를 내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실 세상은 지금도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전 전통적인 플랫폼은 가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것은 플랫폼을 우회하는 것이다. 결국은 그 비슷한 것이 또 생길 수 있지만 그것은 적어도 지금의 플랫폼과는 꽤 다를 것이다. 이건 내가 중고차를 구하는데 아버지의 동창이 아는 사람이 중고차를 판다더라는 추천을 받는 것과 같다. 우리는 신뢰의 망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그것에 기반해서 그 정보들을 평가하고 그중에서 좋은 답을 구할것이다.
이것들은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구현가능하다. 우리는 통신모듈, 비지니스 관리모듈, AI 에이전트 모듈을 만들어 달라고 AI에게 부탁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각각의 모듈을 작성해서 서로에게 나눠주고 서로 소통하는 것이 될테지만 사실 개념만 알고 AI를 쓸 수 있으면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해서 쓸 수도 있다. 즉 내 비지니스 모듈이 남의 비지니스 모듈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다만 소통에 있어서 약간의 표준적 프로토콜만 있으면 될 것이다.
물론 실제로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공감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젝트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공감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여러 사람이 노력한다면 뭐가 되든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어디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것은 플랫폼에게 속박당하지 않는 독립적인 세상이다. 이제까지의 설명때문에 이 비전에 기술자들만 참여할 수 있을 것같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정보이고 혜택이다. 서로 도우면 누구나 인디넷에 참여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한다. 그리고 나면 창업이라는 것이 굉장히 간단해질 것이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내 열린 비지니스 문서에 적어두고 업데이트하면 된다. 그러면 인디넷이 그것들의 쓸모를 찾아줄 것이다. 내가 키워가고 관리하는 인맥과 평판이 나를 살게 해줄 것이다.
이것은 개인정보를 지키는 데 있어서 훨씬 유리한 방법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정보는 내 PC 안에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모든 정보를 다루면 다룰 수록 개인은 위험하고 불리해 진다. 기술의 발전이 그리로 흐르는 것을 우리는 막아야 한다. 인디넷은 정보가 내 PC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걸 잘 지킨다. 왜냐면 이건 인간의 망인 동시에 AI 에이전트의 망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정보만 공개한다. 이건 법인의 개념과 비슷하다. 삼성이나 현대의 소유주는 따로 있지만 그리고 주식회사의 정보는 널리 공개되지만 그 소유주의 개인정보는 보호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의 망은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망이 아니다. 내 이웃이 치킨집일 때 그것은 하나의 회사다. 한 가족이 하나의 연락처로 사업을 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서로 다른 계정으로 하나 이상의 노드를 정보망에서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하나의 정보노드가 가지는 정보가 곧 그 소유주의 모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디망은 정보의 공유면서 그 노드의 뒤에 있는 사람의 모든 것을 공유하지 않고 지키는 망이다.
나는 요즘 클로드의 MCP로 이걸 구현하면서 인디넷의 개념을 다듬고 있다. 이게 얼마나 새롭고 좋은 생각일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AI를 쓰는 제대로 된 방법이고 사람들을 돕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어서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이 AI의 주된 용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AI의 주된 용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인간들의 협력과 소통이다. 그것에 AI가 종사할 때 AI는 진정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고 인간을 위한 의미있는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