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한국의 온돌문화

by 격암(강국진) 2011. 11. 22.

2011.11.22

이제 슬슬 날씨가 본격적인 겨울날씨가 되어간다. 찬기운이 바람에 섞여드니 한국에 있을 때 뜨듯한 온돌방에 이불덮고 누워서 책보고 군것질하던 때가 생각난다. 사실 온돌에 등을 지지고 있으면 그게 천국이 아닐까 싶게 좋은 기분이 든다. 이런 온돌문화는 이제 한국에서 서양식의 생활이 많이 도입되면서 바뀌기도 했지만 사실 한국에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한국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많은 차이를 만들었다. 

 

어릴때는 티비를 보다가 서양사람들이 방안에서 신발을 신고 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침대에도 신발신고 들어눕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올때 기겁을 했었다. 우리식으로 하면 안방에 신발신고 들어가 이불속에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렇다. 그런데 외국 생활을 좀 해보니까 이상하다면 이상한 건 한국이고 외국의 전통문화는 어느 정도 어디나 그렇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집안과 집바깥이 우리나라처럼 확고하게 구분되는 나라가 오히려 없다. 

 

그 이유가 바로 난방시스템때문인데 온돌이 없는 외국의 난방이란 결국 집안에다가 직접 모닥불이건 석탄불이건 불을 지피는 난방이기 때문이다. 방안에서 불을 지피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그중 하나는 당연히 불꽃이 방안의 산소를 급속도로 소모시키기 때문에 춥다고 집을 폐쇄시키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집을 따뜻하게 만들자고 피우는 게 모닥불인데 찬바람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방안에 불을 두는 난방시스템의 엉성함은 또다른데도 있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내려오는 것이 대류이기 때문에 가장 뜨거운 공기는 천장으로 올라가서 빠져나갈 뿐이다. 결국 빛이 닿는 불꽃 주위만 어느정도 따뜻할 뿐 집안은 무척 춥다. 게다가 날마다 집안에서 불을 때는데 그 집안이 깨끗할 리가 있겠는가. 유럽의 과거집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베르사이유 궁전의 내부같은 깨끗한 모습이 아니고 무슨 탄광촌의 갱도 안같은 더럽고 시커먼 그으름이 가득한 곳이었다. 날마다 불을 때고 해마다 그런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되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럼 멋진 궁전의 깨끗한 모습은 뭘까. 실제로 그 멋진 궁전은 난방이 없고 실내가 매우 매우 추워서 지내기 나쁜 곳이었다고 하니, 우리는 그림의 한 쪽편만 본셈이 아닐까.

 

이러니까 우리나라처럼 집안과 바깥이 확고하게 구분되어 집안에서라면 입는 옷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상식이 아닌 것이다. 이것은 유럽은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전통가옥은 바닥이 다다미라는 짚으로 만든 깔개가 깔려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춥기는 마찬가지다. 집한가운데에 모닥불을 켜고 거기서 요리를 해먹는다. 부엌이 집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 

 

현대에서도 그런 전통문화의 영향은 남아있다. 일본에서 처음 겨울을 날 때 우리가족은 마치 반세기전의 불쌍한 시대로 시대를 거슬러올라간듯한 느낌이 들었다. 겨울이 오면 일본의 슈퍼에서는 온수통을 판다. 그러니까 자기전에 뜨거운 물을 끌여서 온수통에 넣어두고 그걸 보자기로 싸서 이불속이나 침대속에 넣어두면 잠자리가 데워진다는, 우리가 일본에 오기전에는 무슨 2차세계대전 때나 있었다고 상상했던, 그런 것들이 아직도 일본에서는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 파는 것에는 겨울에 실내에서 입는 옷도 있는데 이 옷이라는게 말로만 실내용일뿐 그 두께가 엄동설한에 바깥에서 입는 외투와 다를게 없다. 거기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심지어 모자까지 달린 것을 사용하거나 담요를 몸에 칭칭 감고 사는 것이 일본사람들의 겨울 생활인것이다. 

 

그럼 일본은 난방장치를 하지 않는가. 그렇지는 않다. 일본 가정집의 난방장치에는 뜨거운 온풍기가 대표적이고 전기 히터나 석유히터 가스히터 그리고 전기 담뇨따위가 보통이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주유소에서 등유를 사다가 집안에서 불을 때는 사람이 많다. 어찌보면 추억의 장면이랄까. 가스히터가 물론 훨씬 더 편리하지만 한국만큼 도시가스가 어디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스가 되는 곳은 가스선을 집안 곳곳까지 끌어서 벽에서 가스가 나오는 구멍을 만들어 두었다. 그 구멍에 가스히터를 연결하면 난방용 가스히터를 켤 수가 있다. 

 

그런데 석유히터나 가스히터는 결국 모습만 현대적이고 편리할뿐 방안에 직접 불을 땐다는 점에서 옛날의 난방과 다를 것이 없다. 한국의 온돌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가스 히터불을 방안에서 틀면 기분도 나빠지고 냄새도 난다. 결국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질식할 판이다. 그런데 추운 겨울에 문을 열면 다시 춥다. 이론적으로는 전기히터는 그렇지 않아야 하지만 전기히터도 냄새가 난다. 민감한 사람은 그래서 괴롭다. 온풍기에서 나오는 바람도 결국 집안에 바람이 슁슁 부는 거니까 청소를 자주하지 않으면 먼지바람을 들이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서양도 마찬가지다. 맨하탄 아파트에서 온풍기틀고 겨울을 날 때면 나는 그 먼지섞인 공기와 소음이 싫었다. 온돌이 그리웠다. 

 

결국 일본의 겨울이란 보통 뜨거운 물로 매일같이 목욕을 해서 몸을 데우고 거기다가 이런 저런 옷이며 담요를 칭칭 감아서 참고 지내는 것이다. 한번은 우리 부모님이 겨울에 우리 집을 방문하시고 돌아간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다시는 일본에 겨울에 안오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겨울만 되면 일본에 사는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신다. 당신들은 훨씬 에너지 효율이 좋은 집에서 가벼운 옷을 입고 사시는데 우리는 덜덜 떨면서 산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집과 일본의 집은 온돌이 있다 없다의 차이도 있지만 단열이 크게 다른 것같다. 한국의 집은 그 구조를 보면 거실이나 방이외에 폐쇄된 베란다 공간이라는 것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면 벽이 두껍게 단열되어 있거나 말이다. 그런데 폐쇄된 베란다 공간이라는 것은 문을 닿으면 공기층으로 단열을 하는 것이다. 

 

물론 경우마다 다 다를 것이나 일본의 주택전시장같은 곳을 둘러봐도 그런 느낌이 든다. 단열에 대해 그렇게 까지 신경쓰지 않은 느낌이다. 그결과 한국에서 30평하는 아파트와 일본의 30평아파트는 비교가 안되게 공간적 차이가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일단 일본에서는 평수라고 하면 실평수다. 우리나라처럼 공용면적까지 포함시켜서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베란다공간같은 것을 많이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베란다를 터서 집을 넓히는 집이 많지만 일본집은 본래가 그렇다. 그러니까 일본집이 훨씬 더 넓게 보이고 실제로도 넓은 것이다. 그 결과 일본집은 예쁘고 근사하며 공간활용을 잘한 집이 되기도 하지만 겨울에 대처하는 점에 있어서는 한국에 훨씬 뒤쳐져서 비실용적인데가 있다.

 

한국의 온돌문화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다. 굳이 단점이 있다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어 건강에 안좋은 면이 있는 것같기는 하다. 겨울에 한국에 가면 나는 유달리 바닥을 뒹굴게 되는데 주로 의자에 앉는 생활을 하는 일본이나 서양생활에 비하면 아무래도 그렇다. 그결과 한주일정도 그렇게 보내고 나면 뭔가 운동부족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것이 진정한 단점일 수야 있겠는가. 

 

한국도 이젠 소파며 침대며 서양식 도구들을 들여와 생활도 변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그런 것들이 아직은 제대로 융합된 느낌이 아니다. 모처럼 따뜻하고 깨끗한 바닥을 가진 우리가 왜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 발전한 도구를 그대로 써야 할까. 다리가 없는 앉은 뱅이 의자나 푸통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두꺼운 이불들을 보면서 한국과 서양문화의 보다 조화로운 융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황토방에서 묶었던 일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뜨뜻한 바닥이며 벽에서 나는 냄새가 아주 달콤한 잠을 자게 해주었다. 촌스러운 것같지만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그런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가장 내실있는 주거문화를 가진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생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