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공원에서 아톰이라는 지역화폐를 나눠준적이 있고 여기저기의 동네가게에서 지역화폐를 쓰고 있다는 사실, 나는 사실 잘 몰랐다 그러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런 걸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동네에서 지역화폐라는게 그렇게 까지 활성화된것같지는 않지만 지역화폐라는게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역화폐는 마이클 린던이 1983년에 렛츠라는 지역화폐를 만들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찾아보니 지역화폐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잘 정리해 놓은 글도 있었다 (http://blog.naver.com/saranmul/20131779719).
개념적으로만 보았을때 지역화폐는 반드시 물리적 거리로 말하는 지역사회와 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수년전에 인터넷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내부화폐를 활용하는 조직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지금은 별로 인기가 없지만 한때 인터넷 사이버머니 린든의 활용으로 화제가 되었던 세컨드라이프는 그 주도자인 필립 로즈데일을 타임즈선정 영향력있는 100인에 들게도 할 정도였으며 미래를 바꿀 기술로 말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지역화폐는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예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한밭레츠라는 지역화폐가 580여가구정도를 회원으로 해서 작동하고 있다는 정도 인것 같다.
지역화폐같은게 왜 희망일 수 있을까.
지역화폐를 말할때 그 장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중앙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고 그 화폐를 쓰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해서 일종의 경제적 자립적 주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화폐가 가지는 의미 중의 하나는 분명히 경제적 벽을 쌓는 것이다. 이것은 그 철학상 반자유화적이다. 같은 화폐가 유통되는 거대한 경제 지역안에다가 선을 그어서 돈이 국지적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유시장이 발달을 가져온다는 자유주의철학과 반대될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커져만 오던 경제 단위의 통합 추세와 반대되는 것이라고 할수 있기 때문에 철학적으로든 현실적 증거에 의해서든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법하다. 해서도 안되고 될리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를 지금 보면 세계가 온통 경제적 파국의 징조로 흔들리고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위치를 잃는다고 할만큼 달러를 펑펑 찍어내고 있고 유로존의 붕괴는 기정사실이라고 말하는 기사들이 터져나온다. 일본에 사는 나는 한국에 혹시 전쟁이 난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던 적이 있다. 노무현때 100엔이 800원 미만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500을 넘는가 그 밑인가 하는 수준에 있으니 엔화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부는 거의 반 적어도 3분의 1이 날아가 버린것이다. 환률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아이엠에프가 터졌던 것이며 사실 실질적으로도 그랬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변명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마디로 거대질서가 모든 사람들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켜줄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작은 질서 즉 지역화폐나 작은 공동체에 덜 신경써도 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때 우리는 그렇게 할수 없다. 그리고 요즘 세계는 거대화된 경제주체들이 그 비효율성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공동체의 소중함이 크게 높아지는 것을 보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 불황이 닥친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같은 형태로 돈이 휴지가 되는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보통 쓰는 화폐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 다시 말하면 우리가 보통 쓰는 화폐를 통해서 유통되는 신용, 신뢰가 망가져서 거래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럴때 우리는 친구와 가족에게 의존하게 될것이다. 친구와 가족사이에는 지역화폐같은 것이 없어도 정이라는 신용과 신뢰가 있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도와서 우리의 삶의 질을 어느정도 유지할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보통 사회적 융합이 매우 강한 나라로 말해진다. 실제로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나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일본사회가 가지는 문제점은 끝없이 많지만 만약 세계적 경제난이 닥쳐서 각국의 명목 수입이 엄청나게 바뀐다면 일본은 그나마 삶의 질을 상당수준 유지하는 나라가 될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공동체를 유지하고 지키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문제에 덜파국적 피해를 입을 것같다. 한국은 어떤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이엠에프를 극복하려고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것을 보면 한국인의 힘을 무시할수 없어보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 희망과 용기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사회에 팽배한 불신의 힘은 때로 무서워보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절감하게 될것이다. 지역화폐를 논하는 글에서 말하는건 우습지만 돈이 다가 아니다. 핵심은 신용과 공동체정신이다. 그리고 가치는 반드시 우리가 돈으로 말하는 것에만 축적되는게 아니다. 가족제도가 붕괴하면 노인들의 문제는 온전히 돈의 문제가 된다. 젊은이들의 교육도 상당부분 자기가 짊어져야 할 문제가 된다. 그럼 총량적 경제규모하에서, 복지의 측면에서 수치로 보면 뭐가 좋아지는 것같아도 실질적으로는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는 나라가 될것이다. 가족간의 정이나 효라는 지역화폐가 파산상태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저 우리가 통상 돈으로 부르는 그것만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세상때문이다.
지역화폐는 적당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이런 현실을 개선할 좋은 도구가 될수 있을 것이다.
지역화폐는 왜 실패하는가
세컨드라이프의 사이버머니 린든이 아주 좋은 예지만 지역화폐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것의 기반이 공동체와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면 결국 모든 화폐는 실패하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심지어 작금의 세계적 경제난도 자유시장이 우리가 알지못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하면서 어느새 공동체와 인간이라는 사실을 너무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화폐는 공동체를 지켜주는 힘을 보태주지만 거꾸로 말하면 공동체가 없는 돈이란 의미가 없다. 그리고 공동체는 탐욕에 기반해서 만들어 질수 없다. 즉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면 공동체의 일원들이 모두 잘먹고 잘살게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잘먹고 잘살자는 목표로만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유지되기는 힘든다는 것이다. 한무더기의 이기주의자들이 모여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행복한 공동체가 만들어 질리가 없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그 회원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준다라는 식의 견해만 가지고 출발할때 그것은 고작해야 마치 피라미드사업처럼 확 불타올라서 커졌다가 무수한 피해자만 남기고 사라져버릴것이다. 돌아보면 세컨드라이프의 린든머니 열풍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사이버머니를 크게 벌어 부자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나타나자 너도나도 세컨드라이프에 진출했다. 지금 불길이 꺼진후 그걸 돌아보면 결국 먼저 들어가서 이익을 취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 헛된 꿈에 뛰어들어 시간과 돈을 낭비한 것이 된것이다. 이게 피라미드사업이 아니면 뭘까.
또한 대책없이 탐욕에 차서 움직이는 거대 경제 규모 안에서 경제적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자 지역화폐를 만든다면서 그안에 그 공동체의 건강함을 지켜줄만한 가치가 없다면 애초에 그런걸 만드는 의미자체가 없다.
앞에서도 약간 언급했지만 우리는 이미 지역화폐가 있다. 바로 정이나 가족애라는 지역화폐다. 그리고 이 지역화폐가 오늘날 상당히 많이 망가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부정할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건전한 지역사회, 건전한 가족을 지켜나갈 철학과 가치가 망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 친구고 가족이고 믿을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경우가 많아서다. 사실 도박에 중독된 가족이 생기면 아무리 혈육이라도 가족으로 줘야할 신용을 주기가 힘든다. 그런 한명의 가족이 온집안을 거지로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투기에 중독된 사람, 위험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온 일가친척의 돈을 다 쓸어다 붓는 사람, 세상에 참 많다. 그것뿐인가. 명품병에 걸리고 고액 사교육비를 들이는 병에 걸려서 그것을 서로 서로 전염시키는 사람도 많다. 전통적 대가족에는 가장이라는 중앙은행이 있다. 가장이 말하자면 니가 이번에 희생하면 다음번에 보답을 받을 것라는 신용을 담보해주고 가치판단의 일관성이 유지될거라는 다시말하면 게임의 법칙이 일정하게 유지될거라는 보장을 해준다. 그리고 요즘은 그런게 거의 붕괴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이런 저런 탐욕과 병들 때문이다. 탐욕에 미쳐날뛰는 사람이 많아지면 공동체는 붕괴한다.
나는 유교적 가부장제를 부활시키거나 옹호하는 글을 쓰는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지역화폐의 공동체는 이세상에 많이 있으며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 뭐가 필요한가를 지적할 뿐이다.
아뭏튼 있던 공동체들도 이렇게 부서졌다. 그러니 새삼 이런 걸 쓰면 우리 모두 부자된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게 지역화폐의 전부라면 될리가 없다. 지역화폐는 우리 같이 서로 돕고 의지가 되어 아름답게 살아봅시다라는 게 아니면 안될것이다.
맺는말
지역화폐는 미국대학에서 교육도구로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위에서 링크걸어둔 글안에 나오는 말이다. 그걸 통해서 공동체를 지키거나 부자되지 못해도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만해도 충분히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한국이 아 저기는 참 인간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며 살수 있는 나라구나라는 느낌이 보다 강해진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눈이 벌개서 먹이감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만 가득한 나라가 있다면 그런 나라는 결코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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