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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한국차와 일본차

by 격암(강국진) 2012. 9. 3.

해마다 한두번 한국에 들어갈때마다 저희 가족은 열흘씩 일주일씩 자동차를 렌트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자동차가 이렇구나 하는 감상이 들고 일본차와 비교도 하게 되고 합니다. 물론 전문가적인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소비자중의 하나로써 그렇게 하는 것이죠. 이번 여름에도 그렇게 했는데요. 이번 여름에 차를 타보고 돌아오면서 느낀 것은 두가지입니다. 한국차가 좋아졌고 일본차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죠. 


5년에서 10년전에만 해도 일본차를 타면서 느끼던 것은 한국차는 차의 기본성능이 어쨌건간에 -기본성능이 좋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지만- 기본성능밖에는 없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차의 기본성능이 중요한 것은 말할것도 없기는 하지만 자동차에 세세하게 신경쓴 작은 것들이 큰 차이로 느껴지는 일이 많습니다. 자동차 시트를 접는 방식으로 차의 내부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수 있는가 하는 것에서 문이 열리는 각도, 동전이나 컵을 놓은 공간, 여러가지 내외장의 마무리 수준등이 차를 전혀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사람도 일본차의 세세한 작은 노력들에 감탄하는 것을 저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10년전에 말이죠. 


또 생활방식의 차이랄까요 그런것도 느낍니다. 일본차에 비하면 한국차는 세단이 확실한 대세였는데 그말은 안그래도 현대/기아 독점으로 모델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선택할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더더욱 좁았다는 말입니다. 


미국드라마에 나온 말이지만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스포츠카를 보러다니다가 SUV같은 패밀리카를 보러 다닌다고 하지요. 그 말은 차를 보면서 뭘 할것인가를 상상하는것에 따라 자연스레 어떤 차가 좋은가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당연한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10년전의 한국자동차시장을 보면 정말 자동차는 100% 다른 사람에게 나 잘나가는 사람이거든 하고 자랑하기 위해 있는게 아닐까 싶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지요. 폼내는 게 안중요하다면 예를 들어 패션은 뭐하러 있겠습니까. 하지만 수많은 가장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가정적인 차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를 말해주는 것도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타고 캠핑이나 피크닉을 갈때 편하고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은 보면 한국차에 지나치게 옵션이 많이 달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동차의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는 것이 전과 크게 다릅니다. 그리고 SUV 자동차같은 차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더군요. 설명은 여러가지로 할수 있지만 자동차나 여가생활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관점이 달라진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한국차가 좋아진 만큼 일본차가 발전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본차를 5년전쯤과 비교했을때 뭔가 턱하고 느껴지는 발전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아마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아닐까 싶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아직도 대세인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일본은 전자산업에서도 문제를 일으켰고 소니가 삼성에게 추월당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식이라면 일본 자동차 산업도 몰락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핵심에는 노령화되는 일본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은 한마디로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좀 부족해 보이는 것입니다. 그 원인에는 늙어버린 일본,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지 못하는 일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손정의같은 기업가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일본이 유신혁명이후의 일본과 크게 다른, 모든 것이 굳어진 모습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이미 기성세대가 모든 걸 다 차고 앉아서 남의 손발이나 되주는 것이지 희망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는 상황이랄까요. 그것이 일본전자산업이 가라앉는 이유이며 일본자동차가 정체되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몇년전만해도 돈좀 더들여서라도 한국에 돌아갈때는 일본차를 사가지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생각은 두가지 이유때문에 변했습니다. 첫째는 환률변화입니다. 사실 노무현 시대에 일본차를 사가지고 갔으면 지금의 60-70% 값으로 가져갈수 있었습니다. 환율이 한때 8백원밑으로 갈때도 있었으니까요. 두번째는 그간 한국차에 가졌던 불만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일본차가 정체되어 이제 일본차가 그리 좋아만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불안한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한국여행에서는 쉐보레차를 타보고 싶었습니다만 렌트카 회사문제로 다시 아반테를 탔습니다. 출고한지 1년밖에 안된 아반테는 예쁘고 편리한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1년된 차라고 생각하기에는 -렌트카라서 1년만에 3만킬로이상 타기는 했지만- 힘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포르테 신차를 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한국차는 시간에 따라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뭏튼 한국자동차 시장도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에 굳이 일본차를 사기지고 갈 필요는 없겠다는 쪽으로 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물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다를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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