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살림, 외국의 살림

2010.2.7 (이 글은 2010년에 작성되었으며 제가 다시 읽어보는 2022년현재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소득은 크게 증가했고 이자는 낮아졌습니다. 한국의 서비스와 상품은 전보다 훨씬 좋아져서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외식도 더 하고 좋은 서비스를 누립니다. 당근마켓같은 서비스도 발달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느꼈다는 겁니다.) 

 

언젠가 한 재미교포가 한국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고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연봉은 한국돈으로 억대인대 월급이 자기 보다 훨씬 못한 한국 사람들이 비싼 차도 몰고 비싼 집에도 살고 사교육비도 마구 지출하면서 살더라는 것이죠. 그의 결론을 단순하게 말하면 한국 사람은 과분하게 소비하고 산다라는 말로 줄일 수 있을지 모르며 한국, 미국, 일본의 살림을 비교하려고 하는 이 글의 결론도 한줄로 말하자면 비슷한 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한줄로 요약하는 것자체가 함정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재미교포의 눈으로 본 한국의 살림은 저같이 미국, 일본등에서 각각 수년간 살아본 토종 한국인 그리고 그 기간동안 거의 매해 한국을 방문했던 한국인이 말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물가라던가 생활수준이라는 말들은 모두 주관적인 면이 큰 말들입니다. 수많은 물건들의 값이 오르고 내릴 때 그걸 어떻게 가중치를 두어서 평균을 내느냐에 따라 각 나라의 물가는 다르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소비패턴에 따라 체감하는 물가가 각각 다 달라지게 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 인상으로는 우리나라의 부자들, 재벌이 아니라 서울에서 연봉 7천만원, 1억씩 이상씩 받는 분들의 한국 물가감각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소득이 많은 계층은 선진국 사람들이 그러하듯 생활의 질을 추구하고 외식도 많이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강남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고 뉴욕커식 브런치 세트를 먹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질, 그런 사람들이 요구하는 종류의 서비스는 한국에서 매우 비쌉니다. 한국의 호텔들을 싸잡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국호텔들은 상당수가 그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호텔업은 외국의 것을 수입한 것이며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의 호텔은 여전히 뉴욕사람들이 창을 하면서 춘향가를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꽤 잘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꽤 어색하며 사소한 것에서 큰 허점을 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건물과 가격은 호화판 호텔 빌딩인데 커피는 자판기 커피나 차이 없는 것 -비전문가가 비전문적인 매너로 제공하는 커피-를 호텔커피라고 비싼 값에 판다거나 종업원의 매너나 호텔 음식의 수준이 상당히 떨어진다 거나 하는 식입니다. 

 

강남에만 부자가 사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부자라고 하면 그림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강남부자라고 부르겠습니다만 그 강남부자들은 외국 여행도 꽤 했기 때문에 그런 차이에 민감합니다. 맨하탄에서 5-6불하던 것을 기꺼이 3배즘 2배쯤 돈을 주고 뉴욕커식 브런치라면서 먹지만 그나마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한국의 물가가 더욱 비싸다고 생각하며 더더욱 많이 해외로 휴가를 떠납니다. 이 문제는 교육, 패션, 오락 등 많은 방면에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그렇게 많이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는 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종종 한국에서 이러저러하게 돈을 쓰느니 외국으로 보내는 것과 차이가 없거나 외국에 보내는 쪽이 싸다라고까지 말합니다. 즉 한국의 물가를 비싸게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현실은 체면을 중요시 하는 문화때문에 중산층이나 빈민층에게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들도 종종 고가의 물건들과 서비스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서민들이 살아가기 힘든 첫번째 원인은 가난이 아니라 가난이 주는 수치감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일 뿐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부끄러운 것입니다. 이를 두고 왜 부끄러워 하느냐 서민들의 문제다라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여러가지 차이를 단순한 기준으로 나열하고 사람들을 쉽게 단정짓고 대우하는 한국의 문화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을 단순히 총점기준의 성적으로 나열해서 평가하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특징을 너무도 무식하게 무시하는 것일 것입니다. 사람들을 가진 재산이나 직급의 차이로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너무도 이런일을 강하게 합니다. 심지어 의사의 부인은 레지던트의 부인에게 교수의 부인은 대학원생의 부인에게 상사의 부인은 부하직원의 부인에게 자신도 윗사람처럼 존중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것은 마치 무슨 소규모 귀족과 천민구분하는 것같습니다.

 

사람들은 꼬박꼬박 학력이나 직급이나 재산의 정도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말해주는 호칭을 서로에게 붙여서 사용합니다. 박사님, 교수님, 이사님, 회장님, 형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한마디로 없으면 너무 무시당하죠. 없어도 있는 척해야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임대주택이 주변에 서면 자기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어떤 때는 학생들이 섞이지 않도록 바리케이드를 칩니다. 그런 사람들이 그렇다고 무슨 재벌도 아니고 겨우 중산층에 들까 말까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대학도 못나온 사람이라고 하면 대학나온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 서러움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배우는 거 하나도 없는 대학이라도 가서 꼬박꼬박 비싼 등록금 내면서 졸업장을 사야 합니다. 이것은 일정정도 한국에서 아직도 사람을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가난한 사람들, 부자가 아닌 보통의 월급쟁이들이 더 많은 돈을 안 가난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쓰게 만듭니다. 그래서 겉보기보다 안으로 더 가난한 살림살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같습니다. 별로 질도 좋지 않고 비싸기만 한 것을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고 그래서 서민층의 살림은 더더욱 안으로 궁핍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가난한게 그리 많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가난은 부자가 되기전의 상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미국에서 크게 칭송받는 것이 바로 개척자 정신이죠. 서부의 개척자들은 척박한 환경을 견뎌가며 미지의 땅으로 개척을 계속했다 우리도 그것을 본받자 이런 겁니다. 미국의 최고부자들도 자수성가형이 워낙 많습니다. 그러니까 식당 종업원을 하면서 자기의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 같은 사람도 존중받는 겁니다. 이 사람은 영국인이지만 해리포터를 쓴 조앤롤링은 소설이 히트치기전에 거의 파산상태로 애딸린 이혼녀였습니다. 유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비싼 등록금때문에 대학을 얼마 다니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델컴퓨터의 창업주들은 창고에서 컴퓨터 조립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미국 사회는 각자의 생활방식이 다른 걸 존중해야 한다는 자유에 대한 의식이 확고하죠. 그러니까 -물론 미국이라고 속물이 없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난은 계급이 위냐 아래냐가 아니라 그저 차이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럼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한국은 서민들이 살기에 어떨까요? 일단은 생필품이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하건 부자건 아무도 물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이야몬드 가격은 가난하면 없어도 살면 그만입니다. 이제까지의 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이 다이야몬드 사느라고 고생한다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다이야몬드 가격이 비싼 것보다는 물값이 비싼게 가난한 사람에게 치명타가 되겠죠. 즉 기본적인 의식주의 가격이 중요합니다. 

 

의식주에서 먼저 집을 봅시다. 저는 미국에서는 뉴욕 맨하탄에 살았고 일본에서는 동경과 사이타마의 경계선에 있는 와코시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미국과 일본에서 주거비로 쓰는 돈이나 한국에서 주거비에 쓰는 돈에 차이가 없거나 어떤 의미로는 한국이 돈이 더 든다는 것입니다. 2009년 IMF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GDP는 46433불, 일본은 39573불, 한국은 16450입니다. 구매력기준으로 환산해도 미국의 GDP는 46433불이고 일본은 32817불이며 한국은 27791불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은 물론 일본에 비교해도 훨씬 가난한 나라라는 뜻입니다. 우리 국민의 소득수준이 구매력기준으로 해도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단 주거비가 수입을 크게 잠식한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이는 상당부분이 한국의 부동산 불패신화때문입니다. 한국의 아파트를 연구한 프랑스인이 그랬다고 합니다. 한국의 기적적 경제성장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값비싼 땀을 흘린 노동의 댓가를 콘크리트 아파트로 돌려받은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국의 아파트에 붙은 가격이 아니라 그 실용적 가치를 생각하면 노동자들이 거저로 노동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일반적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층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사실은 저질의 주거형태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고층아파트가 전국에 특히 서울과 그주변에 마구 올라가고 있고 이미 있지요. 

 

질에 대한 논의야 그렇다고 해도 그 가격이 문제입니다. 국민의 상당수가 자기 전재산보다 더 비싼 집에 삽니다. 즉 자신이 가진 돈을 전부 밀어넣고도 부족해서 상당한 융자를 내고 이자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은 물론 왠만한 집을 구입할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합니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를 융자내서 사는 겁니다. 물론 노리는 것은 가격이 상승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틀리는가 곧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가하는 문제는 제쳐둡시다. 그 결과가 뭘까요? 결국 상당수의 한국 국민들은 주택의 가격기준으로 자기 수입을 고려하면 너무 비싼 집에 살고 있습니다. 4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은행이자를 5% 정도로 생각하면 이 사람은 매달 2백만원 좀 안되는 정도의 수익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2억 융자로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은 매달 백만원정도의 이자를 내야 합니다. 

 

이런 주거비에는 주택 수리비나 전기세, 물세, 가스세등 주거에 들어가는 자잘한 기본적인 돈들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세금을 빼고 매달 수입이 5백만원이라면 이 사람은 자기 수입의 반 이상 정도의 돈을 주거에 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4억하는 아파트가 흔합니다. 전부 연소득이 1억대도 아닐것이며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돈을 빌려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한국 사람들은 질로 보면 저질의 주거환경이지만 가격기준으로 보면 너무 사치하고 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체소득보다도 가난하지요. 생필품인 주택에 돈을 많이 쓰니까. 그나마 이것을 지탱하는 것은 무슨 종교처럼 믿어지는 부동산 불패신화입니다. 부동산 가격폭락이 있지 않더라도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만 있어도 이런 불합리는 지금보다 훨씬 크게 부각될것입니다. GDP 기준으로 보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2배이상 잘삽니다만 집값에 있어서 한국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노무현 정부때는 환율이 지금보다 더 좋았죠. 그때는 차도 집도 일본이 훨씬 싸다는 생각이 들정도 였습니다. 

 

의식주중의 의와 식에 대해서는 간단히 하겠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 부분에도 한국에서는 허례허식이 많아서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느낌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중고물품시장이 매우 발달되어 있고 싸구려 물건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도 잘발달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과 유럽이 모두 정도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돈이 없으면 없는데로 그럭저럭 가구며 옷을 구하고 남눈치 안보고 살면 그렇게 돈이 많이 안들고도 살길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우리 부부가 가장 즐기는 장소가 벼룩시장이나 중고물품센터입니다. 한국에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중고책방도 일본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나라이기 때문이지만 공원같은 사회간접자본이 잘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돈이 없으면 중고를 쓰면되고 돈 안드는 공원같은데를 산책하면서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도서관도 흔합니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보면 이런 저런 잡지며 책읽는 거로 소일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한국은 그런면에서 상황이 좋지 않아보입니다. 물론 한국도 재래시장에 가면 싸구려물건이 있지요. 그리고 중고품활용도 이젠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걸음마단계입니다. 그리고 물론 남이야기 많이 하는 사람많고 남 눈치 많이 보이기때문에 자동차를 사건 옷을 사건 과도하게 지출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면 집에 돈나가고 체면치례에 돈나가고 원래의 소득수준은 높지도 않으니 생활의 질은 엉망이며 문화생활이라든가 여가생활을 위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거의 남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사교육비들어가는 것은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이 한국 사람들이 경제문제를 걱정하면서 재미교포의 눈에는 사치하면서 사는 것같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일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쓰는 것은 없이 이자갚고 바쁘게 사는데 기본적으로 나가는 것이 모든 수입을 다 잡아먹어버리고 있는 것같습니다. 그것은 기본적 의식주문제에다가 '체면'이라는 문제가 포함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인의 삶은 그다지 아름답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실질이 없는 것에 모든 소득이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굳이 우리나라와 일본 혹은 미국을 비교해서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고 그것을 결론으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시작하면서 말했듯이 주관적인 것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생활수준이고 또 행복입니다. 저는 일본에 살고 있으며 한때는 미국에 살았지만 항상 고국인 한국에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한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그리워 했다는 것이죠. 단지 조금더 살기 좋은 한국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