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에서 본 지역사회와 교육

by 격암(강국진) 2010. 2. 17.

여기 10만원이 있다. 이 돈을 단숨에 20만원으로 만드는 마법이 있다면 누구나 원하지 않을까? 자 그럼 이 마법을 공개해 보자. 일단 여러명이 모여서 10만원씩을 낸다. 그리고 10만원에 해당하는 교환권을 받는다. 이 교환권은 회원들간에 돈처럼 쓸수 있는 것으로 이 교환권을 내면 머리를 깍거나 음식을 먹거나 청소를 하거나 집을 고칠수도 있다. 돈이나 마찬가지다. 10만원을 냈지만 10만원짜리 교환권이 있으니 현재 내수중엔 10만원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앙에 모인 돈들은 그럼 뭘할까. 하는 일이 없다. 그러니 다시 회원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하자. 이제 내수중엔 10만원짜리 교환권한장과 10만원의 돈이 있다. 돈이 두배가 되었다. 마법은 완성되었다. 


이 마법을 가지고 사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 마법이 현실에서 이미 통용되는 마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이 마법의 진짜 의미를 바로 알아차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마법이 말하는 것은 결국 돈이란 신용이고 신뢰라는 것이다. 신뢰가 곧 돈이다. 


사실 신뢰가 먼저고 돈이 나중이다. 세상일을 돈을 기준으로만 보면 뻔한 사실을 우리는 잊게 된다. 여기 두사람의 사이나쁜 실직자로 된 나라가 있고 사이좋은 한 실직자 부부로된 나라가 있다고 하자. 둘다 실직자 밖에 없으니 국민생산은 0일지 모른다. 그러나 부부로 된 나라는 서로 돕고 살기 때문에 살기가 좋고 실질적으로 신뢰와 사랑이라는 화폐가 통용된다. 단순히 살기좋은 나라를 세상의 화폐기준으로 따지기 어려운 이유다. 서로 돕고 사는 부부는 서로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사실상 서로 돕기 때문에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웃집과 사이가 좋아서 그집이 짐을 날라야 할 때 도와주고 우리집이 문이 부서졌을 때 그집이 도와준다면 돈이 오고 간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래가 일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는 이웃이 돈을 주고 짐을 나르고 내가 돈을 내고 문을 고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을 기반으로한 서로 돕기는 국민총생산 같은 통계에 잡히지 않을 뿐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국민들이 서로 돕고 사는 나라가 진짜 부자나라라는 생각을 금방 납득할수 있다. 너무 뻔한 것이지만 돈이라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뻔한 걸 잊어버린다. 돈이라는 발명품에 너무 집중을 하면 돈으로 따져서는 부자가 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난해 지는 일도 발생할수 있다. 가족간에 믿음이 있고 이웃이 서로 믿고 도우며 지역사회가 공동체의식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지만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돈을 벌겠다면서 그런 신뢰들을 버리고 파괴했을 때 돈을 열심히 벌었는데도 왠지 살기가 어려워 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에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야단이다. 아이들은 밤늦게 까지 학교 공부에 대한 학원이며 미술, 영어회화 학원을 몇 개나 다니고 있으며 부모들은 그래도 뭔가가 미진한데 더 많은 것을 시키기에는 돈이 부족하다고 한다. 더더 비싸다는 용한 학원은 끝없이 있다. 사립초등학교나 유치원은 엄청나게 비싼 돈이 든다. 다른 아이들은 못가는 그런 곳에 내 자식만 보내고 싶다. 


외국사회를 겪어보니 나는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지역사회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느꼈다. 다른 것들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화목한 지역사회를 가지는 것이 사교육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물론 제대로된 교육을 시키는 올바른 길이기도 하다. 


한번은 한국에서 매우 비싸다는 사립초등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영어를 공부하고 합창회를 하거나 연극공연을 하는등 뉴욕의 학교를 연상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고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한국이라는 사회안에 섬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섬의 안과 밖이 전혀 다르다면 그건 한국사람모두 혹은 그 동네사람모두가 서로 도와 좋은 교육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담을 쌓고 돈을 써서 우리 아이만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노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돈도 돈이지만 그런 문화적 섬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정말 좋은 교육이 되는 것일까? 담장치고 자기돈으로 지하철깔고 자기들만 쓰겠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서울과 똑 같은 교육을 시키겠다면서 지방 섬마을의 아이들 몇명만 특별한 학원에 다니면서 이것이 서울말씨고 저것이 서울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이며 이것이 서울학생들이 입는 교복이라면서 남다른 교육을 받는다고 하자. 그런 교육이 주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란 섬마을은 후진곳이고 서울이 무조건 옳은 것이니 서울 것을 최대한 흉내내라는 것이다. 우리 섬마을에 애정 가질 필요없고 서울사람이 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 되고 만다. 이게 올바른 교육인가. 


아이들은 지식은 얻을지 모르지만 가치관적 혼란이 있기 쉽다. 당장은 그게 큰 문제가 아닌 것같지만 그건 사실 굉장히 위험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적 섬 같은 특수한 학교란 결국 한국인도 아니고 뉴욕사람도 아닌 짝퉁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국 교육의 껍데기가 있다고 한들 그게 미국식 합리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남을 흉내내라는게 미국 교육의 정신이던가? 남다르게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라는게 미국 사회의 교육 아니던가? 그런 교육은 한국문화는 미국문화보다 열등하며 미국인을 흉내내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는거 아닐까? 미국에서 학교를 보내면 한국학생에게 미국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하지 않는다. 한복을 입고 가면 참으로 멋지고 색다르다면서 칭찬해준다. 미국을 흉내내는게 미국의 교육이 아니다. 


어른들은 매일 말도 안하거나 싸우기만 하면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인물이 되라고 하면 그렇게 클리가 없다. 아이에게 너는 범죄자의 자식이며 아둔하고 흉폭한 부모에게 태어났으니 멋진 옆집 어른들을 최대한 보고 배우라고 말하면 그 아이는 기본적 자신감을 잃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외국을 보고 배우라는 말만한다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게다가 문화적 정체성 혼란은 매우 나쁜 것이다. 


일본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와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입시학원다니느라 바쁘고 외국식으로 가르쳐보겠다고 하는 학부형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을 고려해도 지역사회가 서로 돕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나는 크게 받는다. 그게 아이들의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들은 동네 문화회관에서 하는 합창단에 다닌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것이지만 시청이며 문화회관 등지에서 발표회도 자주 가진다. 경호는 합창단이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발표하는 재미가 들렸는지 이젠 제법 노래를 잘한다고 학교에서 통지문이 왔다. 


우리 아이들이 가끔 참여하는 곳에는 세계문화 체험 행사라는 것이 있다. 동네의 엄마들이 스스로 모여서 외국인을 초대하여 브라질의 춤을 배운다던가 영국의 샌드위치 만들기를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세계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우린 외국인이므로 한국의 날 행사를 한적도 있다. 우리가족은 윷놀이와 제기차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한국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지난번에는 동네의 작은 공원에서 하는 놀이행사에 참여했다. 동네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이따금씩 공원에 밧줄로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아이들이 놀게해주는 행사다. 커다란 캠프 파이어를 만들고 감자를 구워서 나눠주기도 했다. 이것도 입장료없는 역시 공짜 자원몽사 프로그램이다. 


이런 것들은 끝없이 많은 목록의 시작에 불과하다. 흐르는 국수를 받아먹는 행사를 할때도 있다. 도서관에서는 여러가지 책에 관련된 행사를 한다.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아동센터가 시마다 있는데 거기서도 행사를 한다. 


제일 큰 행사는 철마다 하는 마쯔리 하나비 하나미 행사다. 일본에는 언제나 마쯔리가 있다고 할정도로 일본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마쯔리 혹은 축제를 한다. 이 것들은 아이들만을 위한 행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하나미는 꽃구경을 말한다. 철이 되면 동네마다 있는 꽃이있는 장소에는 일찍부터 자리가 깔린다. 그리고 거기서 먹고 마신다. 일본은 벗꽃길이 없는 동네가 없다. 이 철이 되면 회사차원에서 꽃구경을 갈때도 있는데 그럼 좋은 자리를 공원에 차지하기 위해 아침부터 회사출근을 포기하고 자리를 차지해서 버티기도 한다고 한다. 


마쯔리는 축제라고 말할수 있고 하나비는 불꽃놀이로 여름철 마쯔리중의 한 종류다. 마쯔리는 대개 먹을 것을 파는 가판대가 죽 늘어서고 중앙무대가 있어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마쯔리에서는 아이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발표의 시간을 가지거나 벼룩시장을 열어 아이들이 직접 자기 물건을 사고 팔기도 한다. 당연히 일본 사람이 하는 일이니 행사는 아주 일찍부터 꼼꼼히 준비에 들어간다. 이러니 행사와 행사준비로 한해는 금방 가고 만다는 느낌이다. 


마쯔리는 젊은 아가씨들이 가벼운 전통옷차림인 유카타를 입은 모습을 뽐내기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번은 마쯔리에서 한무리의 유카타를 입은 여학생들을 본 일이 있었다. 고등학생쯤 되어보였다. 그 학생들은 주변을 연신 두리번 거리며 이것저것 먹을 것이며 놀이등을 구경하고 있었고 옷차림은 매우 아름답고 귀여워 보였다. 나의 시선을 특히 끌었던 장면은 그들이 젊은 남학생들을 만났을때의 일이다. 아마도 한 학교출신인듯 서로 아는 척을 하더니 서로 부끄럽다는 듯 말을 더듬는다. 분명히 그 여학생들을 보고 다가와 놓고는 우연히 만난것처럼 놀란듯이 인사를 한다. 곧 헤어지고 난뒤에 여학생 얼굴을 보니 온통 붉은 색이다. 여학생들이 뭐라고 서로 말하면서 깔깔거린다. 귀여운 어린 남녀들의 대화가 그날 마쯔리 구경의 최고 구경거리였다. 그 신사마쯔리의 탈춤보다도 그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았다. 교육적 효과도 효과지만 아이들에게도 추억을 만들며 클수 있게 해주는 나라가 좋은 나라 아닐까. 


동네의 크고 작은 마쯔리에 가보면 정말 별거 아닌 마쯔리도 있다. 동네사람들이 나름대로 라면박스 같은 걸 잘라서 게임도구를 만들고 볶음국수며 삶은 감자, 카레밥 같은 몇가지 음식을 팔뿐이다. 마쯔리라고 하지만 보통 학교운동장의 절반이나 혹은 4분의 일정도나 될까 싶은 곳에서 먹고 마시는 것뿐이다. 대부분의 물품들이 손으로 만든 것들이므로 별거아니라고 해도 그걸 준비하려고 굉장한 시간과 노력과 돈을 소비했을것이다. 어쩌면 하루 와서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허무할수도 있다. 게다가 동네에 다른 크고 멋진 마쯔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걸 해마다한다.  그것은 물론 그 자체가 훌룡한 교육의 일부다. 


이런 것이 교육의 전부가 될수는 물론 없다. 그리고 물론 선진국은 돈이 많아서 교육여건이 좋은거라고 말할수도 있으며 입시공부에 바뻐서 이런 것과 무관하게 지내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전부가 아니다. 이런 일본현실의 배후에는 마을을 우리 마을로 알고 꽃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이 있고 매해마다 철마다 달마다 행사를 진행하는데 참여하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 이라는 애착이 있고 우리 마을의 아이들이라는 공동체의식이 있어야 행할 수있는 것이다.?어른들이 모여서 함께 아이들을 위해, 지역민들을 위해 뭔가를 하자는 참여정신이 없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여러가지 행사를 통해 일본의 아이들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부모와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정도 물론 휴가를 떠나고 유원지 같은 곳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다양한 지역행사가 아이가 부모와 지역 사람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경제불황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일이 있다고 하자. 나는 그래도 일본 같은 사회는 더 잘 버틸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돈으로 잡히지 않는 사회적 융화 때문이다. 사실 사람은 아무리 가난해도 나름대로 살수 있으며 심지어 행복하게도 살수 있다. 일본인들은 부자다.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융화라는 주머니안에 따로 저축을 많이 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 일본 미국 이스라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가 쓴 이스라엘 6-7 + 1  (0) 2010.02.18
일본의 집, 한국의 집  (0) 2010.02.18
아내가 쓴 이스라엘 3-5  (0) 2010.02.17
아내가 쓴 이스라엘 2  (0) 2010.02.16
아내가 쓴 이스라엘 1  (0) 2010.02.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