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메타 버스에 대한 생각

by 격암(강국진) 2022. 10. 6.

22.10.6

요즘 메타버스 이야기가 한동안 시끄럽다가 좀 조용해 진 것같다. 사실 3D 영화의 유행처럼 혹은 인공지능의 유행처럼 세상에는 시끄럽다가 사라지고 그러다가 다시 반복적으로 시끄러워지는 주제가 있다. 메타버스만 해도 예전에는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요즘의 열광이 새삼 스럽다. 뭐가 새롭다는 것인지, 물론 기술이 더 발달했겠지만 그걸로 이제 뭐가 바뀐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그 결과물을 보면 실망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에도 성공적인 신기술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가 된다면, 뭔가가 사람들의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된다면 그것은 결국 신용을 발생시키고 돈을 벌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신기한 기술들에 너무 속아서는 안된다. 오늘날의 기술은 물론 더 발달되었고 더 신기하지만 그런 신기함과 편리성은 상대적인 것이다. 세상에는 새롭고 성공적인 기술들이 여러번 등장했었다. 그리고 당시의 열광은 정말 엄청났다. 그냥 조금 신기함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었다. 신세계였다. 

 

예를 들어 컴퓨터통신이라고 불렸던 것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처음으로 게시판에 들어가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기술수준으로 보면 매우 원시적인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그 새로운 기술의 신기함과 편리성의 증대는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 글을 발표하고 소통할 방법이 잡지나 신문이나 티비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밤을 새워 대화하고, 기꺼이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공짜로 발표했다. 이 중에는 나중에 영화가 되거나 출판된 소설들도 있다. 수없이 많은 컨텐츠가 자발적으로 생산되고 누적되었다. 마치 뉴욕의 맨하탄에 세워진 고층빌딩처럼 말이다. 이 같은 일은 포털이나 카톡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인터넷 카페나 아고라같은 사이트에 뜨겁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카톡은 모든 사람의 일상에 파고 들어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그렇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뭘 주는가? 신기하게 움직이는 3D 그래픽이 우리가 얻을 혜택의 핵심인가? 그거로는 어림도 없고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져도 그저 좀 신기하다고 하다가 말 것이다.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가장 큰 매력은 그 안에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해서 이 매력이 충분하게 강력해 지지 못했다. 이론적으로는 뭐든지 가능하다.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집이나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자기만의 공간에서 하나의 공동체 내지는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경제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건 매우 힘든 일이다.결국 사람들이 직접 벽돌을 한장 한장 만들어 집을 짓는 고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태다. 

 

메타버스안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마치 클릭한번이면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듯이 클릭 한번이면 나만의 세계가 창조되는 기능이다. 내가 1980년대의 뉴욕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면 메타버스라는 게임안에 그 뉴욕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내가 마블코믹스의 세계안에 살고 싶다면 그 세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내가 물고기의 삶을 살고 싶다면 바다속의 세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내가 뭘 원하든 그 법칙이 실현되는 세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건 게임안의 게임이며 나만의 게임이다. 그리고 내가 허락한 사람들만 그 세계에 들어올 수 있다. 

 

이런 가상공간 하나가 현실감을 줄 정도의 디테일을 가지는 것은 지금 판매되는 롤플레잉게임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세계를 클릭 몇번에 만들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게 가능하다면 게임회사가 몇년동안 그래픽에 투자하고 프로그래밍을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엄청난 서버도 돌려야 할 것이다. 이런 세계안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만드는 능력이 어느 정도의 계산 능력이 필요할까를 상상해 보자면 네이버 포털안에 인터넷 카페들이 몇개나 있는지 상상하고 그 모든 카페들이 전부 매우 복잡한 롤플레잉게임이라고 상상해야 한다. 

 

이 메타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나만의 세계를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창조란 홈페이지 꾸미기나 인터넷 카페 운영하기 정도의 수준의 것이 아니다. 각각의 것이 경제활동과 삶이 가능할 정도의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이상세계를 만들어 보고 싶어하지 않는가? 바로 그 이상을 실현시켜주는 것이다. 

 

Dall E 2의 결과물들

 

이런 메타버스의 완성을 위해서 핵심적인 것은 압도적인 능력의 인공지능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가지 예를 통해 알려져 있다. 가장 훌룡한 예는 Dall E 2다. 사람이 말만 하면 그 말이 묘사하는 그림을 인공지능이 그려준다. 당연히 이것은 더 확장된다. 이미 짧은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당신이 최선을 다해 당신의 이상세계를 묘사하면 그것에 기반하여 그런 세계를 실제로 만들어 낼 인공지능이다. 당신이 그 세계를 지배하는 물리법칙 혹은 게임의 법칙을 묘사하면 그런 세계를 순식간에 만들어 낼 인공지능이다. 이 세계들은 서로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이 수없이 많은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듯 우리는 여러곳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성장하고 살아남는 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 세계가 사람들을 빨아들이면 그 세계가 메타버스의 중심이 되기도 할 것이다.

 

사람들은 메타버스라고 하면 멋진 그래픽을 생각하고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걸어다니는 로봇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인공지능의 가장 대중적인 기능은 바깥 세상에서 로봇이나 차를 움직이는게 아닐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멋진 그래픽이 중요하겠지만 그게 핵심이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인간을 도와 여러 이상세계를 건설해내는 능력이 인공지능의 가장 대중적인 능력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메타버스의 핵심적 매력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래는 이제 겨우 약간 보이는 정도고 아직 멀다. 우리는 꽤 오랜동안 지금처럼 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가 오면 진정으로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농촌에서 생산한 식량을 소비하지만 세상의 중심은 도시가 된지 오래다. 거기가 경제와 새로운 소식의 중심지다. 마찬가지로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일어나는 곳을 현실이라거나 세상의 중심이라고 부른다면 이곳들은 우리가 아는 이 공간과 시간이 아니라 메타버스안의 그 어느 곳이 될 수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