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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대학에 대하여

수능을 망친 고3들에게

by 격암(강국진) 2017. 11. 26.

수능이 끝났습니다. 그간 고생많이 하셨는데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참좋았겠습니다만 많은 입시생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며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입니다. 사실 제 딸도 이번에 수능을 치뤘습니다. 그리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점수를 받아서 장래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제가 그리 쓸데 있는 말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며 제 말이 큰 위로가 되지도 못할 것입니다만 여기에 몇마디 적으며 제가 제 딸의 장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누누히 대학의 현재를 비판하고 대학이 필요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한 말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 적겠습니다만 대학은 여전히 갈만한 곳입니다. 대학은 이미 반드시 정답이 아니라서 대학을 가지 않기로 선택한다고 해도 오답은 아니지만 그것은 대학 이외에 다른 답을 찾고 그 답에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아무 대책도 답도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 못됩니다. 


대학에 들어갈 나이에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시험을 보고 진학을 하는 것은 너무나 절박한 일입니다. 따라서 그걸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그에 대한 어떤 답도 대개는 한가로운 말처럼 들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한번 던져봅시다. 저는 그 답이 주로 두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자격증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사려면 정부가 공인한 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앞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런게 있어야 자신의 경력을 팔 수가 있죠. 대학졸업장은 그런 것중에서 가장 흔한 것중의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 고등학교까지의 삶이란 아무래도 지극히 인간관계가 제한적이기 쉽습니다. 결국 부모님, 선생님,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전부인데 특별히 전공을 나눈 것도 아니라서 인간관계는 제한됩니다. 여러분들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보고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앞의 이유는 절박하게 들릴 것이지만 뒤의 이유는 한가롭고 교과서적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나이에 있어서는 뒤의 이유가 사실은 더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시각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여러분들은 동네축구밖에는 해보지 못했는데 프로의 1부리그까지는 아니더라도 2부리그의 세상도 좀 겪어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래야 살아갈 길을 찾을 수가 있지요. 


결국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살며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면 불운때문에 인생이 망해가는 것같아도 너무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견디면 꼭 잘될거라서가 아닙니다. 불행하게도 그건 그저 싸구려 판타지일 뿐이며 일은 꼭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면 나머지는 운일 뿐이죠. 우리 책임은 아닌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대해야만 하며 우리 운이라는 게 그렇게 나쁘기만 하다는 데. 그런데 사실 좀 살아보면 우리는 운이 나쁠 때도 있지만 운이 좋을 때도 옵니다. 운이 좋을 때 우리는 이건 운이 좋은 거였어 빨리 내 행운을 가져가 줘라고 말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러니 불운도 이를 악물고 삼키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죠. 


다만 어떤 때에도 한번 더 인생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지나고 보면 아 그때 내가 그걸 전공하려고 한 것은 잘못이었어라던가 아 그때 내가 그런 진로를 잡으려고 한 것은 바보짓이었어라고 생각할만한 것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넘어진 김에 달리던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자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게 넘어진 사람의 특권이니까요. 


여러분은 순전히 운이 없어서 결과가 나빴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전제하고 말하면 사실 조금은 여러분은 여러분이 얻으려고 한 것에 대해 100%가 아니 었을 수도 있습니다. 눈을 더 크게 뜨면 사실 답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여러분의 마음은 알고 있었는데 여러분의 의식만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거지요. 그래서 완전히 절박하게 100% 힘을 내지 못한 면이 혹시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을 크게 뜨는 것에 대해 말해보자면 외국에 나가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현실을 보자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외국에 나간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외국은 외국의 문제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말해서 한국 좋은 나라입니다. 저는 한국을 사랑하며 저도 그렇지만 제 아이들도 한국에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에서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도 결코 쉽지 않으며 그 명문대가 앞으로 줄 댓가도 결코 그리 크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경쟁을 뚫고 있는 것보다 그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한 외국에서 경력을 쌓는 쪽이 현명한 판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설사 미래에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말입니다. 입시생이라면 대학가기 힘들다고 누구나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사람들과 또 취업경쟁을 해보면 그건 더 암담할 수도 있습니다. 연대고대나오고 성적도 좋은 사람이 이미 취업전형 서류심사에서 펑펑 떨어지는 세상입니다. 


물론 외국에 나가는 것이 눈을 크게 뜨는 유일한 길은 아닐 것입니다. 자격증을 따고 사람을 만나는 길은 반드시 대학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식으로 경력을 쌓아나갈 방법들도 있겠죠. 일반적으로 자영업이나 귀농을 권하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길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요즘 세상에서 대학을 가는 길로 경력을 쌓는 길로 가는 것도 결코 쉽고 수익이 쉽게 나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한국대학교육의 문제는 지금 폭팔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금의 입시생들은 불운한 세대입니다. 


입시생정도의 나이라면 일년 이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삶의 파도때문에 인생이 꼬이게 되면 초조하고 힘이 듭니다. 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던가 지나면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같은 말보다는 다른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그런 말들도 나름의 진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맨 처음에 한말입니다. 그래서 그걸 반복하며 이 글을 마치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버둥거리며 살뿐이며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자기 마음의 소리를 따라 살려고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열심히 생각해야 하지만 두려움때문에 손해가 아까워서 기발한 방법을 찾지는 않는게 좋습니다. 그런건 잘되면 대박이지만 안되면 더 치명적인 손해를 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두려워도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살아야지요. 그러다가 배에 물이차고 물속에 가라앉는 미래가 온다고 해도 후회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는 생각보다 운이 좋습니다. 불운도 참으면 지나가고 길은 대개 열리기 마련입니다. 전혀 열리지 않을 것같아도 말입니다. 사실은 그 길이 여러분을 열심히 부르고 있는데 여러분이 너무 시야가 좁아서 그 소리를 듣고 있지 못한 것일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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