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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전주와 와코시의 자동차.

by 격암(강국진) 2015. 5. 14.

15.5.14

나는 전주에 살기 전에는 일본 사이타마의 와코시에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와코시 사람들이 모르는 전주에 대해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전주사람이 모르는 와코시에 대해 혹은 한국 사람이 모르는 일본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 중에 큰 것이 자동차다.

 

일본은 자동차에 대한 규제와 요구사항이 한국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그러면서 자동차 가격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다. 즉 자동차를 사기는 쉽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나라다. 일본에서는 자동차를 2년마다 검사해야 하는데 그 검사비가 거의 백만원이 든다. 더 적게 들수도 있지만 부품이 낡아서 교체해야하면 물론 더 들 수도 있다. 때문에 중고차 가게에 가면 자동차에 차검이 앞으로 얼마남았다라고 꼭 써 있다. 자동차는 겉으로 보기에 아주 멀쩡한 차도 이삼백만원이나 그 이하로 차값이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차는 유지비가 많이들어서 어쩔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인기가 없다. 

 

일본에서는 차고지증명이 없으면 자동차를 등록할 수가 없다. 내 차는 골목에 주차하겠다라는 식으로는 차를 소유할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의 불법주차시 벌금이 어마어마하다. 내 친구가 불법주차로 걸렸다면서 말해준 범칙금이 70만원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불법주차가 별로 없다.

 

현실이 이러하므로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집에 차고가 있거나 아니면 주차장 계약을 한다. 마치 아파트 계약하듯이 주차장의 자동차 자리를 월세계약을 맺는 것인데 이게 보통 만엔이 넘는다. 그러니까 10만원에서 15만원정도를 매달 주차장비로 내야 한다. 물론 지역차가 있다. 동경내에서는 더 비싸다. 그리고 이것때문에 일본에서는 주차장 사업이 훨씬 발달되어 있다. 공짜주차는 쉽지 않다. 

 

전주에 도착해 보니 골목의 양쪽으로 차들이 맘대로 주차되어 있다. 한국은 대개 아파트에 살아도 주차장에 자기자리가 없다. 즉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세우는 식이다. 골목에 차를 세우는 것이야 말할 것이 없다. 일본은 주차장 자리 하나 하나가 따로 임대계약서를 쓰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차장에 자리있다고 차를 막 세울 수가 없다.  손님이 오면 손님용 주차장소를 예약해야 한다. 말하자면 옆집이 여행가서 비어있다고 내 손님을 옆집에 재울 수는 없는 것처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주차장소가 비어있어도 그걸 그냥 쓸 수 없다. 다 돈주고 전용으로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라고 여기저기에 무료로 주차할 곳이 전혀 없는 곳은 아니지만 기본은 그렇다. 

 

어쩌면 이런 주차의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와코시의 사람들은 차가 있어도 그걸 많이 쓰질 않는다. 멀리 갈 때나 많은 짐을 나를 때나 쓰며 와코시 안에서 움직일 때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와코시에 살기 시작했을 때 아내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평도 했지만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잘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4명인데 자전거가 집에 4대가 있었다. 즉 1인당 자전거가 한대다. 이게 와코시에서는 보편적이다. 즉 모두가 자전거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탁구부활동으로 가까운 다른 중학교에 원정시합을 갈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럴때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학교앞으로 집합하라고 한다. 즉 와코시생활을 하다보면 자전거를 가진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치 한국에서는 누구나 핸드폰이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런 분위기에 몇년 살다보면 한 대 두 대 자전거가 생겨서 결국 가족원 모두가 자전거를 가지게 된다. 

 

와코시에 살기 시작했을 무렵 나를 놀라게 했던 몇가지 장면들도 생각해 보면 자전거에 대한 것이다. 미니스커트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고생이 시작이었다. 자전거 타고 가면서 우산 쓰고 핸드폰 통화하는 것은 약과다. 자전거의 앞과 뒤로 아이를 하나씩 태우거나 심지어 한명을 등에 업고 세 명의 아이를 동시에 자전거에 태우고 가는 여자의 모습을 나는 가끔 봤었다. 그 사람들이 자동차가 없는게 아니다. 와코시의 생활에서는 자연스레 자전거가 편하고 자동차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생기게 되어 자전거를 쓰는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일본에서는 몇년전부터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나는 타본 적이 없지만 전기자전거는 전기모터를 쓰기 때문에 언덕길을 오르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전기자전거의 가격은 적어도 백만원 정도다. 그래도 일본사람들은 자전거를 탄다. 즉 언덕길때문에 힘이 드니까 자동차를 쓰자로 생각이 돌아가는게 아니라 전기자전거를 사면 되겠네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자동차와 자전거를 둘러싼 환경과 인식이 다르다. 

 

사람들이 어떤 수단으로 이동하는가 즉 걷는가 자전거를 타는가 자동차를 타는가 하는 것은 도시의 상권에 영향을 준다. 일본에서는 어딜 가나 역전이 중요한 곳이다. 만약 레스토랑을 찾거나 큰 슈퍼를 찾고 싶다면 일단은 그 주변의 전철역 앞으로 가면 된다. 그곳은 가게가 모여있는 곳이니까. 사실 유명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몰려있어서 어찌보면 어느 역전이나 비슷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것도 자동차, 자전거 문화가 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자동차를 끌고 가까운 친구집에 가질 않는다. 주차가 문제니까. 그래서 걷는다. 걷는게 불편하면 자전거를 탄다. 다들 자전거가 있으니까 이동거리가 늘어난다. 그렇게 해서 동네의 가게들은 여기저기에 마구 흩어져 있는게 아니라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 장소는 대개 역전이다. 역앞에는 자전거와 자동차 주차시설이 되어 있고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자동차가 문화적 주류가 되면 점점 더 거대 쇼핑몰이 상권을 장악하게 된다. 개인 사업자는 더빨리 망한다. 차를 타고 가서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가면 뭐든지 있는 그런 곳이 편하고 좋으니까 그렇다. 그런데 그 편하고 좋다는 것은 자동차를 탄다라는 것이 전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모두가 걷는 마을에서는 골목마다 가게가 있고 모두가 자전거가 있는 마을에서는 중간정도 거리에 중앙통이 발달하고 모두가 자동차를 타면 거대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장소까지 모두 멀리 가야 한다. 이케아나 코스트코에 자전거타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다. 

 

전주에서는 심지어 한옥마을에도 차가 다닌다. 내가 느낀 분위기 상으로는 일본이라면 적어도 한옥마을 같은 곳에는 진작에 자동차 통행이 전면 금지되었을 것이다. 자동차없는 한옥마을이 뭘로 봐도 훨씬 좋게 생각된다. 현실의 전주는 어딜가나 차가 꽉꽉 차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 운전자들은 참을 성이 없다. 짜증이 가득 나서 질주하는데 익숙하다. 전주가 진짜 슬로시티를 말하고 싶다면 자동차 사용이 아주 많이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골목 골목의 모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타기는 걷는 것이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골목이 깨끗한가, 골목이 음침해서 위험해 보이지 않는가 같은 문제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는 폐쇄된 자기만의 공간인 자동차 안에 있으니까. 이런 의미에서 길이란 사람이 걷고 적어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라도 해야 길다운 길이 된다.

 

그러니까 자동차 사용이 늘어갈수록 그 지역은 흉해지기 쉽다. 사람들이 길에 대해 가지는 관심이 줄어든다. 전주의 거리는 사실 그다지 깨끗하지가 않은 곳이 많다. 산책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좋은 곳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와코시보다 그 길을 사람들이 다닌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았다. 이것은 사람이 없다는 말과는 다르다.  그보다 사람들은 바깥에 나오면 빨리 집이나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길이 즐겁고 쾌적한 외부 공간이라기 보다는 빨리 통과해야할 장소같은 느낌이다. 어쩔수 없이 바깥에 있을 뿐 그 길을 걷는 것을 즐긴다는 느낌이 적다. 이 모든 것은 자동차가 전주를 꽉 채웠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것들이 간단한 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와코시는 와코시의 문제와 입장이 있고 전주는 전주의 문제와 입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무엇보다 인간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유감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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