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로부터의 편지 1.
이스라엘 하면 뭐가 가장 먼저 생각나세요?
유대 민족? 예수님 고향?
예루살렘에 관한 사진을 어디선가 보신 분이라면 황금빛 지붕을 가진 바위의 돔이라고 답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만 몇 가지 들어도 이스라엘이 가진 특수성과 모순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예수님이 태어나고 돌아가신 곳이지만 지금은 유대 교가 국교인 나라인데다 이슬람 교의 사원인 바위의 돔이 예루살렘의 상징이 되고 있으니 정말 모순투성이지요.
그러나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뿐이죠.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지난 여름까지뿐이었어요.
9월부터 히브리 대학의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남편 덕에 꿈에서도 생각지 않았던 이 머나먼 나라 이스라엘이 저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언제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고 여름 내내 비 한 방울 안 온다는 사막의 땅인지라 오기 싫어서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엄살을 피우기도 했어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때로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사람 사는 세상 뭐 중뿔 난 게 있으랴. 돌이 채 안 된 어린 딸을 들쳐업고 어영차 장장 20시간이라는 긴 비행 끝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이스라엘에 도착했습니다.
동양 속의 서양. 이스라엘의 대한 저의 첫 느낌은 그것이었습니다. 아시아의 한 부분이면서도 나라의 주인들은 파란 눈에 하얀 피부를 가진 서양인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수천 년 동안 세계 각지를 떠돌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다시 모여든 유대 민족은 그 긴 세월 덕분에 외모도 어딘지 변해 있었나 봅니다. 나라가 세워질 무렵에 영국의 신탁 통치를 받은 덕분인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할 줄 아는 것 같으니 굉장하지요.
아, 이 곳의 공용 언어는 히브리 어입니다. 아멘, 할렐루야, 샬롬, 이런 말들이 모두 히브리어예요. 알고 보면 여러분도 히브리 어를 꽤 많이 알고 계시는 셈이지요. 저는 히브리 어의 역사를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유대 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동안 히브리 어는 죽은 언어가 되어 버렸었는데요, 20세기 초에 엘리에젤 벤예후다라는 학자가 성경을 중심으로 되살려 냈다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 유대 인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히브리 어를 전혀 몰랐던 거지요. 죽은 언어를 되살려 내고 이를 온전히 체화시켜 현대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민족애가 정말 놀랍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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