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덕진공원에는 해마다 연꽃축제를 한다 (올해는 7월 19, 20일). 연꽃의 아름다움이 아주 일품이기 때문이다. 전주에 사는 특권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평일에 가서 그 연꽃을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일전 아내와 함께 덕진 공원에 다녀왔다.
아내는 여러번 가본 곳이라 갈 때는 시큰둥했으나 넓게 펼쳐진 연꽃들을 보자 탄성을 터뜨렸다. 생활의 짜증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때로 아름다운 것들을 봐줄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못가의 정자에 앉아 연잎과 연꽃의 바다를 보면서 바람을 쐬었다. 2년전에만 해도 아버지와 함께 덕진공원의 연꽃을 구경했었다. 이제 나는 전주에 살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계시다. 바람이 부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일어나는 것같다. 연꽃은 봉우리가 아직 남은 것이 최절정은 아니다. 다음주 무렵에는 한번 더 갈까 보다.
연꽃이라 하면 한국 소리의 전당 옆에 있는 오송제도 괜찮다. 규모는 작지만 편백나무 숲과 이어지는 산책로는 그늘도 많아서 오히려 덕진 공원보다도 좋은 면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무렵에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와 함께 오송제의 연꽃도 보러 갔었다. 하지만 오송제의 연꽃은 아직 멀었다. 한주는 더 있어야 할 것같다. 같은 전주인데 꽃피는 시기가 이렇게 다른 것은 신기한 일이다.
오송제 주변을 걷다가 복숭아 밭을 지났다. 아주머니가 복숭아를 파신다. 맛을 좀 보라는 말에 맛을 보았으니 나같은 사람이 그냥 돌아설 재주가 없다. 결국 복숭아 3킬로그램을 만 오천원에 샀다. 하지만 어쨌든 딸기는 딸기밭에서 사고 복숭아는 복숭아 밭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사실 자주가는 삼천 마실길의 복숭아 밭에서 복숭아를 팔아주고 싶었기 때문에 약속했던 것은 없지만 왠지 배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송제의 연꽃은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가족은 산책으로 산뜻해진 기분과 복숭아 한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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