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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분실된 핸드폰과 씁쓸한 경험

by 격암(강국진) 2017. 11. 21.

얼마전에는 전화기 때문에 씁쓸한 경험을 했다. 막내가 자전거를 타다가 가방을 길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가방에는 새로산 핸드폰이 들어 있었다. 우리 가족은 통학로를 따라서 여러번 수색을 했지만 가방을 찾을 수 없었다. 당연히 핸드폰에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더니 어느 순간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세지가 나왔다. 전화기는 완전 충전되어 있었으므로 그렇게 빨리 꺼질리가 없었고 따라서 누군가가 가방을 줍은 후에 일부러 핸드폰을 꺼버렸다고 봐야 했다.


일단 나는 그런 일이 생기는 상황이 씁쓸했다. 다른 가방도 아니고 학생가방을 주워서는 그걸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버리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가족은 일본에서 이미 몇번이나 핸드폰을 길에서 떨어뜨렸다가 돌려받은 경험이 있기에 나는 이런 경험때문에 한국은 이러니 저러니 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을 억지로 힘겹게 참아야만 했다.


한국에서 핸드폰을 분실한 것은 처음이었고 게다가 개통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던 경우라서 이 일을 뒤처리하는 일은 여러가지 공부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경찰에 분실신고를 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에 따르면 이런 경우 신고를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분실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자기 핸드폰 통화내역을 뽑아보고 분실한 핸드폰의 위치를 알아내서 찾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분실한 핸드폰을 어떻게 할까싶어 전화를 계약한 상담원에게 전화걸어보니 분실한지 한달이 되지 않았으므로 분실시 배상이 가능한 보험에 지금이라도 들라는 조언을 받았다. 분실후라도 보험에 들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은 것이다. 양심이 꺼려졌지만 그렇게 하면 핸드폰을 다시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어쨌건 이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핸드폰을 분실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달이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애초에 고등학생이 커다란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다는 사실이 황당한 일이었다. 막내의 이런 어린애같은 실수는 우리 부부를 한숨짓게 했다. 이런 저런 유혹과 허탈감 그리고 분노가 오고간 후에 우리 부부는 우리가 곧잘 쓰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알아본 것같으니 그냥 핸드폰 공기계를 사고 새로 유심도 사서 끼운 후에 이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하고 잊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계약했던 핸드폰은 2017년 삼성 J7이었는데 우리는 2년약정과 함께 이 핸드폰을 기계자체는 공짜로 받았었다. 그런데 중고 공기계를 25만원을 주고 구했다. 이번일로 알게 된 것은 분실된 핸드폰에 대해서 분실신고를 하면 그 기계는 분실기계로 등록되고 다른 유심을 끼워도 쓸 수가 없게 된다고 한다. 또한 개통된 이력이 있는 중고기계를 내가 이미 계약이 있는 통신회사에서 쓰기 위해서는 그 통신회사와 개통이력이 있어야 한다. 즉 KT와 계약해서 핸드폰을 쓰다가 분실한 경우 새로 구한 중고폰은 KT에서 개통한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개통이력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아뭏튼 마음 고생끝에 일은 이렇게 마무리되나 했다. 마음 고생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세상 사람들을 나쁘게 보지 않는 일이었다. 나로서는 가져가 봐야 쓸 수도 없는 핸드폰을 굳이 훔치려는 심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실신고가 되어 있으니 전화기로 쓸수도 없고 그걸 외국에 가져가 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길에서 핸드폰을 줍는 사람중에 그런 루트를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길에서 핸드폰을 평생 몇번이나 주워볼 것인가? 그러니까 분실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손실이지만 주운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 도움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 물건을 굳이 숨기고 전원을 끄고 해야 했는가?


그런데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겨우 겨우 핸드폰을 새로 사서 개통을 한 바로 그날 나는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받았다. 자신이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 자체가 좀 미심쩍었다. 분실된지 벌써 2주나 된 핸드폰이 왜 이제 연락이 올까? 게다가 핸드폰은 책가방안에 있었는데 핸드폰만 있다는 식으로 연락이 오는건 또 뭔가? 분실된 핸드폰은 막내의 것이었지만 명의는 내 것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황급히 고맙다고 하면서 어디든 갈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지금 바쁘다는 둥 나중에 퇴근하면 연락하겠다는 둥 하더니 답이 없다. 기다리다가 퇴근 시간이 지나서 음성통화를 시도해 보니 2초만에 끊어버린다. 그러더니 다음날 돈을 얼마나 줄거냐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얼마를 원하는거냐고 했더니 20만원을 달란다. 


나도 이 사람이 괴씸하게 생각되었지만 아내도 그랬다. 아내는 펄펄 뛰면서 분실된 걸 주웠다고 그것이 다른 사람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렇게 돈을 요구하면서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우 겨우 이번일로 상처입은 마음이 가라앉았나 싶었더니 또 이런 일이 생겼다.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 할까싶어서 핸드폰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또 연락두절이다. 그러더니 하루만에 j7 사진으로 보이는 것을 보내 오긴 했는데 막내폰의 핸드폰 케이스가 없고 공기계 뿐인데다가 액정필름이 붙어있는 상태도 좀 다르다. 이 사람이 실제로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기는 한건지 아니면 분신신고란에서 정보를 보고 사기를 치기 위해서 전화를 걸고 있는건지 한없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막내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뭔가 구질구질한 방식으로 그걸 손에 넣은 것같기도 했다. 즉 암거래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했던 것이다. 


나는 이 상황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이러저러해서 상대방이 내 핸드폰을 가지고 돈을 달라고 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기를 치려고 하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하는 내 질문에 지구대 경찰은 한마디로 지금 손해 본 것은 없으니 그런 사람 무시해라라고 답을 줬다. 내 핸드폰을 찾아주겠다던가 그 사람은 잠재적 사기꾼 같으니 자신이 연락해 보겠다던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강간범이 쫒아온다고 전화를 걸었더니 아직 강간 안당했으니 강간당한후에 연락하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전화를 끊고 나는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고심 끝에 이일은 여기서 접기로 했다. 그 사람과 전화기의 가격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대화를 이어갈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세상 사람들에 대해 상처입은 내 마음은 이 일로 해서 훨씬 더 괴로워졌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구질구질 한 건지 모르겠다. 현금도 아니고 주인 찾아주기 어려운 물건도 아닌 것을 주워서는 주인에게 협박조로 돈을 요구한다.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말로 이 일을 설명하고 끝내기에는 내 입맛이 아주 썼다. 지금도 그렇다. 21세기 한국은 부유한 사회이다. 돌아다녀보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한국은 여전히 상식이 없는 사람들도 꽤 많은가 보다. 나는 결국 이 말을 내뱉게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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