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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오늘의 질문

AI가 대중 문화운동이어야 하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23. 9. 28.

23.9.28

AI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게 큰 돈이 된다더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는 대개 복잡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무시무시한 경고의 말들을 하는 일들이 많다. 물론 그런 말들도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AI의 찬란한 미래는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들은 핵심이 빠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AI에 대한 논의들은 굉장히 잘못되어져 있다. AI는 무엇보다 즐겁고 희망찬 것이 되어야 한다. AI는 기본적으로 대중적 문화 운동이어야 한다. 왜 그럴까? 

 

AI는 혼자서도 의미가 있는 뭔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능이란게 그렇다. 질문이 없는 답이 없듯이 뭔가가 지능적이라고 한다는 것은 그에 관련된 환경과 풀어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과학이론이 가지는 보편성때문에 그것이 더욱 발달되어서 나오는 것같은 AI를 문맥을 무시하고 보편적인 측면에서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문학평론이나 음악감상을 과학이론으로 하려는 것과 같은 실수다.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고 말해진다. 그것은 너무나 보편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가 없고, 어떤 의미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적으로 평가해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만약 여러분이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지능이라고 말한다면 과학은 우리의 삶이 지능적인 것이었는지 그렇지 못한 것이었는지 말하지 못한다. 가치 평가를 포함하지 않는 과학은 우리의 인생이 가지는 의미라던가, 우리 인생에서 풀어야 할 문제같은 것을 말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지식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그것을 써서 뭔가를 하는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로 뭘 할 것인가는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과학은 지능적 행동의 수단이나 결과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지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지능이나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은 어떤 환경이나 게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둑에는 게임의 규칙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바둑게임을 이기기 위한 지능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알파고 같은 AI가 바둑 세계 챔피언을 이겼다지만 누군가가 자기 차례에 속임수를 썼다고 하자. 바둑알을 두 개 놓거나 바둑알 하나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당연히 알파고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알파고가 지능적이지 못하고 어리석다고 하지 않는다. 왜냐면 바둑에는 명확한 게임의 규칙이 있고, 우리는 바둑게임에서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사람이라면 우리의 생각은 좀 다를지 모른다. 속이는 사람이 잘못하는 거지만 상대편이 거듭 속임수를 쓴다면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도 어리석다라고 말할 것이다. 현실 사회속의 많은 문제는 명확한 규칙이 없다. 규칙은 바뀌기도 하고, 규칙이 있어도 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가능성에 열려 있다. 속임수가 있으면 그걸 알아 채야 한다. 

 

그런데 다시 알파고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속임수를 써서 알파고같은 AI를 이기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상대방이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고 알파고가 믿는다면 그건 어리석은 것이고, 지능이 떨어지는 것인가? AI가 지능이 있다거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AI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AI를 속이는 것은 무의미하다. AI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문제를 이 AI에게 풀라고 했는가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AI에서 말하자면 이것은 어떤 환경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라고 했는가와 같은 질문이 된다.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옳은 말이지만 AI에 관련해서는 특히 중요한 말이다. AI가 발달한 미래가 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천재적 엔지니어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AI가 발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를 수용하고 참여할 진보적인 대중이다. 이 대중이 어떤 문제를 AI가 풀어야 할까를 결정한다. 게임의 법칙을 설정하고, AI가 작동할 환경을 결정하는 것은 대중이다. AI가 잘 풀 수 있는 문제가 있고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대중이 그걸 이해할 때 AI는 쓸모있는 발명품이 될 것이다.

 

AI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오늘날 AI에 대한 이야기는 혼란에 차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쓸모 없는 기술적 세부사항이나 예들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차를 운전하지만 그 사람들이 차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듯이 미래에도 AI를 직접 만드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사람들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자동차 관리법이나 교통법규이지 엔진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 세부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차를 운전하려면 우리는 기계라는 것에 대한 일반적 이해는 필요하다. 만약 원시인이 차를 본다면 그는 자동차가 유령들린 물건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래서는 결국 자동차를 망가뜨릴 것이다. 

 

같은 이유로 대중은 AI가 아니라 AI 패러다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AI가 사회적으로 잘 쓰이게 될 것이다. AI 패러다임은 AI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 우리가 쓰는 접근법이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만들고 싶으면 AI 패러다임이라는 접근법에 따라서 AI를 만들게 된다. AI 패러다임에 대한 공부는 AI 기술에 대한 공부와 다르다. 많은 AI 책들은 AI 프로그램들의 예를 나열하거나 딥러닝이나 트랜스포머 네트웍같은 학습 모델의 세부사항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것은 당장 AI 개발자가 될 사람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AI 패러다임에 대한 공부는 AI 패러다임이 아닌 다른 패러다임과의 비교가 필요한 것이다. 과학적 접근법과 AI 접근법의 장단점은 무엇인가같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AI 패러다임을 공부하는 것은 사상적 전환이다. 과학의 시대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학적 방식에 따라서 살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기계를 쓴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속의 문제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속에 과학적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당연시 여기고 그것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접근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AI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신화나 성경속의 인물들을 그리던 고전 시대가 끝나고 화가들이 거리의 사람들을 그리던 르네상스 시대가 오는 것과 같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겠지만 사람들이 그것의 가치를 알아 봐야 하고, 화가로 하여금 대중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AI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세상과 우리 자신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AI는 대중적 문화운동이어야 하고 즐겁고 희망찬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희망을 주는 대중적 문화운동이란 시대적 과업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즉 우리 시대가 이러저러한 병을 앓고 있어서 우리가 고통 받고 있으니 그걸 해결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AI는 있으면 더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사치품이 아니다. AI는 시간이 갈수록 인류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AI없이 인류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인류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게 복잡한 세상을 만들어 왔다. AI같은 기술이 없어도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 그 자체가 지금도 세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고, 지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함을 해소하지 못할 때 문명의 붕괴현상같은 것이 생길 수 있다.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시스템이 무너지는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세상을 이해할 수 없고 그 세상은 원숭이가 모는 제트기 같은 것이 되어버릴 수 있다. AI는 점점 더 심각해 지고 있는 이 인류의 불치병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다. AI없이 인류는 현상유지도 못할 것이다. 세계 질서는 무너지고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상온 핵융합이나 상온 초전도체같은 꿈의 기술이 인류의 손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것은 암세포가 더 빨리 번지게 하는 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AI는 사상적 전환을 요구한다. 그것이 AI 패러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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