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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대학에 대하여

대학공부는 고등학교와 뭐가 다를까?

by 격암(강국진) 2019. 3. 11.

19.3.11

큰 딸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유학가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야 입시가 끝났고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지긋지긋한 대학입시공부가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딸은 물론 저도 기뻤습니다. 사실 입시공부란 가장 실용적인 목적으로 하는 공부인 동시에 가장 쓸데없어 보이는 공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고생해서 들어간 대학의 공부란 이제까지의 고등학교공부와는 뭐가 다를까요? 저는 물리학과 출신이기 때문에 이공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대학모두에 적용되는 공통된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공부가 고등학교의 그것과 뭐가 다를까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 그것을 가르치는 목적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는 장소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사람이 다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수업을 하시고 대학에서는 대학교수가 수업을 하지요. 대학도 강사가 있어서 그 과목을 강의하는 것이 주요한 일인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의 교수나 강사는 모두 학문을 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학문적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그런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고등학교 교사란 주어진 고등학교의 학습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시키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여깁니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앞에서 말했다 시피 대학입시같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어떤 보편타당한 상식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말하면 호기심을 일부러 억누르는 교육이 되기 쉽습니다. 왜냐면 시험범위가 1에서 3장까지라면 4장의 내용에 호기심을 느끼는 학생에게는 우리는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건 나중에 시험 끝나고 배우도록 해.

 

그런 건 고등학교 수업범위를 넘어가는 일이야.

 

보편타당한 상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좀 나쁘게 말하면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세뇌에 가깝습니다. 즉 선생님이 말하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고 교과서에 나오는 것은 의심해서는 절대안되는 기준이니 의구심을 품지말고 외우라는 겁니다. 고등학교까지의 공부란 말하자면 틀이 딱정해져 있는 내용을 반복학습시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교육도 바뀌어 왔다고 하지만 사실 그 핵심적 부분인 국영수같은 것을 보면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아니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포함한 세상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공부는 원래 이런 것이라는 보수적 생각이 깊게 뿌리 박혀 있습니다. 애초에 국영수를 모두 포함하는 여러 과목의 총점을 기준으로 등수를 매기는 태도 자체가 사람들에게 한가지 메세지를 던집니다. 그건 바로 

 

여러분은 더 똑같아 져야 합니다.

 

라는 겁니다. 마치 표준이 되는 제품을 양산하는 공장처럼 이 표준과 되도록 똑같은 제품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겁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고등학교 범위를 넘어서 심화학습하는 것이 권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교과서의 내용을 의심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억눌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게 대학에 가면 확 바뀌게 됩니다. 제가 말씀드렸듯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일 이전에 학문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학문을 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이고 남과 달라지겠다는 것이며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됩니다. 대학에서 수학과학생이 생물학과학생에게 나는 너보다 수학을 잘한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남과는 다른 나만의 것을 찾는 곳이며 전문가가 되는 곳입니다. 남들이 한 것을 다시 한 사람은 그걸 논문으로 쓸 수가 없는 것이 학계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는 뭔가가 다른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누가 백년전에 한 것을 줄줄 외우는 것은 고등학교에서는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이었다면 대학에서는 오직 이차적으로만 중요합니다. 

 

영어로 유니버스는 우주고 유니버시티는 종합대학을 말합니다. 그리고 대학은 여러가지의 사람이 모여서 하나가 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고등학교에서처럼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학은 여러가지의 사람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러가지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서로 소통하고 배우는 곳입니다. 그러니 위해서는 소통이전에 서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대학도 평점을 많이 따지고 취직을 위한 또하나의 고등학교처럼 변하는 면도 있습니다만 똑같은 사람을 만들기 위한 고등학교와 남과는 다른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한 대학교는 본래 그 철학이 전혀 다릅니다. 고등학생이라면 균형잡힌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대학생이라면 본래는 학점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물리라고 해도 요즘은 그저 물리가 전공이라는 것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 안에도 여러가지 구체적인 세부전공들이 있습니다. 

 

대학은 이렇게 남과는 달라지고 나만의 것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스스로 찾아야 하는 곳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이런 학생이 되면 된다고 모범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대학은 그런 걸 보여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게 있다면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언뜻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성적으로 보면 비슷한데도 어떤 학생은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보다 분명히 찾은 경우가 있고 어떤 학생은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그야말로 학점관리만 열심히 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두사람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대학의 본래 철학대로라면 후자의 학생은 대학에서 배웠어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로 이때문에 학부때는 비슷했는데 취직한 후나 석박사과정에서는 굉장히 차이가 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이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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