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16
나는 어릴 때부터 여행기를 좋아했다. 거기에 나를 찾는 이란 말을 붙이면 더더욱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 된다. 나를 찾는 여행, 구도기 , 이런 종류의 책은 매우 많으며 많은 소설들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떠나는 이야기의 형태를 띄고 있다. 더구나 현대는 흔히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잃어버린 시대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최근까지도 나는 왜 그 이야기들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깨닫지 못했다. 나를 찾는 이야기는 좋지만 왜 나를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고나 할까.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것은 사람의 몸이 살아가려면 물이 필요하다라는 과학적 설명이전에 그냥 목이 마르니까 그렇다. 마찬가지로 나를 찾는다라는 것의 의미따위 몰라도 나를 찾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 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정답을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질문에 대한 답에 엄청난 에너지를 주는 질문이다. 그것은 나의 정체성이 결국 나를 움직이는 근원적 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기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따라서 살다가 지쳤을 때, 에너지가 필요할 때, 자연히 나를 찾는 여행을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간단한 답 한가지를 고려해보자. 나는 인간이고 인간은 언젠가 죽는 존재다라는 답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아마도 50년보다는 길게 100년보다는 짧게 살것이다. 그런데 죽는다라는 것을 자각한 순간,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한 순간,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가지는 삶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달라지게 된다. 우리는 무한정사는게 아니므로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 죽으면 못하기 때문이다. 아껴서 살아야겠다. 무한정사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내가 중학교 2학년때쯤의 일이었다고 본다. 형하고 같이 방을 쓰던 내가 그 날따라 혼자 자고 있었는데 문득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것도 아마도 내가 죽기이전에 먼저 죽는다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난 그날밤이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되었고 내가 언젠가 고아가 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되었다. 확실히 어떤 자각은 비록 그것이 상식적이라고 해도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 낸다. 그 자각이란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세상을 둘러보면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결국 인간의 활동이란 하나도 남김없이 이 질문에 관여된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왜 이러저러한 욕망을 사는가. 프로 스포츠는 뭐고 명성은 뭐고 돈은 뭐고 사랑은 뭔가. 인간들이 그러저러한 본성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다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결국 세상은 어떤 곳인가가 아니면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그런데 그 질문은 둘이 아니다. 결국 이 세상이란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이란 흔히 듣는 말인데 나는 항상 생각했다. 도대체 자아실현이라니 그게 뭔가. 자아가 뭔지 알아야 실현할 것이 아닌가.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안다는 것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명확히 아는 것이 된다. 타고난 자신의 본성에 충실히 사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하는 인생철학이 그 말의 뒤에 있는 것이다.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빌 때 우리는 짜릿함을 느낀다. 우리는 우리가 그 자전거를 원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순간 자아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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