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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오늘의 질문

한국과 한류는 뭐가 특별한가 2

by 격암(강국진) 2020. 2. 2.

한국의 영웅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한류를 특별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영상입니다. 아래에 원고를 올려 둡니다. 





오늘은 한국의 영웅은 뭐가 다른가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한국과 한류가 뭐가 특별한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 답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에 성공한 나라이며 그것도 가장 최근에 그렇게 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이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했던 에너지와 메세지가 문화적 매력을 만들어서 한류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이것은 한국을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나라로 만듭니다. 많은 선진국은 그런 과정을 너무 오래전에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혁신의 세대는 이미 늙어버렸습니다. 반대로 선진국이 되지 못한 많은 나라들은 아직 그런 혁신과 혁명을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혁신과 혁명의 과정은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투쟁의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필연적으로 바람직한 사람, 바람직한 시민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끝에서 우리는 하나의 영웅의 이미지를 만나게 됩니다. 이 영웅상은 당연히 문화물에서 반복되고 인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일단 그것이 상식이 되고나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작동해서 변화를 거부합니다. 이것이 한국의 영웅상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참신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왜 한국문화가 외국에서 인기가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영웅이 외국의 영웅 특히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영웅과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저는 매우 전형적인 미국 영웅이 어떤 것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한 영화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 2008년에 나온 그랜토리노입니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그리고 주연을 모두 맡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주인공 코왈스키는 친자식들과는 잘 지내지 못하는 무뚝뚝한 노인입니다. 하지만 이웃의 아이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연애를 가르쳐 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그 이웃들을 위해서 그 지역의 깡패에게 일부러 살해당해서 그 깡패들을 제거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미국영웅은 이렇습니다. 


독립적이고 당당하며 내 것을 지킬 수 있다. 

우는 소리는 하지 않으며 감정표현이 적다. 

그리고 능력이 뛰어나고 용감하다.   

개인주의적이고 환경과 조화를 이뤄나간다기보다는 환경을 개척한다.  



어떤 분들은 영웅이란 본래 이런거 아니냐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영웅상이 어느 정도 시대에 뒤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이렇게 표현하죠. 


할리우드 영화는 또 다른 그리스 신화다. 


몇가지 사실들을 생각해 봅시다. 첫째로 그리스 신화속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신들이며 이들은 강력하고 완벽한 존재입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속의 영웅들처럼 말입니다. 


둘째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민주제도의 창시자지만 동시에 땅과 노예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민주주의는 사실 노예를 무시한 민주주의였죠.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는 미국이나 프랑스같은 서구 선진국들이 국가의 정체성을 세웠을 때는 이미 옛날이었다는 겁니다. 그들이 칭송하는 혁명은 당시로서는 민주적이었을지 몰라도 지금보면 그것은 귀족적이고 특권층 중심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대는 문맹률도 높고 인터넷도 없던 시대니까요. 


미국에서는 우리는 모두 영웅이 될 수 있다거나 우리는 모두 영웅이라고 말하죠. 그리고는 그들은 슈퍼파워로 지구를 구하는 아름다운 어벤져스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말하죠. 자기것은 자기가 지키라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라고. 


하지만 사실 이런 영웅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노예가 잊혀졌듯이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보이지 않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실 마블 코믹스 영화만 보면 이 세상에 아직 르네상스같은 것은 온 적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악당은 아이언맨이 무찌르는데 평범한 사람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 문제는 한국의 영웅을 보면서 더 생각할 문제입니다. 


자 그렇다면 문제의 한국 영웅은 뭐가 다를까요? 우리는 그걸 위해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배우, 가장 많은 천만관객영화를 가지고 있는 배우의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배우는 바로 송강호입니다. 


그가 출연한 괴물을 봅시다. 봉준호감독이 2006년에 만든 이 영화는 한국에서 천백만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괴물과 싸우는 가족은 결코 미국적인 영웅이 아닙니다. 그들은 무식하고, 염치없고, 서로 싸우기까지하는 사람들이죠. 당연히 대단한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실종된 가족에 대한 정으로 뭉치는 것뿐입니다. 


한국의 영웅은 약점이 있고 종종 3류입니다. 종종 가난하고 성격이 까칠하거나 취직을 못하고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미국영웅과는 달리 감정표현이 많고 우는 소리도 많이 합니다. 그들은 개척자같은 야심도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무력함을 항상 느끼므로 사실 가능한한 주변에 맞춰서 삽니다. 때로는 비겁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3류입니다. 그들은 대단하지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영웅이 됩니다. 정의나 원칙같은 추상적인 것때문이 아닙니다. 그런건 한국영웅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가족같이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고, 인간적인 수치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3류 영웅에게 제일 어울리는 대사는 이겁니다. 


쪽팔린다. 


영웅될 생각은 없는데 쪽팔려서 도망가지 못하겠다는 것이죠. 이 상스러운 말이 한국의 영웅에게 어울리는 것은 한국 영웅의 매력은 당당함이나 대단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초라함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을 종종 아주 찌질한 수준까지 떨어뜨립니다. 울지도 않는 영웅은 한국에서 대중적 인기가 없습니다.  아픔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서 영웅이 되지 못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류를 대표하는 가수 BTS를 봅시다. 그들을 말할 때 외국의 팬들로부터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 진솔함, 자기를 사랑하라는 메세지가 좋았다. 팬과 잘 소통합니다. BTS는 오래된 친구같습니다. 겸손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이 말들을 하나로 묶으면 결국 하나가 됩니다. 그들은 신이 되는 대신에 인간으로 남아 있는 스타인 겁니다. 그들은 영화속 주인공이 아니지만 한국적 영웅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즉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필요하면 울기도 하는 영웅입니다. 힘든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나도 힘들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1996년에 나온 인디펜던스데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외계인이 침공하면 미국이 맞서 싸운다는 줄거리를 가집니다. 그래서 미국 이외의 국가는 세상에 존재할 의미가 크게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것은 본래 잘난 영웅이 나오는 영화는 모두 다 가지는 특징입니다. 주인공 이외의 주변인물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주인공이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라이온 킹도 그렇고, 매트릭스도 그렇고, 스파이더맨도 그렇습니다. 


한국적 영웅은 이와 다릅니다. 그들은 약점이 많은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바닥을 구르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대중에게 가까이 있습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아지려고 합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이 그들을 따뜻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이 그들로 하여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존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문화가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영웅상을 통해서 한국문화는 더 민주적이고 더 개혁적이며 더 사회성 있는 것이 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가 이런 영웅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적어도 1980년이래 40여년간 쉬지 않고 혁신을 계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최근에 선진국이 된 아주 드문 나라가 된 것입니다. 중국같은 나라도 한국처럼 세계에 통하는 문화를 수출하려면 그 벽을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중국인도 태국인도 한국에 와서 연예인이 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스타를 데리고 가도 그들이 만드는 것은 Kpop이나 한국드라마와는 다른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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