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단풍이 제대로 드는 열흘쯤 뒤면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온다고 한다. 오늘은 쉬운 산행을 한가할때 산책처럼 다녀와보고자 내장산에 가봤다. 주행거리는 50킬로로 신호등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전주의 집에서 45분정도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가보니 좋아서 자주 갈까 싶지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 몇가지가 나를 망설이게 한다.
도착한 것이 9시 이전이었기 때문에 나는 운이 좋았다. 하나는 주차를 공짜로 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즐비한 음식점들이 내는 소리가 작았다는 것이며 세번째는 산에 온 사람이 아직 적어서 산이 아주 조용했다는 것이다. 앞에서 걷는 부부의 대화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산은 조용했다.
단풍이 제대로 들면 완전히 빨개진다는 단풍나무지만 지금의 모습도 보기에 나쁘지 않다. 진짜 붉은 산이 되면 대단한 볼거리가 되긴 될 것같다.
매표소에서 성인 3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다보면 나중에는 개울의 양편으로 길이 갈라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개울의 오른편쪽에 있는 포장도로를 걷지만 왼편의 길로 가보니 오솔길로 되어 있는 길이 진짜 산다워서 아주 좋았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요즘 내장산을 조용할 때 걸으면 눈속을 걷는 느낌이 난다. 낙엽들이 워낙 많이 떨어져서 그렇다. 바람불때마다 우수수떨어지는 낙엽이 매우 아름다웠다.
내장사가 보여주는 전통식 한옥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산이 워낙 아름다워서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내장사에서부터는 산행을 여러갈래로 할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갈수도 있고 봉우리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나는 여유로운 트랙킹이 좋아서 쉬운 길인 원적골 걷기를 택했다.
내가 제일 좋아라 찍는 것은 길이다. 그래서 걸으면서 그냥 찍었다.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매점. 할머니가 부르셔서 앉아서 음료수를 먹으며 쉬었다. 사람들은 막걸리를 내려올 때 먹겠다고 다짐하면서 올라갔다.
이게 원적골 자연관찰로의 모습이다.
바위위에 돌그릇이 있기에 누가 참 운치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동전을 엄청 던진 것을 보았다. 운치가 있는게 아니라 돈 계산이 빠른걸까?
이 길은 열흘쯤되면 아주 빨갛게 변할 것이고 사람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내장산은 아주 아름다웠다. 사진을 계속 찍게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내장산에서 나올때는 벌써 열한시가 넘어있었다. 그런데 산밑의 분위기가 좀 달랐다. 나는 산에서 왜 꼭 트로트를 크게 틀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갑사밑에서도 그러더니 여기는 더하다. 밑에서 천막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마이크로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는데 산에서 좋았던 기분이 상당부분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주차비가 한시간에 3천원 하루종일에 만원이라고 써있는 유료주차장을 보게되었다. 다른 곳도 싸봐야 하루에 5천원이다. 그런데 음식점들은 너도 나도 자기집에서 밥을 먹으면 하루 종일 주차무료라고 광고한다. 주차비가 비싸다 아니다 이전에 나는 우선 내장산을 둘러 싼 장사치들이 서로 싸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문객과 주민들 모두의 상생을 노리는게 아니라 서로 아귀다툼을 하는 느낌이랄까. 내땅에서 내가 장사하는데 시비걸지마의 느낌. 우리집 손님모으자고 확성기로 여기저기서 음악틀고 한쪽은 주차비가 바가지처럼 비싼데 한쪽은 밥만 먹으면 하루종일 공짜라고 한다. 밥값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하고 주차장은 시설이 좋고 비용이 저렴해야 좋은거 아닐까. 방문객의 이익은 이와중에 잊혀지는거 아닐까? 그렇다면 방문객들이 자주 자주 올까?
나는 아침일찍 도착하여 사람과 소음에 시달리지 않았지만 단풍제철인 다음주나 주말에는 어쩔지 모르겠다. 내장산의 아름다움이 이런 분위기때문에 덜 즐거운 것이 되고 말지는 않을까. 열흘뒤에 다시 와서 그꼴을 보지말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게 될런지 아니면 여전히 아름다운 경치에만 집중할 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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