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요강바위에 다녀오면서

비춤이라는 분이 얼마전에 전주에 다녀가셨다.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대화중에 임실 근처에 요강바위라는 곳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주소상으로는 요강바위는 임실이 아니라 순창에 있다. 거기라면 내가 사는 전주에서 매우 가깝다. 그래서 섬진강변의 요강바위라는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도착한 섬진강변에 멋진 현수교가 있고 자전거도로가 있는 것을 보자 나도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 달려보고 싶어졌다. 몇몇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을 보니 이미 유명한 길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요강바위 자체는 뭐 그리 대단치 않았다. 그러나 강진을 지나서 섬진강변으로 가면서 그리고 요강바위 부근에 앉아서 주변풍경을 보면서 이렇게 깨끗한 자연이 아직도 나 사는 곳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 와서 거듭 느끼게 되는 것은 한국의 나무가 풍성해 졌다는 것이고 한국도 참 깨끗하고 예뻐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자연이 회복되는 것도 있고 지방자치 단체들이 노력하여 개발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장소들을 보면서 나는 거듭되는 모순을 느끼게 된다. 질문은 이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는데 왜 우리는 도시에 버글대면서 비싼 생활비를 버느라 고생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답도 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직장이 도시에 있으니까, 아이들 교육하자면 시골에 살 수는 없으니까, 아름다운 자연도 한 철이지 결국 도시의 번화함이 좋으니까. 나이들면 병원 근처에 사는게 좋으니까. 

이런 답들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답은 같을 필요도 없고 같을 수도 없다. 또한 어제 당연히 옳았던 답이 오늘도 옳다는 것도 당연한게 아니다. 한국이 고속 발전을 하던 시절에는 대도시 가서 사는 것이 마치 부동산 투기 같았다. 즉 당장 수지가 맞질 않아도 미래에 투자 수익이 올거라고 생각하면서 무리해서라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고속성장의 시대는 이미 끝나버렸다. 그런데도 그랬다는 소식이 아직 모두에게 전해지지는 않은 것같다. 

뭐든지 지나치면 역풍이 부는 법이니 도시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지나쳤던 한국의 경우에는 지방화바람이 불수밖에 없지 않을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한채에 몇억씩하는 집에 사는 것을 유지할수 있을까? 일단 역풍이 불게되면 지방이 더 살기 좋아질 것이고 문제의 그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제주도를 보라. 제주도에 문화이민 가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관광이 잘되니까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나도 서울 출신이라 서울 사는 사람들이 지방사는 것을 우습게 아는 정서를 안다. 하지만 지방사는것이 나쁘지 않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일본이나 미국같은 나라에 살아본 나의 경험이 더더욱 그런 구분을 우습게 느끼게 한다. 미국이나 중국같은 광활한 나라는 둘째치고 일본만 해도 길이방향으로는 천킬로미터를 훨씬 넘게 뻣어 있다. 한국은 작은 나라다. 게다가 유럽처럼 땅에 둘러쌓인 작은 나라가 아니라 북으로는 북한에 막힌 섬보다 더 고립된 섬나라아닌 섬나라다. 일단 그걸 느끼게 되면 이 좁은 나라에서 여기 저기 구분하는게 우습다. 고루 퍼져서 살면 생활의 질이 훨씬 올라갈텐데 여기 저기 금긋고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 우습다. 

아마 북한과 자유왕래하는 날이 오고 북한을 관통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까지 가는 때가 온다면 그 시대에는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의 정서는 믿을 수 없이 작은 섬나라 근성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