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20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샤르트르의 책을 읽었습니다. 매우 얇은 책으로 샤르트르가 자신의 실존철학에 대한 강연을 한것을 책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당시의 상황을 보면 실존주의란 일종의 허무주의를 퍼뜨려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비도덕적으로 만들고 보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샤르트르는 이것을 반박하기위해 그 스스로가 비판했던 휴머니즘을 재정의하면서 실존주의를 옹호합니다.
실존주의내지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말해지는 사람들의 철학에는 이런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샤르트르는 자유, 선택에 대한 책임 그리고 실천을 강조한 철학자이지만 그래도 이런 면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나찌즘같은 전체주의 정권을 겪은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흔히 전체주의는 나쁜 것으로 이야기합니다만 실상 좋고 나쁜 것은 종종 그렇듯 구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인간의 힘은 협동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철학은 전부다가 아니라면 거의다가 많은 사람들을 묶어주는 철학입니다.
그런데 묶어준다는 것은 여러사람을 부자유스럽게 만든다는 것이 되기 쉽거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됩니다. 심지어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말하는 휴머니즘조차 인간이란 이러저러하며 이러저러한 권리를 가진다는 강조를 하다보면 개인을 압살하게 되고 맙니다. 불우이웃 돕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강조하다보면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고 말며 참여하더라도 경쟁적으로 하고 보여주기 위해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휴머니즘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예수님의 이름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이 있듯이 휴머니즘과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재와 폭력도 아주 많습니다.
이런 거대담론이 춤추는 사회에서 이성의 한계나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철학이 등장해서 균형을 맞춤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제시된 이념들을 해체하고 그것들의 허구성을 말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은 뭐뭐는 안된다고 말하기는 많이 하지만 뭐뭐는 된다고 하는 법은 별로 없는 네거티브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그것을 악용해서 자신의 무책임성을 변호하곤 하는 것같습니다.
어리고 젊고 가난한 사람들은 세계를 바꿔야 하니까 거대담론아래서 뭉쳐서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에 지지를 잘 보내고 이미 먹고 살만하거나 나이 든 사람들은 뭐든지 그거 다 헛소리라는 식으로 말해서 그들의 보수성을 보호할 수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실제의 샤르트르는 공산당을 위해 일하고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는 등 전혀 보수적이지 않게 살았지만 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면 자기 생각에 묻혀서 사는 사람을 볼 수가 있습니다. 가족관계는 거의 없고 주변사람들과 소통하기 귀찮아하며 정치던 사회문제던 복잡한 문제에 끼기 싫어하는 캐릭터를 봅니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작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것이 뭔가를 짐작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샤르트르의 실존주의에 대한 옹호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샤르트르는 훌룡한 사람이지만 그의 메세지는 분명 손쉽게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인가?라고 물음표를 붙였습니다.
한국사회의 정신세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사람들이 보기엔 한국의 이공계 사람들이 너무 인문학적 소양이 없이 무식하다는 생각을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공계 사람들이 보는 한국의 인문학자들은 지나치게 과학적 사고방식을 폄하하고 과학에 무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다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것이겠죠. 사르트르는 실천없는 철학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훌룡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실천하여 성공하고 사람들이 보고 배우는 그런 사람이 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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