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27
저는 어른들도 등산을 하고 인문학책을 읽듯이 따로 수학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로 일 때문에 수학을 많이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도 있었지요 (어른들도 수학공부가 필요하다 ). 그런데 티벳곰이란 분이 그 글에 답글을 달면서 공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고 묻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수학공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에 대해 약간 생각해 볼까 합니다.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는 일단 공부하는 사람의 취향과 수준에 당연히 크게 좌우됩니다. 또한 공부를 하는 목적에도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공부의 목적
어른이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대단한 수학을 공부하기 위함이기 보다는 주로 논리적 사고력을 유지 발달시키는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른의 수학공부라고 해서 반드시 대단한 것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조깅을 하거나 걷기운동을 할 때 어른들의 운동이라고 해서 애들이나 2-3킬로 달리지 어른이니까 울트라 마라톤정도는 해야지라고 한다면 우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공부의 경우에는 그런 생각을 하시기 쉬운 것같습니다.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애들의 수학공부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죠. 그런데 실상을 보면 운동의 경우보다 수학공부의 경우 더더욱 기초에서 시작해야 할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정주부는 물론 회사에서 사무보시는 분들도 대부분 수학같은 것은 오래전에 그만두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학을 물어보면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어른이니까 라고 해서 전에 배워본 적도 없고 수준도 대학수준인 수학책을 구해다가 떡 펴놓으면 공부도 느릴 뿐 아니라 애초의 목적인 정신적 훈련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어른들은 수학이란걸 마지막으로 써본게 기억도 안 날정도로 옛날의 학창시절일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적어도 처음 한동안 중학교 수학참고서를 복습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나중에는 마라톤 완주까지 하게 될런지도 모르지만 사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산수수준의 수학문제도 시간정해서 틈틈히 풀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학창시절 부터 수학이라면 질색이었어라고 말하시는 분들은 이런 말을 믿지 않으시겠지만 수학이란게 결국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라서 학창시절이후 방만하게 살아오신 분들은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물론 그냥 문자로 된 책을 읽어도 도움이 되시겠지만 아 내가 왜 요즘 이렇게 행동과 말이 뒤죽박죽인지 몰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수학문제 몇문제 풀어도 도움을 받습니다. 오랜만에 2차방정식의 근과 계수의 관계를 보면서 몇문제 풀면 좋습니다. 일단은 거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아마 할아버지중에는 그것도 너무 빨라서 구구단에 분수계산 같은 걸 하셔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뭘 공부해야 할 것인가.
각각의 경우마다 다르고 취향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나면 저는 수학과 관련해서 세가지 정도의 공부가 바람직하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미적분, 해석학으로 나가는 공부고 또하나는 통계 확률 분야이며 마지막은 수학의 응용이랄수 있는 응용학문의 공부입니다.
지금 초중고 과정에서 가르치고 있는 수학은 여러가지 분야가 다 있지만 대개 그 정점을 미적분으로 놓고 그것에 필요한 공부를 쌓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적분이란 결국 더하고 빼고 나누는 공부입니다. 그런데 복잡한 경우는 체계적으로 공부를 쌓아가서 공식을 만들고 그래서 답을 찾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1에서 부터 n까지의 자연수를 더하면 n*(n+1)/2입니다. 이런 것은 x를 적분하면 x^2/2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쓰일수 있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또 x^n을 적분하면 뭐가 되는가를 증명할수도 있지요. 이렇게 계속 쌓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수학을 멀리하신 분은 고등학교 미적분문제도 도전의 대상일 것이니 처음에는 더 기초적인 것을 공부하셔야 할것이며 핵심은 진도를 많이 나가서 어려운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수학문제 풀기를 연습하는 것 자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서는 안됩니다. 진도를 빨리 나갈 필요없습니다. 천천히 쉬운 문제들 풀기를 마치 아침운동하듯이 하시는게 좋을 것입니다.
두번째 분야는 비교적 적게 다뤄지는 통계확률분야입니다. 사실 통계확률분야야 말로 실생활에서 쓸모가 많은 분야라고 말해지기도 합니다. 그걸 직접쓴다 안쓴다를 떠나서 우리가 일상의 판단을 하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찌감치 고등학교시절부터 나는 통계는 포기했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요. 어른이 된 만큼 다시 통계확률 공부를 해보면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응용분야입니다. 그냥 수학만 공부하면 아무래도 나중에가면 좀 지루해 질수 있는 만큼 어느정도 수학을 공부하면 그것을 응용하는 학문분야를 좀 공부하는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지시킬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수학을 많이 쓰는 응용분야는 물리학, 공학, 경제학 같은 분야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을 공부하고 선형대수와 복소함수론을 공부하고 나면 양자역학 책을 볼 수 있습니다. 확률통계를 공부한 사람은 정보이론이나 통계물리학을 공부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맺는 말
처음부터 난 열심히 해서 히말라야 정상을 오를꺼야 라는 식이면 실상은 뒷산도 못오를지 모릅니다. 비전공자들의 수학공부, 어른들의 수학공부란 사실 어딘가를 정복하는게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1년만 공부해서 정상을 밟고 그만 두자는 식의 공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건강관리를 위해서 공원을 빙빙 도는 산책을 계속 하는 것, 이건 그런 공부입니다. 치매방지용 공부라고 해도 좋습니다. 죽을 때까지 중고등학교 참고서만 풀어도, 같은 책만 계속 다시 봐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공원도 한바퀴 돌았다고 다음엔 반드시 다른 공원에 가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사실 수학이란 반드시 단계가 있는게 아닙니다. 중고등학교 문제중에도 대학교수가 못푸는 문제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공부하다가 혹시 진도가 잘나가면 현대 과학이나 공학, 경제학같은 것에 대해 좀 덜 공포심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지요.
전공이 아니더라도 일본어나 영어나 인문학책을 읽는 어른은 많습니다. 만약 사는데 그런것만 중요하다면 중고등학교때도 수학을 가르킬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어른도 수학공부를 교양삼아 하는 그런 풍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풍토가 있다면 우리는 보다 논리적으로 살아갈수 있을 것입니다. 치매방지도 되고 말이지요.
'주제별 글모음 > 교육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제없고 선배없는 아이 문제없을까? (0) | 2013.12.05 |
---|---|
입시공부 잘하는 법에 대한 단상 (0) | 2012.11.06 |
길게 본 교육, 짧게 본 교육 (0) | 2012.08.06 |
영어 공부,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나. (0) | 2012.06.11 |
좋은 교육에 대한 근원적 착각 (0) | 2012.05.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