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일본에서 손님이 왔다. 아내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가즈미와 그 여동생이 한국을 방문한 차에 전주에 들린 것이다. 가즈미는 일본에서도 그랬지만 우리가 일본을 떠난 이후도 뒷처리에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친구다. 우리부부는 가즈미 일행에게 전주를 하루동안 구경 시켜주었다. 그 일정을 기록을 위해 또 소개를 위해 적어 놓을까 한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명을 위해 몇장있는 직접 찍은 사진에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들을 첨부하기로 했다. 때문에 계절이 안맞는 사진이 있는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뭘 해야 할 것 인가에 대해 고민끝에 평범하다면 평범한 코스를 짰다. 다른 곳은 제처두고 한옥마을에서 시간을 쓰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우선 전주 자연생태박물관 쪽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벽당에서 전주천 옆을 지나서 한옥마을 쪽으로 걸었다. 한벽당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며 그 부근의 전주천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한벽당
전주천을 약간 따라 걷다가 한옥마을쪽으로 올라오면 향교가 있다. 한옥마을의 약점 중 하나가 전통마을이라기엔 너무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인데 전주 향교안으로 들아가면 오래된 나무와 건물을 볼 수 있어서 한옥마을의 옛날 정취를 느끼면서 관광을 시작하기 좋다.
전주향교
우리는 우선 점심을 먹으러 한옥마을을 통과해서 오목대 앞에 있는 고궁을 들리기로 했다. 전주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먹거리로 과연 비빔밥을 꼽을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전주가 비빔밥으로 유명한 건 사실이고 그중에서도 고궁의 비빔밥은 추천되는 곳이다. 게다가 한옥마을 한중간에 있으니까 한옥마을을 산책하다가 들릴 수가 있다.
고궁 육회비빔밥
고궁의 비빔밥은 몇가지 다른 종류가 있는데 만원짜리 전주 육회 비빔밥이 내게는 가장 맛있었다. 맛도 맛이지만 그릇이 옛스럽고 세트를 시키면 나오는 떡갈비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따라나온 모주를 한잔 할 수 있었던 것이 또 좋았다. 따라나온 반찬 수는 몇가지 안되었지만 물김치 같은 반찬의 맛도 아주 좋았다.
밥을 먹고 문을 나서자 길건너에 오목대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을 따라 얼마 오르지 않아서 오목대 정자에 이르르게 된다. 이곳은 한옥마을을 내려다 보는 곳이라 경치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은 곳이다. 여기까지 오기 좀 전에 육교로 길을 건너면 벽화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벽화마을은 여러가지 벽화들을 그려놓았고 카페도 많이 있는 곳인데 우리는 이 곳은 나중의 일정으로 하기로 했다.
전주 오목대
오목대를 올라 주변을 쳐다보다가 내려와서 다시 한옥 마을 여기저기를 걸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이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다. 복장도 다양해져서 여장 남자를 한 사람도 있고 옛날 교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본다면 재미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한옥마을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고 어떤 가게는 낡은 물건들을 팔고 여자 장신구를 파는 곳도 있으며 한지에 사진을 인쇄해주는 곳도 있다. 특히 한지에 사진을 찍어 놓은 가게는 한지사진들이 아름다워서 우리가 자주 들리는 곳이다. 도자기 가게나 직물가게도 있다. 물론 가장 많은 것은 먹을 것을 파는 곳이다.
우리가 한옥마을에 가면 걷고 싶어 하는 곳중의 하나는 짧지만 작은 가게들도 있고 한지를 만드는 것도 구경할 수 있는 골목이다. 그 안에는 한옥민박들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다른 것들보다 그 골목이 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옛날 골목이라는 것이다. 별로 길지는 않지만 나는 그 좁고 짧은 골목을 좋아한다.
그 골목은 전주 명품관 길건너 교동한식옆에 있다. 골목에 들어서자 마자 장신구 가게가 눈에 보인다. 나빠고는 다 여자들이라 들어가면 장신구 가게에 관심들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는 언제나 그가게 앞에서 시간을 약간 쓴다. 그리고는 골목 깊숙히 있는 한옥마을 숙소를 들어가서 약간 구경했다. 일본인들이니까 한옥마을 숙소의 모양에 더 관심이 많다. 그리고 좀 더 들어가면 한지를 만드는 곳이 있는데 쑥쓰러워하지 말고 들어가면 한지를 만드는 모습을 눈앞에서 견학 할 수 있게 해준다.
전주에서 사람들이 많이들 먹는 군것질에는 길거리야의 바케트샌드위치라던가 문꼬치도 있지만 우리는 전주 치즈명가에 들렀다. 실은 공짜 치즈 시식이 있는 곳이라서다. 공짜 치즈 시식을 마친 후 치즈가 들어간 빵을 사서 먹어보니 한개 2천원이라는 가격이 좀 세지만 그 가격 이상의 맛이 있다. 어디 선물용으로 사가면 좋을 듯하다. 전주 치즈 명가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파는 치즈 구이도 판다. 처음 볼때는 치즈를 구워먹으면 무슨 맛이 있나 싶었지만 먹어보니 아주 맛이 좋았다. 더구나 그날은 날씨가 추워서 한옥마을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줄을 서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걸어다니려니까 추웠다. 치즈 구이를 사서 얻은 오뎅국물과 함께 먹으니 추위가 가신다. 이것이 내가 그날의 일정중에서 치즈구이를 또렷히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치즈가 들어간 빵
춥기도 하고 해서 우리는 경기전으로 들어갔다. 경기전은 태조의 영정이 보관되어전 조선시대의 묘사다. 한옥마을에 와서 가벼운 것들만 보는 것은 지치는 면도 있어서 함께 방문하면 좋다. 조선시대왕들의 영정이라던가 가마 혹은 조선왕조실록 보관소따위를 보는 것도 괜찮지만 그 보다도 나는 그 정원이며 옛날 집들을 볼 수 있는 것이 더 좋았다. 가즈미에게 한국온돌에 대해 설명하니까 감탄을 한다. 일본식 전통가옥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경기전 정문
가볍게 명동성당 사진을 찍고 서둘러 외할머니집으로 갔다. 추울때에는 외할머니 집에 가서 주저앉는 게 좋다. 바닥에 앉는 자리를 차지하면 따듯한 온돌바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팥빙수가 이집의 인기메뉴다. 그러나 궁금해서 시켰으며 먹기는 다 먹었지만 아무래도 엄동설한에 팥빙수는 가장 인기가 적었다. 우리는 그밖에도 단팥죽과 궁중쌍화탕 그리고 유자차를 시켰다. 하나같이 다 맛이 좋았다. 단팥죽은 추운 겨울이라 가장 먼저 동이났고 궁중쌍화탕은 호두나 밤 대추 은행등 여러가지 재료가 듬뿍 들어 있어서 좋았다. 낮에 먹은 모주와 알콜기가 없지만 맛이 비슷한데가 있다고 가즈미가 지적한다. 유자차는 별 기대없이 시켰는데 집에서 먹던 슈퍼에서 파는 유자차하고는 전혀 다르게 맛이 상큼했다.
추위에 얼었던 몸을 외할머니 집의 온돌에서 데우면서 한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일단 헤어져서 각자 행동하기로 했다. 차가 있는 곳과 저녁을 먹기로 한 구일집의 위치가 모두 한옥마을이지만 반대편 끝이기 때문이다. 나는 차를 가져다가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장소 근처의 공립주차장에 가져다 놓기로 했고 다른 사람들은 벽화마을을 들러보고 그쪽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구일집은 기본적으로 연탄불고기집이다. 파전도 있고 짜글이도 있지만 불고기 맛이 최고고 사실 짜글이는 먹어보지 못했다. 구일집의 불고기는 식으면 맛이 약간 떨어지지만 따뜻할 때 먹으면 전주에서 먹어본 어떤 고기보다 맛있다. 게다가 가격이 싸고 분위기가 뭐랄까 친구와 이야기하면 좋은 그런 정겨운 분위기다. 벽화마을에 들러 돌아온 일행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벽화마을도 아주 좋았다고 한다. 다만 경사가 좀 있어서 걷는게 나빴다는 것인데 그것은 시간이 좀 더 있어서 천천히 둘러볼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벽화마을
우리는 구일집에서 연탄불고기와 파전을 꿀막걸리와 함께 먹으면서 또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걸 이미 많이 먹어서 배도 불렀고 여자들이 3명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네명이서 배불리 잘먹었는데도 4만5천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정도면 가격대비 효율이 아주 좋은 집이라서 꼭 다시 오고 싶었다.
구일집의 상차림
구일집을 나와보니 기차역으로 배웅하러 가기엔 시간이 좀 이르다. 우리는 이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찻집은 호텔 르윈 건너편 건물 4층과 5층에 있는 전망이라는 곳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 앞을 지나다니면서 전부터 가보고 싶었다. 이곳은 전주 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커피숍이기 때문이다. 전망카페는 커피맛도 괜찮고 내부 분위기도 좋으며 물론 조망도 좋았다.
하루 전에는 걱정을 좀 했지만 그럭저럭 하루가 잘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안도감이 커피맛을 더 좋게 해줬는 지도 모른다. 아내에게 한국말을 배우고 아내보다 몇살 어린 가즈미는 언니의 남편은 뭐라고 부르는가를 묻더니 나를 형부라고 부른다. 고마운 일이다. 가는 길에 전주 인기 기념품인 풍년제과 초코파이를 몇개 사서 들려보냈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추웠다. 그러나 날씨가 좋았다면 산책은 더 즐거운 일이었겠지만 여기저기서 줄서는 일때문에 이만큼 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오늘이 좋았다. 이만하면 나름 괜찮은 하루 였다, 그래서 그 일정을 여기에 기록해 둔다. 우리는 조금은 더 전주에 익숙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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